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종호운종룡(風從虎雲從龍)라는 말씀은 예로부터 군신간의 만남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호랑이와 바람을 연결시킨 까닭은, 그것이 손괘와 닮았기 때문이다. 손괘의 형상은 1음이 양의 권역에서 벗어났으니, 이는 곧 어두운 밤의 세계를 포효(咆哮)하는 호랑이와 같다고 본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용을 구름과 연결시킨 것은, 1양이 하늘(위)에 있는 먹구름을 타고 오르는 진괘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부터 용은 물을 얻어야 한다고 하였으니, 그것은 곧 구름을 가리킨 셈이다. 어제의 주제는 <용은 흐린 날에 승천을 한다고 하는데, 그걸 용담도의 팔괘에서 찾는다면 무엇일까?>라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코쿤님의 답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하면서도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코쿤님은 <날씨에 8괘를 적용해 보면, 兌괘는 맑은 하늘에 떠있는 양털구름이요, 離괘는 먹구름이요, 巽괘는 땅으로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라고 볼 수 있고, 坎괘는 빗물이 땅에 고인 상태를, 艮괘는 홍수에 잠긴 산을, 그리고 용을 뜻하는 震괘는 비가 내릴 때의 우레와 번개라고 볼 수 있는데, 이 震괘가 흐린 날을 뜻하는 巽괘를 만나야 승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용담도에서 찾는다면 7손풍이라 할 것이며, 천부경에서의 五七一妙衍은 이를 말함입니다.>고 하였다.
8괘를 날씨에 대비하면 여러 가지의 의미가 나온다. 그중에서 코쿤님의 답은 주로 ‘비’와 연관 지은 것이다. 건괘는 쾌청하여 구름 한 점 없는 상태이고, 태괘, 리괘 ... 등 건괘에서 멀어질수록 양기가 없어지면서 음기가 많아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그런 면에서는 코쿤님의 견해가 탁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용이 흐린 날에 승천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용 자체가 양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양은 음을 만나야 승천을 하는 법이다. 남성은 여성을 만나야 승천을 한다. 물론 이때의 승천은 생명을 잇는 일이다. 생명은 하늘에서 온 것, 즉 하늘의 씨앗을 형상으로 나타낸 것이니 생명을 남녀가 합하여 생명을 잇는 일은 곧 승천을 의미한다. 용이 물을 얻어야 승천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으니, 수증기가 모여서 구름을 이루기 때문이다. 수증기는 강력한 양기가 승천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즉, 용이 실제로 따로 있어서 구름 타고 승천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수증기로 화한 강력한 양기를 가리켜 용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으리라. 운종룡은 이를 잘 표현한 말씀이다.
코쿤님은 <震괘가 흐린 날을 뜻하는 巽괘를 만나야 승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용담도에서 찾는다면 7손풍이라 할 것이며, 천부경에서의 五七一妙衍은 이를 말함입니다.>고 하였는데, 이를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진장남과 손장녀가 짝이 되어 건곤을 대신하여 천지개벽을 주도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용담도에서 동남방의 7손풍(鷄)과 맞은 편 서북방으로 5진뢰(龍)가 마주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역 8괘도에서는 7손풍을 1손풍이라 하고, 5진뢰를 6진뢰라고 하였으니 <五七一妙衍>을 8괘도와 연결하여 생각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용담도의 경우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더 구체적으로 용이 선천의 질병에서 쾌차하여 승천하게 되었는지도 구체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오늘의 주제
선천의 용왕이 중병이 들었다. 신하들이 말하기를 토끼의 간을 먹어야 한다고 하여 자라가 토끼를 유인한다. 용왕은 동해, 서해, 남해, 북해 중에서 어디에 있었을까? 승천하는 용과 병든 용, 그리고 왜 토끼 간을 먹어야 하는 걸까? 선천의 용왕은 왜 병이 들었을까? 별주부전의 설화는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무얼 일러주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