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곤에 가까울수록 변화의 폭이 적다는 것은 어제 말한 바와 같다. 멀어질수록 변화의 폭이 크게 마련이므로 건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진장남과 곤괘에서 제일 먼 곳에 있는 손장녀에서 실제적인 개벽이 발생할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에 용담도의 서북방에는 5진뢰가 자리하고, 동남방에는 7손풍이 자리하여 천부경에서 말하는 ‘五七一妙衍’을 이루었다. 巽괘는 鷄(계)요, 震괘는 龍(용)이니, 이른바 ‘계룡’은 ‘오칠일묘연’을 가리킨 셈이다. 자세한 건 용담도에서 언급할 성질이고, 여기서는 계속하여 복희도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
어제도 역시 코쿤님이 답을 하였으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북과 서남간은 하늘 끝과 땅 끝을 상징하고 있는데, 이는 한겨울의 음기 속에서 강력한 양기가 발생하고, 한여름의 양기 속에서 강력한 음기가 발생하는 곳이라는 말입니다. 이처럼 진괘와 손괘는 하늘 끝과 땅 끝을 각각 상징하는 데요. 이것은 음이 발생하는 곳은 하늘이지만 모이는 곳은 땅이라는 사실과 반대로 양은 땅에서 발생하고 하늘에서 모인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지요.>
간명하지만 핵심은 다 들어 있다. 진괘의 물상을 가리켜 雷(우레 뇌)라고 한 것은, 위에 두텁게 싸인 음기를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는 양기가 깨부수려는 상황을 말한 것이고, 손괘의 물상을 風(바람 풍)이라고 한 것은, 상승하는 강력한 양기에서 벗어단 막강한 음의 기세를 가리킨 것이다. 즉, 진괘의 밑에 있는 1양을 雷라고 한 것이며, 손괘의 밑에 있는 1음을 風이라고 한 것이다. 雷는 양이 위에 있는 음기와 충돌하여 발생하지만, 風은 음이 위에 있는 양을 피하여 달아나는 모습이다. 이처럼 손괘는 ‘도망, 피신’ 등을 가리킨다.
진괘는 동북방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곳은 건괘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이다. 즉, 순양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막 하늘로 치고 올라오는 양의 기세를 가리킨다. 그걸 나무로 친다면 강력한 양기가 생장을 주도하기 시작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시기적으로 본다면 凍土(동토)에 빛을 던지기 시작하는 초봄이라고 할 수 있으니 立春(입춘)에 해당한다. 하루로 치면 동산에 태양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때가 된다. 인생으로 치면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하는 소년기에 해당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손괘는 서남방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곳은 곤괘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이다. 즉, 순음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막 하늘에서 내려 온 음의 기세를 가리킨다. 그걸 나무로 친다면 생장의 단계를 벗어나 성장(成藏)을 주도하기 시작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말한다면 炎上(염상)에서 벗어나 서서히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는 늦여름과 초가을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으니 이를 立秋(입추)라고 한다. 하루로 치면 서산에 태양이 지기 시작하는 때이고, 인생으로 치면 청년기를 갓 벗어난 장년기에 해당한다.
오늘의 주제
진괘가 위에 있고 손괘가 밑에 있으면 ‘뇌풍항(雷風恒)’이 된다. 하늘에서는 번개가 치고 땅에서는 바람이 부는 형국인데, 왜 恒이라고 했을까? 恒은 ‘항상’, ‘변함 없이’라는 뜻인데, 가장 극심한 변화를 상징하는 뇌풍을 어째서 恒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