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一三은 천지를 다 합한 인간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1과 2를 합한 三이라고 합니다. 즉, 인간은 천지를 가른 태극과 음양을 동시에 내포한 존재라는 말입니다. 인간 속에서 하늘과 땅은 함께 벌어진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천지가 드넓고 광활하다고 하여도 인간이 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합니다. 오직 사람만이 천지를 하나로 연결하여 음양의 합일을 통한 온갖 조화를 부리게 마련입니다. 사람을 상징하는 도형을 角이라고 하는데 각은 삼각형(△, ▲)의 약자(略字)입니다. 角을 ‘뿔 각’이라고 하는데, ‘뿔’은 ‘불’에서 온 말입니다. 불처럼 모든 걸 환하게 밝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角은 짐승의 머리에 난 뿔을 본뜬 상형문자라고 하는데, 머리는 밝은 깨달음을 비치는 곳입니다. 일부러 뿔난 형상을 머리에 뒤집어쓰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것은 그만큼 위엄을 세우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角은 밑에 肉(고기 육)이 있고 위에 ク(움직일 이)가 있으니 이는 곧 육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이를 ‘깨달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角은 覺(깨달을 각)과 같은 맥락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에도 무수한 지름이 있지만, 그것은 반드시 세 개의 선을 한 쌍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합니다. 이것이 人一三의 뜻입니다.
이상, 1, 2, 3을 원방각의 형상과 비교하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실, 이것은 一始한 한 개의 ㆍ에서 뻗어나간 한 개의 선을 天一一이라 하고, 두 개의 선을 地一二라 하며, 세 개의 선을 人一三이라 하였다고 보는 게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보면 人一三에 이르러서 마침내 3극이 다 드러난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하늘은 무질서와 혼돈의 상태로 있던 0에서 새로운 빛을 창조하는 조화지신(造化之神)이나타나는 곳이요, 땅은 하늘의 뜻을 그대로 비쳐주어 가르침을 베푸는 교화지신(敎化之神)이 있는 곳이며, 인간은 천지의 뜻을 활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치화지신(治化之神)이 자리 잡은 곳이라고 하는 게 우리의 전통적인 삼신사상입니다.
원방각은 평면적인 천부3인인 점(ㆍ), 횡(一), 종(丨)을 입체적인 것으로 바꾼 상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천부경의 첫 구절 ‘一始無始一析三極’을 ‘천부에서 모든 게 시작을 하는데 그것은 점, 횡, 종(원방각)이 한데 합한 것으로 이중에서 어느 것 하나만으로 시작하는 건 없다’로 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즉 一始한 一이 천부를 가리킨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이미 앞에서 어느 정도 설명을 한 적이 있는데, 천부는 一이요, 지부는 十이며, 인부는 大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원방각은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조금 더 부연(敷衍)하는 게 좋겠군요. 원은 겉으로 보면 텅 빈 듯하지만 그 속에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꽉 채워져 있습니다. 그것을 채우는 것은 무형체입니다. 그것을 어떤 사람은 ‘공기’라고도 하며, 그냥 ‘기’라고도 하는데, 이런 게 모인 곳을 허공이라고 합니다. 원방각의 원은 허공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여 불교에서 말하는 진공(眞空)을 가리키는 것도 아닙니다. 불교에서는 ‘마음에 느낌과 생각과 의지와 인식이 없는 순수하고 깨끗한 상태를 진공이라 하는데 보고 듣는 작용이 텅 빈 가운데 묘하게 있음으로 이를 진공묘유라 한다’고 봅니다.
천부경에서 말하는 天一一 즉, 원은 진공과 매유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니 그 까닭은 둘 다 절대적인 상태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것인 오직 하나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인 것은 반드시 음과 양이라는 양면을 띠게 마련입니다. 그것을 가리켜 方이라고 한다는 건 앞서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은 불교의 妙有와 너무나 흡사합니다. 진공은 비교할 상대가 없으니 순수하고 깨끗한 상태라고 할 수 밖에 없으며, 묘유는 상대적인 것이 모였으니 비교할 대상이 있게 마련이고, 그것은 여러 가지 느낌이나 작용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므로 이를 묘유와 같다고 본 겁니다. 이것을 숫자로 말한다면 진공은 0이요, 묘유는 一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러나 0에도 음양과 3극이 있고, 1에도 음양과 3극이 있다고 본 것이 천부경의 원리라는 것이 불교와 다른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즉, 진공은 그냥 막연하게 無라고 하였지만, 천부경에서는 그 속에 이미 3극이 하나인 상태로 있다는 걸 밝혔습니다. 3극이 一이 되어 회전을 하기 때문에 원형이 생긴 것입니다. 3극은 어떻게 해서 회전을 할까요? 그것은 음양이 있어 서로 부딪치기 때문입니다. 음양은 어떻게 해서 부딪칠까요? 그것은 음양을 조절하는 존재가 있기 때문인데, 그것을 가리켜 中性(土)이라고 합니다. 즉 음이 중성으로 기울면 음이 강하게 되고, 양이 중성으로 기울면 양이 강하게 되어 회전이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중심에 있는 중성이 음으로 기울거나 양으로 기울게 되면 회전을 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순수한 음과 양은 본래 한 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에 스스로 조화하거나 교류하는 능력은 없습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음양을 동시에 지닌 중성이 있어서 때로는 음으로 기울고, 때로는 양으로 기울면서 변화를 하게 마련입니다. 이처럼 음, 양, 중성이라는 셋이 있는데, 이를 천부경에서는 3극이라 하였고, 양을 天一一, 음을 地一二, 중성을 人一三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원은 셋이 하나 된 절대성을 기반으로 한 회전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에는 영원함, 대자유, 원만함, 절대성, 독선(獨善), 무등(無等), 회전(回轉) 등의 뜻이 들어 있습니다.
방(方)에도 역시 3극이 들어 있는데, 이걸 숫자로 나타내면 4, 5, 6이라고 한다는 건 앞서 말한 바 있습니다. 천원(天圓)을 가리키는 3극은 1, 2, 3이라고 했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一二三은 전부 갈라지는 모습을 가리킨다면 四五六은 전부 모이는 모습을 가리킨다고 하였지요? 그러나 方의 모습은 음양이 서로 거울이 되어 비교하고 분별하는 상징이라고 본다면 4, 5, 6도 역시 그런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보아야겠지요. 4는 1과 3이라는 홀수끼리의 합이요, 2와 2라는 짝수끼리의 합인데 이처럼 같은 종류끼리의 합이기 때문에 地之天이라고 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즉, 4는 땅에 속한 수이기 때문에 모임과 비교를 상징하게 마련인데 땅에서도 天에 속하는 수이기 때문에 天一一의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한 가지 종류로만 모이게 된 겁니다. 그럼, 5는 地一二이기 때문에 음양이라는 서로 다른 종류끼리 모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1과 4, 2와 3이 합한 5라고 하게 된 겁니다. 이렇게 보면 4보다는 5가 더 음양의 조화에 적합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겁니다. 다음으로 6은 人一三의 원리에 따라 천지인의 2극이 합하였으니 6이라고 하게 된 겁니다. 1극에서의 人一三은 천지인 셋의 1극이 합친 것이므로 3이라고 한 것과 잘 비교해 보기 바랍니다. 이처럼 方을 숫자로 풀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일이 아닌가요?
여하튼 方에는 天一과 달리 地二라고 한 원리에 따라 모든 사물이 상대적으로 벌어져 상하로는 二로 한 쌍이 되고, 좌우로는 ‖로 한 쌍이 되는데 이 둘을 하나로 합치면 □이 됩니다. ◯이 회전운동을 한다면 □은 정지된 상태를 보여줍니다. 하늘을 動이라 하고, 땅을 靜이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데에 근거합니다. 인체에서도 무형인 마음을 動이라 하고, 유형인 육신을 靜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方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는 방(房)이 있습니다. 戶(지게 호, 문 호)안에 方이 들어간 글자인데 주로 사람이 거주하는 장소를 말합니다. 또한 防(둑 방), 訪(찾을 방), 妨(방해할 방) 등에서 보는 것처럼, 方이 들어가는 문자들은 대개 무언가를 안전하게 보전하거나 찾으며, 외부로부터 막아주는 상징입니다.
角은 天一과 地二를 합한 人三이라고 하는데, 동정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3각형은 그 모습이 가장 단단하면서도 듬직하며 날카롭게 생겼습니다. 단단한 것은 하늘의 1陽의 성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요, 듬직한 산처럼 생긴 것은 2음의 상태를 품고 있기 때문이며, 날카로운 것은 음양의 조화와 균형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중심에도 역시 3극이 들어 있으니 7, 8, 9가 바로 그것입니다. 7은 하늘이 사람 속에서 중도를 찾은 것이요, 8은 땅이 사람 속에서 중도를 찾은 것이며 사람이 사람의 중도를 찾으면 9라고 합니다. 자세한 것은 ‘五七一妙衍’에서 할 것이므로 그곳을 참고하기 바라고, 여기서는 개략적인 것만 소개하기로 하는데, 7은 인간의 무지와 미개함을 밝히는 하늘의 가르침이요, 8은 인간의 의식에서 밝혀진 땅의 용도이며, 9는 정신적인 면이나 물질적인 면에 걸쳐 자유로운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번에는 전통적인 3극에 대한 걸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민족이 믿어 온 3극은 무극, 태극, 황극을 가리킵니다. 거기에 숫자를 붙여서 말을 하면 十無極, 一太極, 五皇極이라고 합니다. 이 3극을 앞에서 말한 天一一地一二人一三과 연결시킨다면 天一一은 一太極이 하늘에서 움직인다는 말이요, 地一二는 十無極이 땅에서 움직인다는 말이고, 人一三은 五皇極이 사람 속에서 활동한다는 말입니다. 하늘에서 벌어지는 건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한 것이므로 一이라 하는데, 그건 반드시 9극까지 벌어진다. 비록 아홉 개이지만 모두 동일한 것으로 그것은 모든 사물의 기초가 되므로 태극이라고 부릅니다.
1태극은 이미 그 속에 음양을 내포하고 있지만 형상으로 나타나지는 못합니다. 그것이 땅에서 벌어지면 天一과 地一이 十을 하는 모양으로 나타나서 十無極이라고 하는데, 무극이라고 하는 이유는 둘이 한 몸이 되면 영원히 순환을 하기 때문입니다. 태극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여도 1 혼자서는 아무런 순환도 할 수 없기에 반드시 十을 통해야 합니다. 十이라 함은 하늘의 음양이 땅에서 4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나온 숫자인데, 1, 2, 3, 4를 합하면 10이 된다. 4방이 갖추어지면 막히는 데가 없이 모두가 다 통하므로 무극이라고 합니다.
천지가 합하면 중도에 해당하는 자녀가 태어납니다. 즉 3극이 다 성립합니다. 이렇게 되면 세 개의 선이 합한 대십자의 형상이 됩니다. 천지가 합하면 자녀에 해당하는 인간이 나오고, 그 인간이 천지를 대신하여 만물을 다스리므로 皇極이라 하였습니다. 황극은 천지와 인간이라는 셋이 합하였는데, 그걸 숫자로 표현하면 11입니다. 즉, 1은 10과 합하여 1을 낳아 11이 되고, 2는 9와 합하여 1을 낳아 11이 되는데, 11을 이루는 짝이 다섯 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