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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e:숫자가 열 개인 이유

영부, 精山 2012. 8. 7. 10:16

이행님의 열정에 경탄합니다. 일찍이 천부동이 문을 연 이래 이와 같은 글을 접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천부경의 해설과는 좀 거리가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수리에 관한 것들이 해박해질 적에 비로소 온전한 해설이 가능해 지는 법이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一始'의 一도 단순하에 '하나' 혹은 '만물'이라는 식으로 해설을 하기 때문에 더 깊은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十에 대한 주제를 토론하는 중에 이행님이 올리신 글을 보니 十에 대한 의미가 더욱 소상하게 그 베일을 벗었네요. 그건 저 나름대로 다시 정리를 할 것이고, 이행님이 발견하신 내용 중에서 몇 가지를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모든 수를 '한 자릿 수'로 합쳐 놓으면 9라는 숫자는 무시해도 좋다고 하셨군요.

그건 구구단 중에서 9단을 살피면 여실히 알 수 있는 것인데, 예를 들면 9 * 1 = 9, 9 * 2 =18(합 9), 9* 3 = 27(합 9) 등등 나머지 셈도 동일하게 모든 합이 다 9로 나옵니다. 이처럼 9라는 숫자는 어떤 숫자와 함께 있어도 자기 자신은 내세우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지요. 그런데, 그런 게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0입니다. 10은 합이 1이요, 20은 2가 되고, 30은 3이 되는 등, 함께 한 어떤 수일지라도 자기자신을 결코 드러내는 법이 없습니다.

 

이처럼 9와 0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없이 양보만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 두 수가 적멸을 가리키기 때문이지요. 19를 적멸수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9 * 19 = 361이 되어 360이라는 공간과 그 중심의 핵까지 나타내고 있지요. 천부경은 이 핵을 얘기하기 위한 단계이고, 지부경은 그 핵까지 다 포함한 100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부터 9를 '구천'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와 같이 모든 수가 활동하는 바탕이기 때문이었죠. 그것은 0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0은 짝수이기 때문에 '十地'라고 부릅니다. 즉, 땅도 하늘이요, 하늘도 땅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똑 같이 모든 수를 내세우고 자신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9는 한 자릿 수로 화할 적에 반드시 그 모습을 나타내지만, 0은 절대로 그 모습을 나타내는 일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1에서 9까지 합한 45는 한 자릿 수로 하면 '9'가 됩니다. 거기에 다시 1을 더하면 10이 되는데, 그걸 한 자릿 수로 나타내면 '1'입니다. 즉 모든 숫자를 한 자릿 수로 만들면 1에서 9까지만 있을 따름입니다. 이에 대한 의미는 별로 어려운 건 아니지만 반드시 정리를 해 둬야 합니다.

 

따라서 이왕이면 '무시해도 좋은 9'라고 하는 표현보다는 9와 10은 '19적멸수'라고 하는 기존의 명칭이 더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솟수에 대한 견해도 재미있군요. 솟수의 素는 '흴 소'라고 하는데, 그것은 '빛'을 상징합니다. 다른 숫자들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지만 솟수만큼은 스스로 발광을 하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붙었지요. 예를 들면, 3은 천지가 합한 3신이 되어 스스로 살아갑니다. 또한 5는 4방이나 4시의 중심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5행이 되었죠. 이런 식으로 7, 11, 13, 17, 19, 23, 29 등 솟수를 살피면 아주 재미 있는 사실들이 많이 있습니다.

 

솟수에 대한 것은 지부경의 '一九白宏'이라고 하는 걸 연구하시는 게 좀 더 효율적일 겁니다.

 

암튼 수는 무궁무진합니다. 아마 수리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보신 분이 있다면 그 황홀함에 경탄을 금치 못 할 것입니다.

천부경은 이런 경지에 들어서야 해설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작금의 현실을 보면 정말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