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6이라고 한 게 아니라 ‘大三合六’이라고 한 문구에 주목해야 할 겁니다. 그것은 큰 셋을 합한 6이라는 말인데, 그냥 셋이 아니라 ‘큰 셋’이 과연 어떤 걸까요? 만약 ‘大三’이라 하지 않고 그냥 ‘三’이라고만 했다면 그건 필시 三極을 가리켰다고 봅니다. 그러나 大三이라고 하면 적어도 두 개 이상이 서로 합한 셋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3극과 불가분의 관계여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직전(直前)에 ‘一積十鉅無櫃化三‘이라고 하였다는 사실을 놓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無櫃化三에 대한 설명이 바로 天二三地二三人二三이기 때문입니다. 천부경을 풀이한 글들을 보면 거의가 이런 점을 놓친 채, 무궤화삼은 그냥 ’아무런 틀이 없는 영원한 자유‘를 뜻하는 것이지, 大三合六과는 무관한 것으로 풀이들을 하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풀이를 하면 앞과 뒤의 문맥이 결코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없다는 건 자명(自明)해 집니다. 앞서 ‘無櫃化三’에 관한 설명에서 有櫃는 十字가 아닌 大十字를 가리킨다고 했던 게 기억날 겁니다. 十字는 아홉 개이고, 大十字는 한 개라고 한 것도 기억이 날 겁니다. 大三合六은 아홉 개의 十字 중에서 여섯 개의 十字를 가리킨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1극인 1, 2, 3과 2극인 4, 5, 6이 맺은 여섯 개의 十字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겁니다. 그럼, 나머지 세 개의 十字는 왜 大三合에 속하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은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1극은 천극이니 天父가 되고, 2극은 地極이니 地母가 되며, 둘 사이에서 태어난 3극은 人極이니 人子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6에서 生七八九라고 하게 된 겁니다.
수박을 세 번 가르면 표면에 여섯 개의 十字가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대삼합육입니다. 상하, 전후, 좌우라는 六虛에 걸쳐 생긴 여섯 개의 십자! 바로 그것이 대삼합육의 정체였습니다. 그런, 여섯 개의 십자는 도대체 무얼 상징할까요? 그것이 낳은 7, 8, 9는 또한 무얼 의미하는 건가요? 이런 것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한, 천부경은 민족의 성전(聖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섯 개의 十字는 수박을 세 번 갈라서 생기는데, 내면이 아닌 표면에 나타납니다. 표면에 나타난다는 말은 사물의 외형에서 볼 수 있다는 말이니, 이는 곧 사물의 형상을 가리킵니다. 十字는 5음과 5양을 가리키는데, 6허에서 十字가 생겼다는 말은 6허를 통해 5음과 5양을 깨달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6허는 1신이 나누어진 3극이 돌아다니는 여섯 개의 통로를 가리키는데, <상하 - 전후 - 좌우>를 가리킨다는 건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태초의 한 점 ㆍ이 여섯 방면으로 통로를 만들면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것은 여덟 개의 조각인 팔괘(八卦)입니다. 그럼, 그 8괘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건 특별한 장소와 시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항상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여 한 덩어리(一)로 존재하던 것인데, 1석3극에 의하여 8괘로 분류되었을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정리를 할 수 있습니다.
<一析에 의해서 나타나는 무형은 三極이라 하고, 유형은 八卦라 한다>
지부경에서는 이를 가리켜 ‘行三八政’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를 인체로 말한다면 정, 기, 신(혹은 성, 명, 정)이라는 3보와 8등신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3보는 무형적인 것이며, 8등신은 유형적인 것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8괘를 공부한다는 건 8등신을 본다는 것이요, 8괘를 이루고 있는 3효는 3보라고 보면 틀림이 없습니다. 3보에는 각기 음양이 있어 서로 곱을 하면 2 × 2 × 2 = 8등신이 되고, 합을 하면 2 + 2 + 2 = 6기가 됩니다. 이처럼 6과 8은 2로 상징되는 천지인 3신의 음양을 더하느냐, 아니면 곱하느냐의 결과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금은 大三合六을 다루고 있는 중이니 계속해서 6에 대한 것만 살피기로 하겠습니다. 六이라는 한자를 보면 亠와 八을 합한 모양인데, 亠는 入으로 보아 겉으로 드러난 八을 안으로 들이게 한 것이 六이라는 걸 말해준다. 즉 6은 8이 안으로 들어간 숫자입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四가 있는데, 六보다 더 八을 안으로 가둔 모습입니다. 이처럼 천지인의 음양이 형태로 8방에 드러난 8괘에 비해 6은 아직 허공 속에 그 모습을 숨긴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질로 화하기 전의 상태를 가리켜 기(氣)라고 하므로, 6은 육기(六氣)라고 부릅니다. 6기속에 들어 있던 3계의 음양이 8개의 형태로 허공에 걸쳐진 상태가 바로 8괘다. 괘(卦)는 ‘걸 괘’라고 합니다.
이것을 인체에 비유한다면 8등신은 인체의 6기가 구체적인 형태를 취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기는 본래 풍기(風氣), 한기(寒氣), 서기(暑氣), 습기(濕氣), 조기(燥氣), 화기(火氣)를 가리키는데, 육식(六識 : 안이비설신의)의 기본바탕을 이룹니다. 사람이 기운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육식의 조절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은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대삼합육생칠팔구는 사실 육식에서 칠정(七政, 七情), 팔괘(혹은 八風, 八物), 구궁(혹은 9변, 9천)의 이치를 환하게 깨닫는다는 뜻입니다.
‘일적십거무궤화삼’을 ‘대삼합육’이라고 한다는 건 방금 전에 한 말인데, 6이 무궤라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박의 표면에 생긴 외형적인 十字이기 때문입니다. 외형은 아무리 화려하다고 해도 실상이 아니기 때문에 無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이 세상 모든 걸 담는 그릇인 櫃(十)이므로 無는 무이지만, 無櫃라는 표현을 썼던 겁니다.
6은 정말로 신비한 숫자입니다. 물의 결정(結晶)도 6각형이며, 빛의 방사형도 6각형입니다. 벌집도 6각형이며, 피라밋도 6각형입니다. 사실 6각형은 두 개의 삼각형이 합친 모양입니다. 3각형은 人一三에서 온 것이므로 6각형은 결국 사람의 의식에서 음양이 합친 상태를 가리킵니다. 만물은 다 음양으로 이루어지지만 그것을 하나로 묶는 곳은 바로 인간의 의식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6이 아니면 모든 사물은 본래 속으로만 품고 있던 형상이 드러나지 못합니다. 이것은 5행이 모든 사물을 음양으로 짝을 맺게 하는 것과 달리, 6기나 6식은 천지인의 형상을 온전히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5행은 1陽水, 6陰水와 2陰火와 7陽火, 3陽木과 8陰木, 4陰金과 9陽金 등으로 모든 사물을 음양이라는 짝으로 변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 반면에, 6기는 天一一을 구체적인 7성으로, 地一二를 구체적인 8괘로, 人一三을 구체적인 9천으로 화하게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걸 좀 더 심층적인 면으로 생각을 한다면, 0과 1에 대한 걸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0은 부동(不動)이지만 그 속에는 반드시 움직이는 존재가 있어 육도(六道)를 지나게 마련입니다. 0은 영(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사전에는 ‘죽은 사람의 혼백’을 영이라고 하는데, 살아 있는 사람의 혼백을 가리키는 신(神)과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죽은 상태라 함은 곧 부동(不動)하는 음적인 면을 말하고, 살아 있는 상태는 양적인 면을 가리킵니다. 그러기에 0을 영(靈)이라 한다면 一은 신(神)이라 합니다. 0은 고요한데 반해 1은 역동적입니다. 靈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神은 시공을 가리지 않고 항상 자신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0은 잘 변하지 않지만 1은 항상 그 모습이 변하는 것처럼, 靈은 그 모습을 보기 힘들지만 神은 항상 사물의 변화를 따라 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0은 아무리 갈라지거나 합해도 항상 0의 모습이지만, 神은 음양, 삼신, 4상, 5행, 6기, 칠성, 8괘, 9천 등으로 다양한 변화를 하고 있습니다. 0이 수박의 외형적인 형상을 가리키고, 一은 그 내면을 가르는 것처럼, 靈은 영대(靈臺)가 되어 신(神)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 무대가 됩니다. 이처럼 0과 1에는 대조적인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하여 6에 대한 의미를 알아볼까요? 6에는 네 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0 + 6인데 이것은 텅 빈 수박의 몸통에 여섯 개의 길이 생긴 상태를 가리킵니다. 수박의 표면에 여섯 개의 十字가 나타나는 것은, 0과 6의 상관성을 말해주는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靈에는 무형이지만 六氣가 있다는 증거를 해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1 + 5 = 6인데, 5행과 그 기본을 합한 셈입니다. 태극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太易(水) - 太初(火) - 太始(木) - 太素(金) - 太極(土)라는 5행이 그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이처럼 5행과 그 기본바탕을 합한 수를 가리켜 6이라 합니다.
셋째, 2 + 4 = 6이 되는데, 八이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간 六에서, 다시 더 속으로 단단하게 들어간 四를 거쳐 마침내 음양의 기본인 二가 되는 게 짝수의 흐름입니다. 그중에서 4와 2를 합한 것이 6이니, 이는 곧 6기에는 음양과 4상이 모두 들어 있다는 말입니다. 넷째, 3 + 3 = 6이니, 이것은 3음(궐음, 소음, 태음)과 3양(소양, 양명, 태양)의 합을 가리킵니다. 3음과 3양은 6기가 되어 각기 60일씩 운기를 주관하는 것으로 대자연은 물론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六氣學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