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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강 - 3

영부, 精山 2012. 10. 8. 07:50

이상, 一과 十의 차이와 천부경과 지부경의 一始無始一과 十終有終十을 대비한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는 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정도는 충분히 공감(共感) 하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더 많은 사례를 들면서 설명을 드릴 수도 있지만 지루한 감이 들 것 같아서 다음 문구로 넘어가지만 사실 一과 十에 대한 것만 제대로 이해를 한다면 우주와 인생의 근원적인 의문을 모두 풀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은 이어지는 해설을 통해서 다시 접(接)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왜 천부경과 지부경의 시종은 한결같이 다섯 자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다섯 자가 들어가야만 ‘다 서기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결코 아닙니다. 五라는 글자에서도 그 뜻을 알 수가 있는데, 五의 部首가 무얼까요? 그건 二입니다. 위의 一은 하늘을, 밑의 一은 땅을 가리킨다고 보면 틀림이 없지요. 그 사이에 乂를 집어넣은 게 五입니다. 예전에는 五를 乂로 표기했던 적도 있습니다. 乂는 4방에 있는 것들을 한데 얽어맨다는 상징입니다. 즉 음양이나 천지에 들어 있는 것들을 한데 얽어서 서로 통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그것을 가리켜 5행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5라는 글자의 모양도 마찬가지인데, 하늘을 가리키는 一에서 밑에 있는 땅으로 기운을 뻗치는 丨과 그 기운이 동그랗게 땅에서 퍼지는 형상을 취한 것이 5입니다. 여하튼 5에는 천지4방에 있는 것들을 한데 얽어맨다는 의미를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남2

 

                            동3         중5         서4

 

                                          북1

 

 

위의 도표는 하도(河圖)를 간략한 것인데, 옛 어른들은 이 다섯 개를 가리켜 5행이라고 불렀으며, 특히 중심에 있는 것을 5土라고 하였습니다. 土는 만물의 씨앗을 잉태하고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모든 사물을 양극(兩極)으로 기울지 않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일을 합니다. 1(양) + 4(음)와 2(음) + 3(양)에서 보는 것처럼, 5에는 음양이 조화와 균형을 이룬 전형적인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천부경의 첫 머리 一은 3극이 합한 상태이기도 하지만, 5행을 내포한 상태라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一이 갈라지면 三이요, 튼실하게 하나로 얽어매면 十이 되는데, 사실 十은 두 개의 5가 합친 셈입니다. 따라서 갈라진 3극이 하나로 얽히면 세 개의 5가 모인 15가 되는데, 이 역시 또한 十의 형태로 나타냅니다. 이처럼 두 개의 선이 모인 十字와 세 개의 선(3극)이 모인 十字를 구분하기 위하여 전자는 그냥 十字라 하고, 후자는 大十字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앞으로 大十字라고 하면 3극이 모인 十字라고 한다는 걸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하도의 중심에는 흰점 다섯 개와 두 무리로 된 검은 점 다섯 개가 있으니, 이 둘을 합한 15를 가리켜 ‘15眞主’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一에는 3극과 5행이 동시에 들어 있다는 걸 항상 유의해야 합니다. 사실 알고 보면 一에는 1에서 10까지의 모든 수를 다 내포하고 있지만, 그런 건 나중에 다시 언급할 것이고, 여기서는 천부경과 지부경의 시종이 다섯 자로 이루어진 사정에 대한 것만 다루다 보니 3극과 5행에 대한 것을 주로 언급하게 되는군요. 천부경의 一과 지부경의 十에 3극이 들어 있다는 것은 ‘一析三極’이라는 구절로 입증이 되고, 5행이 들어 있다는 것은 다섯 개의 문자로 시종을 이루었다는 것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건 다들 이해 하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런 이치를 알았다면 천부경을 역학과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겠죠. 아마 그런 분들은 五行이라고 한 명칭 자체에 대한 사색(思索)도 안 했을 겁니다. 왜 5를 五行으로 불렀을까요? 4를 行이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을까요? 아니면 3을 3行이라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도 있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4를 볼까요? 4는 지도에서 방위를 표시하는 부호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시겠죠? 즉 4는 동서남북 4방을 일러줍니다. 한자로는 四라고 하는데, 그것은 속에 八을 담고 있는 형국이요, 八은 3극에 의해 갈라진 여덟 개의 수박의 조각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결국 3극으로 갈라진 우주의 팔상을 담고 있는 그릇이 四라는 말이 됩니다. 이처럼 4에는 방위나 그릇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 기준이 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빈 껍질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심에 있는 수를 가리켜 5라고 하며, 달리 5행이라고 하는데 모든 사물의 중심에 들어 있는 핵심적인 다섯 가지 요소를 가리킨다고 보면 틀림이 없습니다.

 

사물의 중심이 바로 잡히면 비로소 중심과 4방이 한데 어울려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그걸 가리켜 行이라고 합니다. 行은 왼 발이 걷는 모양인 彳(걸을 척)과 오른편이 걷는 모양을 합한 글자라고 하니, 음양이 운행하는 상태를 모두 합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 + 4, 2 + 3이라는 수식(數式)으로 방금 전에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무리 4방이 튼실하다고 하여도 중심이 바로 서지 않으면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모든 사물 속에 들어 있는 5행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만물 속을 맘대로 行 하지 못한다는 걸 천부경과 지부경의 시종을 이룬 다섯 글자는 말해 주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오행을 무시할 수 있을까요? 5행의 이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 인체이기에 얼굴에는 오관(五官)이 있고, 몸에는 오장(五臟)이 있으며, 수족에는 오지(五指)가 있습니다. 본래 인간이나 인체라는 것은 천지를 본뜬 것이기에 천지의 형상과 이치를 그대로 옮겨다 붙여 놓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기에 인간이나 인체를 통해서 천지를 깨닫는 게 제일 효율적이면서도 정통한 방편입니다. 그런 학문을 가리켜 역학(易學)이라고 합니다.

 

천부경의 시종과 지부경의 시종, 모두 네 군데에 5행을 상징하는 다섯 자씩의 글자가 있어야 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네 군데는 방금 전에 말한 4수에 해당하지요? 그렇다면 천부경과 지부경의 시종은 4수, 즉 네 기둥에 해당하는 셈이겠군요. 집을 지을 적에도 네 기둥을 세우는 것처럼, 우주만물과 천지도 역시 똑 같습니다. 그런데 네 귀퉁이에 다섯 자씩의 글자가 있다는 건 도대체 무얼 가리킬까요? 이것은 곧 천지 4방의 네 기둥에는 5행이 들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니? 네 기둥을 가리켜 사상(四象)이라고 부릅니다. 4상 속에는 반드시 5행이 들어 있는 게 대자연의 철칙이라는 걸 일러 주는 게 바로 천부경과 지부경의 시종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은 4와 5에 대한 이치입니다. 천지(천부경과 지부경을 줄인 말)의 네 귀퉁이인 4상은 만상의 표면에서 보이는 동서남북과 춘하추동을 가리킨 것이고, 그 중심에는 5행이 들어 있다는 걸 가르쳐 주는 것이 천부경과 지부경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을 상징적인 부호로 나타내면 十字입니다. 즉 十字는 네 개의 선(4상)과 그 중심에 한 점(5행)이 있는데, 그 한 점은 음양( 두 개의 선)이 한데 모인 곳이기도 하고, 삼신(3극)이 한데 모인 곳이기도 합니다. 十字의 중심에 있는 한 점은 음양의 합일을 가리키고, 大十字의 중심에 있는 한 점은 3신이 회좌(會座)한 곳입니다. 이처럼 2(음양)와 (3신)이 한데 합한 곳이니 자연스럽게 5와 연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4방의 중심이라는 형태적인 면으로도 5가 되지만, 이처럼 음양과 3신의 합이 된다는 면으로도 5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十字에 국한(局限)된 것이고, 만약 大十字를 살핀다면 사정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합니다. 천부인 한 점(ㆍ)이 상하, 좌우로 뻗치면 十字가 되지만, 거기에 한 개의 선이 더하여 전후까지 뻗친다면 수박을 세 번 가른 내면의 大十字가 된다는 건 이미 몇 차례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표면에는 十字가 생기고 내면에는 大十字가 생긴다는 사실은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대십자에는 상하,좌우, 전후라는 6방으로 선이 뻗치고 있는데, 이를 가리켜 6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6방의 한 중심에 있는 한 점을 가리켜 7성이라고 합니다. 이 점은 사실, 중심 중의 중심이므로 모든 것의 시작인 1태극, 3신의 회좌, 5행이 모인 곳, 7성이 모인 곳, 9궁이 하나 된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11귀체하는 곳이라는 여러 가지의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이상으로 一과 十의 차이점과 十字와 大十字의 차이점에 대한 걸 말씀드렸는데, 더 상세한 것은 이어지는 강좌를 통하여 상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