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은 81자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9궁이 스스로 곱을 한 셈이니 8괘보다는 9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게 천부경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팔괘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9궁은 8괘의 내면에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8괘가 없다면 9궁도 역시 없습니다.
이걸 잘 이해하면 복희도와 문왕도에 나타난 숫자와 괘상의 변화가 눈에 들어 올 겁니다. 5월에 출간한 '3역해인의 신비'라는 책에는 아직 천부경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점에 소홀했습니다. 금번에 천부경을 중점으로 연구하면서 그런 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역시 사람은 신경을 쓰는 데로 신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하나님의 神은 水面에 운행하신다고 한 성경의 구절은 진실합니다.
그런데 천부경에서 8괘의 면면을 발견하고 그걸 9궁과 연결시키는 일이 그리 쉬운 게 아니더군요. 그러나 점점 그 면모가 또렷해지는군요. 안개에 가려 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벗겨지니 그 모습이 신비하면서 황홀합니다.
사실 천부경은 문왕도를 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복희도를 발판으로 하였고, 용담도의 내용까지 예시하고 있지만, 그 주체는 어디까지나 문왕도입니다. 따라서 천부경을 온전히 해독하였다면 복희도의 8괘와 문왕도의 9궁을 하나로 보는 능력이 생길 건 당연합니다.
지금까지 무수한 천부경 풀이가 있었으나 함량이 미달인 이유는 바로 이런 데에 그 원인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로 지극힌 어려운 길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렇다고 가야 할 길을 가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겠죠.
천부경은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야 한다는 분들의 주장은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쉽다고 하여 저차원이 되어서도 안 되겠지요. 천부경은 그 어느 것보다 고차원적인 것입니다. 고차원을 쉽게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이 역설적(逆說的)이군요. 하지만 누군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현재와 같이 어지러운 천부경 해설들이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오늘의 생각
1. 8괘와 9궁의 一始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2. 8괘와 9궁의 無始一도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만약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