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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와 팔괘 3

영부, 精山 2012. 10. 27. 09:19

어제의 주제는 땅을 가리키는 곤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코쿤님의 답은 <땅은 누런색이며, 오행으로는 토이고, 순음의 기운이므로 모든 물질을 수용한다>고 하였군요. 또한 <건과 천의 가장 큰 차이는 건은 유형의 하늘이요 천은 무형의 하늘이라는 데 있습니다. 乾이란 글자를 보면 태양을 받들면서 무언가를 구걸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반해 天은 천지인 삼신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것은 같은 하늘이라도 건은 유형이며 천은 무형이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곤과 지의 차이도 마찬가지입니다>고 하였군요.

 

혼자서 답을 달아주느라 수고 많습니다. ㅎㅎ 지금은 외롭고 힘들지도 모르지만 결코 이 세상은 공짜가 없지요. 눈에 안 보이는 기의 교류라는 게 있으니 들인 정성만큼 보응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지금 자세히 보니 ‘물의 나라’님이 올렸던 문제의 글이 안 보이는군요. 아마 슬쩍 내린 모양인데 애초에 그럴 걸 뭐 하러 올렸나요? 자신이 뱉은 말 한 마디는 온 천하와도 바꾸지 않을 귀중한 것이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아셨으리라 믿습니다. 매일 많은 글을 올리는 나는 한 시도 그런 의식을 빼 먹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난 당당하게 만 천하에 내 글을 발표하는 겁니다.

 

코쿤님의 답변 중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게 있군요. 그것은 乾은 유형이요, 天은 무형이라는 견해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거꾸로 보아야 할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乾, 坤, 坎, 離, 震, 巽, 艮, 兌 등은 전부 형상이 없는 것들이지만, 天地, 水火, 山澤, 雷風 등은 모두 형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乾은 純陽을 가리키는 것이고, 그런 기운이 모여서 이루어진 형상을 가리켜 天이라고 했다는 말입니다. 純陰을 가리켜 坤이라 하고, 그런 기운이 모여서 이루어진 형상을 地라고 하였지요.

 

3효가 모두 양효로 이루어진 乾은 시, 중, 종이 모두 一한 상태를 가리키고, 반대로 坤은 시, 중, 종이 모두 - - 한 상태를 가리킨다는 뜻이죠. 一은 충만한 상태를 가리키고, - -은 중심이 텅 빈 상태를 가리킵니다. 즉 하늘은 양의 기운이 충만하다는 말이고, 땅은 양의 기운이 텅 비었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양의 기운을 발산하는 걸 가리켜 乾이라 하는데, 그런 형상을 天이라 한 것이죠. 반대로 양의 기운을 받아 들이는 걸 가리켜 坤이라 하는데, 그건 곧 음의 기운을 드러낸다는 말과 같습니다. 음의 기운은 모든 걸 다 받아들이기에 항상 중심을 텅 빈 모습으로 취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기운이 모이면 地가 됩니다. 그런데 막상 地를 보면 텅 빈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단단하게 흙이 뭉친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온기가 들어 있으니, 양을 받아들인 상태입니다. 따라서 - - 의 텅 빈 중심은 ‘양’을 채운 모습이라고 보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곤괘는 한 점의 양기도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그것은 장차 모든 양을 다 받아들이는 상징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습니다.

 

모든 걸 다 받아들이려면 아무래도 속이 깊어야 겠지요. 그걸 색으로 나타내려면 검은 黑색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그래서 구성학에서는 곤괘를 흑색이라고 봅니다. 모든 걸 받아들이는 걸 오행으로는 土라고 했지요. 천자문에서는 땅을 ‘누런 색’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땅이야말로 흙이 단단하게 눌리고, 다져진 상태인 동시에, 더운 양기가 식은 상태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와 대조적인 하늘은 아무 물질이 없다 하여 ‘검다’고 본 천자문의 견해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다른 괘도 이렇게 보면 될 겁니다.

 

오늘의 주제

인체에서 건곤을 찾는다면 어디에 해당할까? 동물은 무엇이며, 식물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