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살펴본 것 이외에도 6은 11의 중심 수가 되니 11귀체의 중심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9의 중심 수가 5라는 것과 비교하면 그 의미가 선명해집니다. 9는 0과 1중에서 석삼극하는 1析이 천지인 3신으로 벌어진 변화의 상징입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게 5, 즉 5행이라고 한 것과 11의 중심을 6이라고 한 것과 어떤 차이가있을까요? 11은 0과 1, 그리고 0과 1이 합한 10의 셋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지부경에서 말하는 ‘折化三三’의 가장 기초적인 상태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운삼사성환’에 대한 풀이를 하겠습니다. 이것은 비교적 쉽기 때문에 별다른 이견이 없이 ‘3과 4로 움직여 고리를 이룬다’는 풀이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견해들도 상당수가 있는데, 예를 들면 運을 앞의 구절인 九와 함께 붙여서 ‘九運’이라고 해야 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9가 움직여 3과 4로 둥근 고리를 만든다’는 풀이가 나오겠군요. 이걸 우리말로 풀이한 글을 인용한다면 “큰 셋은 합하여 여섯으로 태어납니다. 일곱과 여덟과 아홉으로 움직여 셋과 넷으로 성숙하지만 고리가 되어 다섯과 일곱과 하나입니다”로 하였더군요.
이처럼 다양한 풀이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앞의 문맥과 단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일관성이 없는 풀이라면 백발백중 文字나 字句풀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십상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九運’이라고 하건, ‘運三四’라고 하건 아무런 무리수가 없이 매끄럽게 문맥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6에서 7, 8, 9가 生하였으면 그것이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일 건 당여한 일이겠지요. 상세한 것은 지부경의 ‘천일관오칠지일관사팔인일관육구’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三과 四에 대한 것을 위주로 하겠습니다.
三과 四는 天極의 꼬리와 地極의 머리입니다. 천극은 始一, 中二, 終三으로 벌어지며 地極은 始四, 中五, 終六으로 벌어집니다. 천극은 사물이 갈라지는 상징이요, 지극은 반대로 모이는 상징입니다. 그렇다면 천지의 꼬리와 머리가 연결하면 갈라진 걸 하나로 합한다는 말이 되겠군요. 한 점에서 세 개의 선이 갈라져 나가는 걸 三이라 한다면, 그 한 개의 선은 동서남북 4방으로 통하게 마련인데 이 넷을 四라고 보면 어떨까요? 천지의 꼬리와 머리가 하나로 연결하면 둥근 고리를 이루는 셈이니 이를 成環이라고 하게 된 겁니다. 또한 3과 4를 합하면 7성이 되어 밤하늘을 빛으로 둘러싼 고리를 이루는 셈이고, 3과 4를 곱하면 12가 되어 시간의 고리를 이룹니다. 이처럼 3과 4는 다양한 成環을 하고 있습니다.
三과 四가 고리를 이루고 있는 것은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면 대자연은 天地人三才를 주체로 삼고 각기 4방을 돌고 있습니다. 天은 子午卯酉라는 땅의 네 기운을 돌고 있으며, 地는 辰戌丑未라는 네 기운을 돌고, 人은 寅申巳亥라느 네 기운을 돌고 있으니 이 모두를 합하면 12지지가 나옵니다. 12지지는 하루 12시간을 이루고, 나아가서는 1년 12개월이라는 커다란 고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체도 역시 12경락이라는 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12경락도 巳亥厥陰風木(人), 子午少陰君火(天), 丑未太陰濕土(地), 寅申少陽相火(人), 卯酉陽明燥金(天)에서 보는 것처럼 천지인 3재가 각기 4상으로 벌어져 인체의 기를 유통시키는 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모형을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엄지를 제외한 네 가락들은 모두 세 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니, ‘운삼사성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네 가락은 우주를 떠받치는 네 기둥, 즉 4상을 의미하고 세 마디는 3극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엄지는 무얼 의미할까요? 엄지 한 가락은 1태극이며, 두 마디로 이루어졌으니 그것은 태극은 음양의 합일이라는 사실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옛글에 ’太極生兩儀‘라고 한 것은 이것을 가리킨 셈이죠.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1태극에는 2음양이 있고(엄지), 3삼재는 4사상과 동체(同體)라는 사실입니다(네 가락). 또한 네 가락과 엄지를 합하면 5행이 된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합니다(다섯 가락).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다섯 가락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1태극에서 음양, 3재, 4상, 5행이라는 다섯 가지의 숫자가 들어있습니다. 엄지를 제외한 가락은 8가락이니 이는 곧 8괘를 가리키고, 세 마디로 되어 있으니 도합 24마디가 나오는데 이것은 1년 24節氣가 됩니다. 節氣라는 용어 자체가 ‘마디‘라는 말인데, 한 절기는 15일이요, 15일은 三候요, 一候는 5일이요, 5일은 60시간입니다. 한 절기가 3후 15일로 된 것은 하도의 중심에 있는 天5, 地5, 人5의 합을 가리키는 셈이니, 3재가 5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15일이 4방으로 순환을 하면 15 × 4 = 60이 되니 이것도 역시 3과 4가 成環하는 양상입니다.
두 마디인 음양으로 내포한 엄지손가락이 좌우에 한 개씩 두 개요, 엄지발가락도 역시 두 개이니, 이는 곧 하늘(손)이나 땅(발)에는 각기 음태극과 양태극이 있다는 말이고, 도합 네 개가 되니 천지에는 4상이 있다는 말이며, 그것이 다시 두 마디씩으로 갈라져 도합 8마디를 이루고 있으니, 이는 곧 8괘를 주체로 삼는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엄지에도 8괘가 있고, 나머지 네 가락에도 8괘가 있는데,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엄지의 8괘는 두 마디(음양)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두 마디 × 네 가락), 나머지 네 가락의 8괘는 세 마디(3극)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게 다릅니다. 엄지는 수족의 8마디를 다 합한 8괘이지만, 나머지 가락들은 좌우 손에도 8가락, 좌우 발에도 8가락으로 8괘가 됩니다. 이것은 본래 8괘는 음양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이 運三四成環을 하게 되면 12마디가 4상을 순환하면서 48마디가 된다는 말입니다. 48은 지리수(地理數)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6기가 8괘에 충만한 상태입니다. 이에 비해 5행의 이치가 충만하면 天文 40이라고 합니다. 즉, 천문은 사물의 이치를 밝힌 것이요, 지리는 사물 속에 대자연에 스민 기운을 가리킵니다.
이와 같이 삼사성환은 그 작용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그것을 인체에 비유하면 성명정(혹은 정기신)이 머리의 이목구비와 몸통의 사지(四肢)를 통해서 운행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형상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은 8절과 8등신을 통해서이고, 정감으로 드러나는 것은 7정을 통해서입니다. 3신이 7정으로 드러나면 21이 되고, 8절로 드러나면 24가 되며 이 둘을 합하면 낙서의 45가 나옵니다. 또한 4상이 7정과 맞물리면 28수가 나오고, 8상으로 드러나면 32상이 되며, 이 둘을 합하면 60갑자가 나옵니다. 이런 수리는 너무 방대한 것이므로 생략할 수밖에 없지만 틈날 때 마다 생각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