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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서열과 명칭

영부, 精山 2012. 11. 2. 08:25

조선은 성리학 이라는 유교이념을 기초로 해서 세워진 나라였습니다.
성리학은 사회 전반에 걸쳐 질서를 매우 중요시 여깁니다.
그래서 모든 것에 엄격한 서열을 정했습니다.

사람들도 양반, 상민, 천민이 나누어져 평등하지 않은 계급사회였고,
또한 이를 당연시 여기던 사회였습니다.
사회적으로 하는 일도 달랐고, 먹는 것, 입는 것도 계급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또한 건물도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건물에도 서열이 있었다는 말이죠.
건물에는 어떻게 서열을 매겼을까요?

옛건물은 그 건물 주인의 신분에 따라 모양도 다르게 짓고, 이름도 달랐습니다.


"전(殿)"은 임금이나 임금님과 같은 급의 사람, 또는 신(부처님)이 있는 곳에만 쓰는 것입니다.
즉, 가장 격이 높은 건물에 붙이던 이름입니다. 따라서 건물의 크기도 가장 웅장하고 화려합니다.


절에서도 ‘XX전’은 ‘대웅전’이나 ‘무량수전’과 같이
부처나 보살과 같은 신들을 모신 건물에만 쓰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지요.

‘당’은 규모가 비슷하더라도 왕보다 신분이 조금 낮은 사람이 쓰거나
일상생활 공간에 붙이던 이름입니다.
절에서도 고승을 모신 전각을 '조사당' 이라고 하지요.
아무리 고승이라고 해도 신들보다는 격이 하나 낮은 셈이지요.

‘헌’은 대청이 있는 집으로, 지방의 군,현의 현감이 쓰는 건물 정도에 쓸 수 있는 이름이었습니다.
사극을 보면 고을의 원님(사또)이 앉아 있는 대청의 현판에 `동헌` 이라고 쓰여있죠?

‘각’은 궁궐, 절, 객사 같은 곳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건물로
대개 1층 팔작집으로 지어지지만, 원래는 누와 함께 2층 건물을 뜻합니다.

‘루’는 온돌이 아니라 땅에서 사람높이 정도로 높이 올려 지은
건물을 말합니다. '루'와 '각'을 묶어서 누각이라 하지요.

‘정’은 루와 거의 비슷한 구조와 역할을 합니다만
'루'가 대중의 공간인데 반하여 '정'은 개인의 공간을 지칭합니다.

경복궁의 근정전은 왜 근정전(勤政殿)일까요?
그것은 나라를 돌보는 일에 근면하라는 뜻입니다. 근면하게 정치를 하라. 이런 뜻이지요.
왕에게 편히 쉬면서 나라 일을 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늘 수양하며, 성실하라고 요구한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조상들은 건물의 이름을 짓는 것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건물에 걸맞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럼 경회루(慶會樓)는 무슨 뜻일까요?
임금이 올바른 정치를 하는 데는 함께 일하는 사람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임금과 신하가 덕으로써 경사스럽게 서로 만나자는 뜻에서 경회라고 한 것이지요.

(자료출처 : 문화재청, 두산세계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