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와 팔괘
우주는 시공으로 이루어졌다. 宇는 공간적인 집을 가리키고, 宙는 시간적인 집을 가리킨다는 것은 이미 옛 어른들이 밝혀놓았다. 우를 주보다 앞세워 말한 까닭은 하늘이라는 공간을 땅이라는 시간보다 앞세운 결과다. 이는 곧 體보다 用을 앞세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무경에서는 ‘宙宇’라고 하여 거꾸로 배치를 하였으니, 그 이유는 ‘후천은 侍天主’가 되기 때문이다. 즉, 선천에서는 체를 중시하였기에 신의 형체를 믿었으나, 후천에는 신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인간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여하튼 우주를 비롯한 모든 만상은 ‘음양’의 전개에 지나지 않는다. 음양을 다른 말로 건곤이라 하고, 천지라고 부른다. 건은 天이요, 곤은 地라고 한다. 乾도 역시 天이요, 坤도 역시 地라고 한다. 그냥 순한글로 하면 ‘하늘과 땅’이라고 하면 그만인 걸 왜 건곤과 천지로 나누었을까?
그러기에 한자는 어렵다고 할 수밖에. 하지만 그 의미를 알면 오히려 사물을 분간하는 데에는 한자가 훨씬 더 간명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같은 하늘이라고 하여도 乾에는 아침 해가 솟아오르며 초목이 위로 뻗어가는 형상을 가리키지만, 天은 천지인 3재가 무형의 요소로 뭉쳐 있다는 걸 가리킨다. 즉 乾에는 무언가 솟구치면서 퍼지는 걸 상징하는 반면, 天에는 만물의 형상을 모두 품고 있는 상징임을 알게 된다.
오늘의 주제
건을 가리켜 ☰이라 하고 곤을 가리켜 ☷이라 한다. 아마 인류가 고안해 낸 것 중에서 이처럼 위대한 부호도 없으리라. 건곤을 색, 소리, 형상, 변화, 장소 등의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