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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 이야기 20 - 까마귀와 까치

영부, 精山 2012. 11. 14. 09:21

 

서울에 첫눈이 내렸단다. 그러나 너무 적게 내려서인지 눈을 씻고 보아도 흔적이 안 보인다. 첫눈이 오면 생기는 것도 없으면서 괜히 두근거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도 그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아직도 나는 철이 들지 않은 모양이다. 눈을 8괘에서 찾으라고 한다면 간괘가 될 것이다.

 

어제의 주제는 까마귀가 어떻게 해서 부모님께 효도를 하는 짐승으로 되었느냐는 것이었다. 코쿤님의 견해대로 까마귀를 리괘로 본다면, <복희도의 3리화와 문왕도의 9리화, 그리고 복희도의 1건천과 8곤지, 문왕도의 6건천과 2곤지의 관계에서 반포지은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다.

 

사실 쉽지 않은 문제였다. 나 역시 처음 해보는 생각이지만 전인미답(前人未踏)이라고 하여 두려움을 먹는다면 어찌 大道라고 하겠는가? 그에 대한 코쿤님의 견해를 들어보면 <후천에서는 금화정역으로 다시 하도의 본래 모습대로 동방목 남방화 서방금 북방수의 상생관계로 제자리를 찾게 되지요. 이것을 가능케 해준 것이 9리화와 2곤지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 2곤지가 본래의 남방으로 들어가 남방정사를 하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반포보은이라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고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코쿤님이 잠깐 놓친 게 있다. 그것은 후천 용담도가 <하도의 본래 모습대로 동방목, 남방화, 서방금, 북방수의 상생관계로 제자리를 찾게 되지요>라고 한 구절이다. 그것은 <동방목, 남방화, 서방금, 북방토, 중앙수>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용담도는 상생관계가 아니라, 상생과 상극의 합덕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논하고 있는 건 그런 게 아니라, 까마귀가 어떻게 해서 반포지은을 하느냐 하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걸 고찰해보자.

 

코쿤님의 견해는 정남방의 9리화(까마귀)가 그 자리를 2곤지에게 넘겨주어 남방정사를 가능케 하였기 때문에 반포지은이라고 하였다. 그걸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복희도의 까마귀는 3리화였다. 그것은 천부경의 일석삼극에 해당하는 것으로 장차 모든 우주만물을 밝혀 줄 태양 속에 들어 있는 까만 점 까마귀를 가리킨다. 그것이 뭄왕도의 정남방에서 9리화가 된 것은, 3이 3곱으로 최대한 커진 모습이니 이는 곧 장성한 까마귀를 가리킨다. 문왕도는 건부곤모가 구석으로 밀려난 상태이니, 그 자리를 누군가는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한 것이 9리화 까마귀다. 그리하여 온전히 평정된 후에 다시 부모님을 지천태로 복위시킨 것이 반포지은이 아닐까?

 

그럼, 어떻게 하여 9리화는 그런 일을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금화교역이라고 해야겠다. 낙서의 상극이라는 살벌한 물질문명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西方金을 상징하는 9金을 불로 녹여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불을 가리키는 리괘를 9金으로 배치했다. 이렇게 하여 까마귀 9리화는 자신의 몫을 다 하여 이상세계를 만들어 마침내 지천태로 부모님의 지위를 회복하는 반포지은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드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본래 리괘는 까치를 상징하는 짐승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논한 것은 리괘를 까마귀로 본 것인데, 사실 리괘는 까마귀가 아니라 까치를 상징한다.

 

오늘의 주제

리괘는 까치라고 해야 할까? 까마귀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리괘와 상대적인 감괘는 까치일까? 까마귀일까? (물론 감괘는 돼지이지만, 날짐승으로만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