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강
일석삼극무진본(一析三極無盡本)
이번에는 一析三極에 대한 언급을 하겠습니다. 一이 3극으로 쪼개지는 이유는 그것이 본래 3극이 한데 모였기 때문이겠죠. 만약 5극이 모여서 된 것이라면 당연히 一析五極이라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방금 앞에서 우리는 천부경과 지부경은 5행이 4상속에 들어간 것을 한 묶음으로 하였다는 걸 살폈습니다. 그렇다면 一이 5극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그건 애당초 말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5는 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5는 五行이라고 해야 합니다. 極은 반드시 三極이라야 합니다. 極에 대한 의미는 글자를 찾아보면서 하는 게 좋습니다. 요즘 ‘하늘 말 천부경’이니 ‘하늘 글 천부경’이니 하면서 81자 천부경은 이방인이 쓴 것처럼 주장하는 글이 인터넷에 난무하는데, 과연 그렇게 해도 되는 건지 의문입니다. 자칫하면 남을 비방하는 걸로 비칠까봐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한자를 잘 살피면 얼마나 심오한 진리가 들어 있다는 걸 알고서 그러는 건지 궁금합니다.
極이라는 글자는 亟(빠를 극, 삼갈 극, 자주 극)에서 음을 따 온 형성(形聲)문자입니다. 亟은 二를 부수로 하는데 人과 口와 又를 합친 會意문자입니다. 그 뜻은 사람이 천지(二) 사이에 살면서 손과 입을 놀려 빠르게 일을 이루어 낸다는 데서 ‘재빠르다’라는 뜻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태양에 의해 형상이 밝게 드러나는 아침과 봄을 상징하는 木이 붙어서 極이 되면 ‘가장 빨리 형상을 드러내게 하다’는 뜻이 되는데, 형상이 온전하게 다 마친다는 뜻이므로 ‘다할 극, 마칠 극’이라는 뜻이 됩니다. 즉, 삼극은 혼돈에 처한 無始一을 가장 빨리 형상으로 나타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말입니다. 5行의 行은 ‘빠르게 하다’는 뜻이 아니라 ‘빠짐 없이 다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가장 빠른 첩경(捷徑)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바로 삼극입니다.
無始一은 본래 천지인 셋이 합친 상태인데, 三極으로 갈라져야만 비로소 그 존재를 알 수 있습니다. 셋이 갈라지지 않은 혼돈한 상태(카오스)로 있으면 天一이 무언지, 地一이 무언지, 人一이 무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안개가 자욱한 연못가를 한 번 거닐어 보세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데, 거기서 어떻게 나무를 발견하며, 바위나 도로 따위를 분간할 수 있을까요? 그 어느 것 하나도 명료하게 분간할 수 없겠죠? 그런 상태를 가리켜 ‘無始一’이라 한 겁니다.
그런 안개가 자욱한 상태가 걷히면 비로소 사물이 명료하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반드시 셋으로 갈라져 보이기 때문에 析三極이라고 한 겁니다. 즉, 우주에는 무수한 사물이 있지만, 그 모든 걸 가장 신속하게 갈라서 명료한 깨달음을 터득하게 하는 건 세 개가 있다는 애기입니다. 그 세 개는 두말할 것도 없이 天地人입니다. 천지인 3재야말로 모든 사물의 진면목에 가장 빨리 도달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三極이라고도 하며 三神이라고도 합니다. 三極은 셋으로 갈라지기 때문에 나온 용어이고, 三神은 가장 빠른 깨달음의 빛을 던져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나온 용어이며, 三才는 천지와 천지가 十을 하여 나온 자녀까지 합한 우주의 세 기본이라는 뜻에서 생긴 용어입니다.
3의 가장 큰 특성은 析의 결과를 상징하는 極이라는 점입니다. 極은 ‘마지막까지 마침’이라는 뜻인데, 그 시발을 가리켜 一析이라고 합니다. 우주의 근원인 一이 갈라지면 반드시 3극으로 나누어지는 건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철칙입니다. 다른 숫자들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말일까요? 맞습니다. 3의 역할은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대신할 수 있다면 어찌 三이라는 숫자가 존재할까요? 一은 一이만의 역할이 있고, 二는 二만의 역할이 있는 것처럼, 모든 숫자에는 고유의 역할과 기능이 다릅니다. 그럼 三의 기능에 대한 것을 지금부터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주는 입체적인 공(球)입니다. 그걸 수박이라고 비유해 봅시다. 수박에는 극이 몇 개가 있을까요? 극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온전하게 이어진 상태이므로 반드시 <시 - 중 - 종>이라는 3단계를 거치게 마련입니다. 즉 수박의 어느 표면에서 시작을 하여 한 중심을 통과하면 반대편에 있는 표면으로 이어져서 온전하게 수박을 가를 적에 極데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수박을 가르면 세 개의 선이 생기면서 수박의 한 중심에 大十字가 생긴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한 중심이 생긴다는 건 곧 十字가 형성된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한 개의 선(一)만으로는 중심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심점이 없다는 건, 시 - 중 - 종 3단계가 없다는 것이니, 이건 곧 온전한 極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수박을 언제까지 가르느냐면 내면에 大十字가 나올 때까지입니다. 大十字의 중심점이야말로 내가 나온 근본이며, 우주만물도 그 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반드시 찾아가야 할 고향입니다. 수박을 한 번 가르면 십자가 없고, 두 번 가르면 두 개의 십자가 상하게 걸쳐 생기지만, 세 번을 가르면 비로소 온전한 대십자가 생깁니다. 세 번을 넘어서 가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즉 極은 3극 이외에는 불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三極입니다.
그러면 三析이라고 해야지 왜 一析이라고 했을까요? 그런 생각은 우주를 평면적으로 보았기 때문이지요. 우주는 입체입니다. 입체(立體)는 어떤 상태일까요? 立은 ‘설 립’이라고 해서 ‘서다’는 뜻이 있지요? 立은 본래 땅을 가리키는 一위에 사람이 양 팔을 벌리고 선 大가 합한 회의문자입니다. 즉, 사람이 두 팔을 벌려 좌우의 음양을 하나(一)로 만든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입니다. 즉 음양을 하나로 합할 적에 비로소 스스로 立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평면적으로 우주를 본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일까요? 그것은 천지인 셋이 하나로 조화하여 균형이 잡힌 상태를 보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天地人을 각기 하나 씩 따로 떼어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天이 먼저요, 다음이 地가 두 번째요, 人이 마지막 세 번째로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셋은 본래 동시에 벌어진 것입니다. 天一一을 첫 번째로, 地一二를 두 번째로, 人一三을 세 번째로 풀이한 글들은 모두가 우주를 평면으로 본 것입니다. 즉 無始一이라고 하여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고 천부경의 첫머리에 큰 소리로 가르치고 있는 데도 그걸 못 들었기 때문이죠.
이걸 이해하려면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중에서 아버지가 먼저요 다음이 어머니요 마지막이 자녀가 나왔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평면적인 생각이라는 겁니다. 부모와 자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나온 것으로 보면 입체적인 시각입니다. 부모가 먼저요 자녀가 나중으로 본 것은 육체적인 형상을 기준으로 본 것이고, 동시에 나왔다고 본 것은 영적인 본질을 본 것입니다. 육체적인 형상은 평면적인 사고방식이고, 영적인 본질은 입체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습니다.
一析三極은 天地人(부모와 자식)이 한꺼번에 셋으로 벌어진다는 얘기이므로 만약 三析이라고 하면 당연히 9極으로 벌어져야 합니다. 즉 天一析을 하면 1, 2, 3(혹은 1,4, 7)이 생기고, 地一析을 하면 4, 5, 6(혹은 2, 5, 8)이 생기며, 人一析을 하면 7, 8, 9(혹은 3, 6, 9)가 생겨서 도합 아홉 개(1, 2, 3, 4, 5, 6, 7, 8, 9)가 나오게 마련입니다. 天一一을 하늘이 먼저 생겨서 1이라 하고, 地一二를 땅은 두 번째이므로 2라 하며, 人一三을 인간은 세 번째이므로 3이라고 한다는 식으로 풀이를 한 것은 一析과 三析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평면적인 사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부경과 지부경의 시종은 각기 다섯 자씩으로 이루어졌으며, 그것은 네 귀퉁이로 벌어졌으므로 이것을 다 합치면 20이 나오는데, 그건 또 무슨 이치일까요?
20은 역학에서 보면 4상의 합이라고 합니다.
태극 ☯ --- 1
陽儀 − 3 2 陰儀 --- 5
太陽 6 5 少陰 少陽 5 4 太陰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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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음양은 그 합이 5가 되며, 4상은 20이 됩니다. 수식으로 정리하면 4 × 5 = 20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태극은 비록 1에 지나지 않지만 그 안에는 삼천양지(三天兩地)의 법칙에 의해 음(2)과 양(3)이 들어 있으니 5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천부경과 지부경의 시종을 다섯 자씩이 되게 한 근거였습니다. 음양이 다시 음양을 낳으면 4상이 되는데, 천부경과 지부경의 네 귀퉁이에 있는 다섯 자씩의 글자의 합과 일치합니다. 그러니까 천부경과 지부경의 시종은 곧 4상을 가리킨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천부경과 지부경은 모든 사물이 음양의 합인 5행으로 시종을 이룬다는 걸 말해주고 있으며, 5행은 천지 4방의 네 귀퉁이에 세워진 4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아예 8괘까지의 합을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