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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과 빛

영부, 精山 2012. 10. 17. 08:57

 ‘참’이란 말의 뜻은 무엇일까? 그것을 假라는 글자와 비교하면 보다 선명해집니다. 이에 대한 코쿤님의 답변은 정확하게 주제에 부응하는 내용이군요.

 

<假는 사람, 남을 뜻하는 人과 빌린다는 의미인 叚(빌 가)자가 결합한 형성문자로, 남에게 빌린 것은 가짜요 거짓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렇다면 참은 남에게 빌리지 않은 것이며, 자기 소유의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참이란 사실이나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남에게 빌리지 않고 스스로 얻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참이란 비워 있지 않고 가득 찬 것을 말하니, 하늘의 속성과 흡사 유사하네요. 부족함이 없으니 남에게 빌릴 필요가 없는 거겠죠.>

 

천봉학님의 답변은 땅에서 빌린 몸을 내어주고 다시 하늘로 돌아갈 때까지 재미있게 살자고 하였으니, 역시 假는 ‘남에게서 빌린 것’임을 인정한다고 볼 수 있겠군요. 한자를 통해서 진리를 탐구하면 매우 함축적이면서도 요령 있는 이치를 터득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요. 아마 한자를 만들어낸 분들은 범인이 아니라 궁극의 경지에 달통한 신선들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한자 자체가 진리는 아니지만, 충분히 진리로 가는 매체의 역할을 해주고 있지요. 그러기에 예부터 ‘배운 자’와 ‘못 배운 자’의 구분은 글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나누었던 거겠죠.

 

眞이 신선이 수레를 타고 승천하는 걸 가리킨 글자라면, 假는 ‘빌린 상태’를 가리킵니다. 자신의 것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빌릴 수밖에 없지요. 그걸 가리켜 ‘빚’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스스로 충만하면 ‘빛’을 발산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재미있지 않나요? 빛과 빚은 본래 같은 뿌리라는 말이죠. 즉, 진짜와 가짜는 본래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말이겠죠.

 

‘참 진’의 ‘참’은 만(滿)을 가리킵니다. 하늘은 텅 빈 것 같아도 항상 부족함이 없이 모든 걸 채우고 있지요. 대신 땅은 온갖 물질로 충만한 것 같아도 더 품으려고 하지요. 진리에 가까워진다 함은 하늘에 근접해졌다는 말이고, 이는 곧 하늘을 닮아야 한다는 말이겠죠.

 

앞에서 우리는 보이는 걸 통해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들어간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보이는 땅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하늘로 들어간다는 것과 같습니다. 하늘로 올라가는 걸 가리켜 眞이라고 하며, 그런 이치를 眞理라고 한다면, 당연히 우리는 하늘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즉, 눈에 보이는 모든 형상 중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대상은 바로 ‘하늘의 형상’이라는 말입니다.

 

성경에도 이르기를 ‘우리가 우리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자’고 하였더군요. 우리의 형상은 바로 ‘하늘의 형상’입니다.

 

오늘의 주제

하늘의 형상은 어떤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