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地極의 시2곤지 - 중5 - 종8간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작과 끝을 坤土와 艮土라는 土가 맡아보고 있으며, 그것이 변화를 상징하는 문왕도에서는 곤토는 坤2火가 되고, 간토는 艮8木으로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土는 본래 중재(仲裁)와 조화(調和)를 맡아보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 土가 복희도에서는 둘 다 북방에 위치하여 7간산과 8곤지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음의 속성대로 가장 부드럽게 다 품어주는 형상을 가리킨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7간산은 양에 속하므로 품은 모든 걸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니 이는 곧 山이라 하고, 반대로 8곤지는 음에 속하므로 품은 모든 걸 다 안으로만 간직하려는 속성을 닮은 大地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문왕도에서 곤토와 간토가 각기 서남방과 동북방에서 地極의 始終을 이루면서 하나는 2陰火가 되고 다른 하나는 8陰木이 되었으니, 이건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土에는 본래 목화금수라는 4상의 기운이 다 들어 있는 법입니다.
그것이 동방에서는 木으로 시작을 하고, 서방에서는 火로 시작을 한다는 게 바로 문왕도의 가르침입니다. 동방은 본래 木이니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서방은 金으로 시작을 해야 하는데, 火로 머리를 들었으니 그걸 가리켜 ‘金火交易’이라고 한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암튼 이런 원리와 연결된 것이 천부경이기에 지금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人極에 대한 걸 살필 차례입니다. 인극의 시작은 人一三입니다. 人中은 6이 되고, 人終은 9가 되겠죠. 천부경의 人中天地一은 6속에서 천지가 하나 된다는 말이라고 하는 건 바로 여기에 근거한 겁니다.. 6을 통해서 天一1은 人中天7兌火가 되고, 地一2는 人中地8木이 되고, 人一3은 人中人9火가 됩니다. 人始는 3震木에서 출발하는데 3수는 천지의 합일인 동시에 음양의 합일을 상징하고, 震木도 역시 음의 기세를 뚫고 새로운 개벽을 단행하는 상징입니다.
따라서 물질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3진목이라고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다음으로 人中은 6乾水라고 하는데, 6은 천1, 지2, 인3이 합한 셈이며 건괘는 서북방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본래 그곳은 복희도의 7간산이 있던 곳입니다. 7간산이 있던 곳으로 6건수를 배치한 까닭은, 5손풍 장녀 자리로 2坤火를 배치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8곤모는 서남방 5손풍 장녀를 대신한 반면, 1건부는 서북방 7간산 소남을 대신했군요. 어머니가 장녀를 대신하였다면, 당연히 아버지는 장남을 대신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장녀인 손괘☴를 보면 하늘 밑으로 음이 다 자라서 내려간 모습이고, 소남인 간괘☶는 그 반대로 땅에서 양이 다 자라서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간 모습입니다. 진장남☳의 모습은 하늘에서 땅속까지 뚫고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양기입니다. 즉, 하늘의 변화는 땅위로 솟은 6水에 산천대축(山天大畜)으로 크게 쌓이는 것으로 드러나고, 땅의 변화는 반대로 땅에 바짝 붙어서 주도면밀하게 풍지관(風地觀)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수박을 크게 세 번 갈라서 생긴 내면의 일곱 번째 十字는 天十, 地十, 人十의 셋이 합한 것이므로 천부경의 大三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세 개의 十은 세 개의 음양의 합을 가리키는 셈이므로 六이 되는데, 그것을 문왕도의 서북방 6乾水라고 하게 된 것이로 보면 어떨까요? 거기에서 7태택, 8간산, 9리화라는 7,8,9가 生하였습니다. 여하튼 문왕도에서의 하늘은 7艮土에서 6陰水가 충만할 적에 비로소 변화를 한다는 걸 알 수 있겠군요. 같은 土이지만 8坤土는 6감수가 들어가 1陽水로 변화를 하니 이는 곧 土克水를 하는 지수사(地水師)를 가리키고, 7艮土는 1乾金이 들어가 6陰水로 변화를 하니 이는 곧 토생금(土生金)을 하여 산천대축을 이룬 상태라고 하겠습니다.
이제 人終 9離金에 대한 걸 살필 차례입니다. 이건 문왕도의 마지막 수이기도 한데, 복희도의 순양인 1건천이 있던 곳으로 3리화가 들어가 9리금으로 변한 상태입니다. 문왕도의 변화를 괘상으로만 보면 坎水에서 離火로 ‘水 → 火’의 변화를 한다고 해야겠지만, 오행으로 보면 ‘1水 → 9金’의 변화를 한다고 보아야합니다. 따라서 문왕도의 금화교역은 오행으로 본 관점에서 나온 것일 뿐, 괘상으로 보면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즉 천지의 형체는 전혀 바뀌지 않고, 단지 그 속에서 흐르는 변화의 양상(樣相)만 다르다는 말입니다.
비유하자면 건물은 항상 그대로인데, 그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변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문왕도의 괘상은 북방에 坎水, 남방에 離火, 동방에 震木, 서방에 兌金 등이 자리를 잡았으니, 이는 본래 東木, 西金, 南火, 北水가 자리 잡는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거기에 붙은 숫자는 5행을 가리키는 것으로 북방 1,6수, 동방 3, 8목은 본래대로이지만, 남방의 4,9금과 서방의 2, 7화가 서로 자리를 바꾸어 교역을 하고 있다는 게 문왕도의 특색입니다.
그러므로 두 가지 면으로 다 보아야만 사물의 이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논한 앞의 천극과 지극의 변화도 두 가지 면을 다 살핀 것이었으며, 지금 논하고자 하는 人極도 역시 그렇습니다. 인극도 역시 시 - 중 - 종으로 이어지는데 人始는 7兌火, 인중은 8艮木, 인종은 9離金입니다. 앞에서 人中을 6이라고 했었는데, 지금 8간목이라 하면 또 혼동할 가능성이 있겠군요. 하지만 人中을 6이라고 한 건, 天地人을 전부 합한 상태이고, 人極만 말할 적에는 8간목이라고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人始를 7兌火라고 한 건 무슨 이유일까요? 본래 이 자리에는 복희도 6감수가 있었습니다. 水가 서방에 자리를 잡았던 이유는, 태양이 지는 상태를 가리킨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감괘☵의 형상을 보면 어두운 음속으로 양이 빠진 상태라고 하여 坎(구덩이 감, 빠질 감)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것은 복희도의 서방을 가리킨 것이고, 문왕도에 이르면 서방은 열매를 맺는 곳으로 봅니다. 물속으로 양기가 들어가는 것도 사실 알고 보면 더 이상 양을 산일(散逸)하지 않게 하려는 자연의 배려(配慮)입니다.
양을 단단하게 오랫동안 보존하려는 노력의 결정체를 가리켜 열매라고 한다면, 복희도나 문왕도의 서방은 사실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그걸 보는 관점이 형상이라면 복희의 6감수가 될 것이요, 변화를 위주로 한다면 7兌火로 보는 차이가 있습니다. 태괘☱의 형상은 꼭대기에 음이 있고 밑에 두 개나 되는 양이 있으니, 하늘 꼭대기에 있는 음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형상으로 본 것인데, 하늘 꼭대기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가장 높은 1건천과 같이 동남방에 배치를 했던 게 복희도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변화하는 면으로 본다면 맨 위의 음효는 하늘에서 최초로 시작한 1음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人始에서 본다면 7수가 되고 괘상으로는 兌괘라고 하며 오행으로는 火라고 한 겁니다. 7은 天終수이기도 하니 하늘의 태초의 빛(一)이 人中수 6을 얻어 본성을 밝히는 7火(7성)로 나타난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왜 굳이 태괘로 나타냈느냐 하면 가장 많은 양기를 내포하고 있는 게 태괘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건괘처럼 3효가 모두 양기로 채워지지 못하고 위에 있는 음의 통제를 받지만 가장 풍부한 양기를 지닌 것이 태괘입니다.
태괘가 본래 陰金을 상징한다고 하였지요? 陽金은 1건천이었는데, 그건 문왕도의 서북방 6成水가 된 것에 비해 兌陰金은 서방의 7陽火로 되었군요. 즉 같은 金인데도 陽金은 陰水로 되고, 陰金은 陽火로 되었군요. 음은 양을 만나고, 양은 음을 만나는 게 변화의 단서(端緖)이기 때문이겠죠. 금은 불의 연단을 받아야 완숙(完熟)하기 때문에 2태택은 7兌火로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8艮木에 대한 걸 알아볼 차례이군요. 이 자리는 복희도의 4진뢰가 있던 곳인데, 사물의 형상을 밝게 하는 동이 트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동이 트는 것을 형상이 아닌 ‘변화’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변화가 다 끝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화가 다 끝나야 비로소 밖으로 그 형상을 내비칠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형상이 8조각으로 다 벌어진 8괘를 상징하는 숫자를 동북방에 붙였습니다. 이것은 地一二가 세 번 곱하여 생긴 셈이니 이는 곧 地終을 가리킨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간괘는 본래 ‘止也’라고 하여 ‘마지막’을 의미하기 때문에 8수에 붙인 것이며, 2곤토와 마주 보는 곳에 8간토를 배치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입니다. 2곤토를 2곤화가 되게 한 건 土中火의 성질을 활용하여 火生土를 하려는 것이며, 8간토를 8간목으로 되게 한 건 土中木의 성질을 활용하며 木克土를 하려는 처사입니다. 火生土를 해야 땅이 온기가 스며 만물의 변화를 촉진하고, 木克土를 해야만 두터운 흙속에서 다져진 만상의 모습을 밝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극의 마지막이며 1에서 9의 마지막인 9離金을 얘기할 차례입니다. 이 자리는 복희도의 1건천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일 높고 맑은 곳에 순양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하늘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형상을 가리킨 것일 뿐, 하늘에는 반드시 태양이 떠야 합니다. 태양이 뜨지 않으면 세상은 온통 어둠이 지배를 하여 생물이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태양을 상징하는 리괘☲가 하늘에 뜨게 된 셈이지요. 리괘를 가리켜 火라고 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으니, 건괘☰의 중심으로 음기가 들어간 모습에서 그런 걸 알 수 있습니다. 태괘☱나 손괘☴나 다 같이 한 개의 음효가 있는 건 같은데, 왜 하필 중심으로 음이 들어간 리괘를 火(태양)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