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 해설 중에 아마 가장 난해한 부분이 있다면 ‘일적십거무궤화삼’과 더불어 ‘五七一妙衍’이라고 할 것이다. 심지어 五七一妙衍을 五十一妙衍으로 바꾸어서 풀이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았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역학에서는 五와 十을 土라고 하여 모든 사물의 중화로 여기기 때문에, 천부경에서도 그와 같은 원리를 일러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묘향산 석벽에 새긴 고운 최치원 선생의 81자 천부경을 탁본(拓本)하는 과정에서 잘못하여 十字를 七字로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해석은 앞에 있는 천부경의 모든 문맥과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5행중의 土性을 가리킨 것일 뿐, 천지가 묘연하는 이치와는 거리가 멀다. 천지가 묘연하는 것은 5와 7이 아니라 5와 7을 하나로 연결하는 1이라는 뜻이었으니, 애초부터 土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었다.
이것은 지부경의 ‘天一貫五七‘과 ’地一貫四八‘, ’人一貫六九‘ 등이 없었다면, 계속 그럴 듯한 해설로 치부하여 천부경은 영원한 안개 속에 묻힐 수밖에 없었으리라. 지부경에는 ‘天一貫五七‘이라고 하여 ’하늘은 五七로 일관하다‘는 사실을 천명(闡明)하였다. 즉, 하늘은 5와 7로 꿰뚫는다는 말씀이다. 이에 반해 땅은 4와 8로 꿰뚫으며, 인간은 6과 9로 꿰뚫는다고 하였으니 도대체 이는 무슨 의미일까? 하늘은 3극으로 쪼개지고, 땅에서는 一이 일적십거로 쌓여진다고 한 것은 앞서 말한 바 있지만, 인간이 천지인을 하나로 꿰어 놓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러기 때문에 ‘오칠일묘연’은 천부경 해설 중에서도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5와 7, 4와 8, 6과 9라는 여섯 개의 숫자에 주목할 것이다. 十을 제한 아홉 개의 숫자 중에서 여섯 개만 등장하여 천지인을 일관하고 있다는 건 무얼 가리킬까? 아홉 개의 숫자 중에서 천지인을 일관하는 상징에서 빠진 세 개의 숫자는 1, 2, 3이다. 이 세 개의 숫자는 왜 거기서 빠져야 할까?
그러나 그건 착각이다. 생각해 보라. 천일관, 지일관, 인일관이라고 하였는데, 어찌 하늘(1극)에 해당하는 1, 2, 3이 빠질 수 있단 말인가? 하늘은 씨와 뿌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줄기, 가지나 꽃에 해당하는 땅(2극)이나, 그 열매(3극)인 인간처럼 형상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아홉 개의 숫자에서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一貫이란 말속에 이미 들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一貫의 一에는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이 다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천일관을 天一(1)이 貫하는 것으로, 지일관도 地一(2)이 貫하는 것으로, 인일관도 人一(3)이 관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즉, 1은 5와 7을 관통하고, 2는 4와 8을 관통하며, 3은 6과 9를 관통한다는 말이다. 이래야만 온전하게 3극 모두가 천지인을 관통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天一一은 하늘 씨앗이요, 地一二는 땅의 씨앗이며, 人一三은 인간의 씨앗이다. 씨앗은 반드시 밭에 심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4, 5, 6이다. 하늘 씨앗인 1은 5라는 밭에 심고, 따의 씨앗인 2는 4라는 밭에 심어야 하며, 인간의 씨앗인 3은 6이라는 밭에 심어야 한다.
하늘씨앗은 땅의 중심에 심어야 하는데, 그것이 5이며, 땅의 씨앗은 하늘의 중심에 심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4다. 인간의 씨앗은 천지의 중심을 다 합해 놓은 것이니 그것은 6이다. 그럼, 왜 4가 하늘의 중심이며, 5는 땅의 중심이고, 6은 인간의 중심이라고 하는 걸까?
始 - 씨, 뿌리 |
天始 1 |
地始 2 |
人始 3 |
中 - 줄기, 꽃 |
天中 4 |
地中 5 |
人中 6 |
終 - 열매 |
天終 7 |
地終 8 |
人終 9 |
위의 도표를 보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는 그대로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도 이어지는 법이므로 하늘의 열매인 7은 地中인 5에서 나와야 하고, 땅의 열매인 8은 天中인 4에서 나와야 하며, 인간의 열매인 9는 人中인 6에서 나와야 한다.
이걸 다른 각도에서 더 살펴보자. 예의 수박을 가르면서 살펴보는 게 좋겠다. 수박을 한 번 가르면 한 개의 선이 생기는데 이를 가리켜 天一一이라 하고, 두 조각은 地一二라 하며, 이걸 다 합한 상태를 人一三이라 한다.
두 번째로 수박을 가르면 네 개의 조각이 생기는데 이것이 天中 4가 되고, 두 개의선이 합한 十字가 생기니 4방과 중심이 합한 5가 나오니 이는 地中 5가 된다. 하늘씨앗은 본래 1양(홀)인데 그것은 음과 만나야 하므로 4를 만나 天中으로 된 것이며, 땅의 형상은 2음(짝)인데 그것은 양과 만나야 하므로 5를 만나 地中이 된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천지인을 다 갖추어야 하니 1, 2, 3을 합한 6으로 人中이 된 것이다. 달리 말하면 하늘씨앗(天1)은 땅의 밭(地中) 5에 뿌려져 6이 되는데, 이것이 곧 人中의 성격이다. 또한 땅의 씨(地2)는 하늘 밭(天中) 4에 심겨져 6이 되니 이것도 역시 人中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즉, 6은 천지의 씨앗이 천지의 밭에 뿌려진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인간은 인간의 씨(3)가 스스로 3단으로 변화하므로 3 + 3 = 6이 된다. 6에는 이처럼 깊은 이치가 들어 있다. 이것이 대삼합육의 의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