카테고리 없음

Re:일적십거무궤화삼의 설명

영부, 精山 2012. 8. 5. 11:09

남의 글에 대해서 왈가왈부한다는 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궁화님이 질문을 하셨으니 답을 안 드릴 수도 없군요. 윗 글에서 인용한 '일적이음립'과 '십적이양작'은 환단고기에 나오는 문구로 알고 있습니다. 천부경에 나오는 '일적섭거'라는 문구와 그 맥락이 같다고 볼 수 있지요.

 

<일적십거는 불변의 세계와 필변의 세계에 있어서 음양의 조화로움을 말한다>고 하면서 음양의 비율을 45 : 55라고 한 것부터 이상하지 않나요? 음양의 조화라면 당연히 50 : 50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요? 55는 하도의 대정수를 가리키고, 45는 낙서의 도수를 가리킨 것인데, 그걸 음양의 비율이라고 하는 근거나 이유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풀이한 다른 글을 보면 一積十鉅의 뜻을 <하나님의 운동이 겹쳐 이루어진다 - 우주만물이 생장·분열, 수렴·통일되는 과정을 일一과 십十으로 함축 - 一積而陰立은 1+~+9=45이고, 十鉅而陽作, 10+~+1=55 - 따라서 一積十鉅는 45+55=100(큰 하나)를 가리킨다>고 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45와 55가 다 같이 양수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지 않나요? 아마 낙서는 땅이니 45를 음으로 보고, 하도는 하늘이니 55를 양으로 생각한 모양인데, 수리는 그런 식으로 푸는 게 아닙니다. 45나 55는 분명 둘 다 홀수(양수)입니다.

 

또한 윗 글에서 <일적십거도 원리의 적용>에 대해서 논하기를 <종교에서 선신(55%)과 악신(45%)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선신의 도움을 받으면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악신의 도움을 받으면 천길 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도 한다>고 하였는데, 선신과 악신의 비율을 55 : 45라고 하는 것 자체부터가 이상하지 않나요?

 

선의 비율이 애초부터 더 많았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선신과 악신이 마치 인간을 따로 조정하고 있는 것이 진실인 것처럼 논하는 것도 역시 문제로 보입니다. 천부경을 마치 기존의 종교에서 말하는 ‘권선징악(勸善懲惡)’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도 천부경을 다른 종교의 아류(亞流) 정도로 인식하게 하는군요.

 

<무궤>에 대한 해석도 <우주의 중심점(북극성)인, 공간을 둘러싼(북두칠성) 그 주위를 둘러 싼 은하세계(별자리)를 울타리, 상자, 궤짝 즉 무궤라 한다>고 하였는데, 이건 이해할 수 없는 문맥입니다. <궤짝 즉 무궤라 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궤짝이 있다고 해 놓고, 그건 궤짝이 아니라는 말이 아닌가요? 아마, 짐작하건대 그건 너무 넓어서 궤짝이라고 할 수도 없다는 뜻에서 한 말 같군요. 하지만 그건 애초부터 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넓건, 좁건 궤가 있으면 유궤라고 해야지, 무궤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화삼>을 중우주라고 하면서 <3단계 질서의 세계는 중우주로서 하늘의 은하세계와 태양계, 지구의 인물세계로 퍼져 나간다>고 한 것도 자신만의 사적인 견해일 뿐이라고 봅니다.

 

* 이런 식의 천부경 해설은 너무 많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고리라는 비아냥이 나오게 되었다고 봅니다. 다른 사물에 대입하기 전에 먼저 천부경의 공식적인 원리를 충실하게 새기는 것이 먼저라고 봅니다. 그것은 숫자에 대한 원리와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수리에 대한 것은 간단히 언급할 성질이 아니므로 생략할 수 밖에 없지만, 一積而陰立 十鉅而陽作에 대한 것은 언급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군요 본래 이 글은 (환단고기 마한세가 상) 一積而陰立 十鉅而陽作 無櫃而衷生(일적이음립 십거이양작 무궤이충생 : 하나를 쌓으니 음이 서고, 열까지 커져서 양이 나타나면, 궤가 없어지고 중심이 속으로부터 중심이 생긴다)라고 한 데에 근거합니다.

 

이것은 지부경과 비교를 하면 쉽게 그 의미가 드러나는데, 그냥 천부경만 가지고 풀이를 하려다 보니 문자풀이만 하게 되고 별로 영양가 없는 난해한 해설만 하고들 있습니다.

 

一積而陰立과 十鉅而陽作은 一과 十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합니다. 천부경은 十이 아니라 一에 대한 걸 천명하는 글입니다. 一은 天一, 地一, 人一 등, 세 개의 一을 대표한 一입니다. 이에 비해 十은 천지의 합 十, 지인의 합 十, 인천의 합 十, 그리고 천지인의 합 十 등을 가리킨 것인데, 이것이 바로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이라고 한 것입니다.

 

一이 쌓이면 十이 되니 이를 ‘一積而陰立’이라 한 것이지요. 왜 陰은 立이라 했을까요? 그건 十이 되기 때문입니다. 十字는 4방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十이 鉅하면 陽을 作한다고 한 건 무슨 뜻일까요? 十을 巨하다 하지 않고 鉅하다고 한 것은, 一은 약하지만 음양이 겹친 十은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암튼 十이 鉅하면 陽을 立하지 않고 作하게 된다고 한 것은, 음양이 합하여 十을 하면 새로운 생명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作에는 ‘짓다, 일어나다’는 뜻이 있는데, ‘사람을 짓다‘는 뜻에서 나온 글자입니다.

 

이처럼 음양(부부)이 十을 하여 새로운 생명이 나오는 걸 가리켜 陽作이라고 합니다. 그걸 제대로 기록한 부분이 바로 지부경의 動十生一입니다.

 

一 :          1     2     3    4     5     6     7     8     9

十 :        10     9     8    7     6     5     4     3     2

動十生一 11    11   11   11    11    11   11    11   11

 

이처럼 천부경의 아홉 개의 숫자는 짝을 만나지 못한 一이었는데, 이것이 땅으로 내려오면 짝을 만나(2는 9와, 3은 8과, 4는 7과, 5는 6과, 7은 4와 8은 3과, 9는 2와 10은 1과) 十을 하고, 그 열매인 一을 얻었으니, 이를 가리켜 11귀체라 합니다.

 

비유하자면 一은 미혼을 가리키고, 十은 부부를 가리키며, 十一은 자녀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자녀가 탄생하면 가정은 더 없이 튼실해지는 법이므로 十鉅라고 하게 된 셈이죠.

 

그런데, 왜 <무궤화삼>이라고 하였을까요? 이것에는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하늘에서 본 의미요, 둘째, 땅에선 본 의미이며, 셋째, 사람의 입장에선 본 의미입니다. 그것은 각자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답을 정리해서 발표할 날이 있을 겁니다.

 

일적십거라는 말만 제대로 이해하면 수리의 변화가 다 보입니다. 그걸 먼저 이해한 다음에 사물에 대입하고 활용하는 방안이 나오는 법입니다. 처음부터 기초가 잘 못된 상태에서 사물에 대입하고 활용을 하려고 하면 엉뚱하게 갈 수 밖에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