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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 이야기 43

영부, 精山 2012. 12. 11. 09:19

건괘는 순양의 기운만 모인 상태이므로 하늘이라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곤괘는 순음의 기운만 모인 상태이므로 땅이라고 한다. 하늘을 가리켜 천자문에는 玄이라 했고, 땅은 黃이라고 하였다. 왜 이처럼 玄黃이라고 했는가 하는 어제의 주제에 코쿤님은 <건괘는 무한히 발산만 하기 때문에 모일 수가 없는 반면 곤괘는 무한히 모든 걸 수용하는 힘이 있어서 항상 모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곤괘를 大地라고 합니다. 천자문에서는 땅을 ‘누런 黃색’이라고 하였는데, 땅은 흙이 단단하게 눌리고, 다져진 상태인 동시에, 더운 양기가 식은 상태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이와 대조적인 하늘은 아무 물질이 없다 하여 ‘검다(玄)’고 본 것입니다. 즉, 하늘을 허공으로 본 것입니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물론 일리 있는 말씀이다. 그러나 <하늘은 아무 물질이 없다 하여 ‘검다(玄)’고 본 것>이라고 한 건 좀 생각해 볼 게 있다. 아무 것도 없는 걸 어찌 검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없으면 어떤 색이라고 할 수도 없어야 하리라.

 

하늘을 현(玄)이라고 한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하기 보다는 ‘天一生水’하기 때문이 아닐까? 검은 색은 본래 5행중에서 水의 색깔에 해당한다. 이때의 물은 속에 들어 있는 1陽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이걸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복희 8괘도에서는 1건천을 가리켜 乾金이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건금의 색은 백색이다. 그럼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천지현황‘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玄으로 보건, 白으로 보건 내내 같은 하늘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왜 이처럼 서로 다른 색으로 볼까? 그것은 하늘에서 3남이 벌어지기 이전의 상태와 벌어진 이후의 상태를 구별한 것이다. 이전의 상태에서 보면 진감간이 뒤섞여서 혼돈한 모습이니 이를 밝음(양)이라고 할 수는 없는 고로 玄이라고 하였다. 만물 중에서 이런 玄의 성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있다면 바로 水다. 물은 모든 만물을 뒤섞어서 하나로 만드는 재주가 특출하다. 이를 가리켜 음적인 기능이라 한다.

 

하지만 물은 그런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모든 물질을 만들어내고 키우는 기능도 있다. 초목도 물이 있어야 생존하고, 짐승도 물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물은 모든 물질의 개성을 또렷하게 드러나게 하는 기능도 있다. 이런 기능을 가리켜 양적인 기능이라 한다. 이런 기능은 天一生水하기 때문에 가능한 법이다. 그래서 하늘을 가리키는 건괘는 玄과 동시에 白이라는 색으로도 표현한다.

 

그렇다면, 땅을 가리키는 곤괘는 어째서 黃이라고 했을까? 물론 <땅은 흙이 단단하게 눌리고, 다져진 상태인 동시에, 더운 양기가 식은 상태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고 한 코쿤님의 견해는 평소의 내 견해와 온전히 일치한다. ‘누를 황’이라고 한다는 사실에서 이미 그런 의미가 들어 있음을 알게 되지 않는가? 그걸 조상들의 말을 빌리자면 ‘地二生火’에서 비롯했다고 하는 게 좋을 것이다. 황색은 본래 붉은 색이 열이 식으면서 나타나는데, <적색 + 백색>의 결과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금화교역’이라고 하면 ‘火克金’이라고 한다.

 

오늘의 주제

왜 하늘에서는 물이 나오고, 땅에서는 불이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