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괘를 불이라 하고, 감괘를 물이라고 한다는 건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건 복희8괘도를 공부한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론 코쿤님의 답처럼
<리괘의 괘상을 보면 순양인 건괘속으로 음이 들어가고, 감괘의 괘상을 보면 순음인 곤괘속으로 양이 들어간 모습입니다. 순양인 하늘은 허공이므로 자신의 존재를 증거 할 수 없으므로 속으로 음이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는데, 이를 가리켜 불이라고 하고, 순음인 땅속으로 양이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보이니 이를 일러 물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감리가 형상을 취해 水火가 나타나는데 물은 양의 균형체이며 불은 음의 균형체이기 때문에 순양으로 충만한 하늘에서 天一生水하게 되고, 순음이 충만한 땅에서 地二生火하게 된 것입니다.>
고 하는 건 어느 정도 공부한 분들이라면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새삼스럽게 어제 그런 주제를 정한 것은, 물과 불에 대한 개념을 괘상을 통하여 정리해 보고 싶었던 까닭이다. 리괘의 괘상은 ☰으로 1음이 들어간 모습☲이다. ☰으로 음이 들어가는 것은 위에서 하강하는 ☱도 있고, 다 자란 ☴도 있다. ☲처럼 중앙으로 음이 들어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건 하늘 복판에 있는 음기를 가리킨다. 하늘 꼭대기에 있는 음기는 ☱라 하고, 땅에 밀착한 음기는 ☴이라고 한다. 땅에서 가장 멀리 올라간 음기인 태괘(☱)는 가장 무거운 상태이며, 반대로 손괘(☴)는 가장 가벼운 상태다. 무거울수록 움직이지 않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가벼울수록 요동을 친다. 그래서 전자를 못(습기)이라 하고, 후자를 바람이라 한다. 그러나 제일 무거운 것이 하늘 꼭대기에 있는 음이요, 제일 가벼운 것이 땅과 밀착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그러면 하늘(☰)의 중앙으로 들어간 음은 어떤 상태일까? 음은 본래 부드러움의 상징이다. 단단하게 굳은 걸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음이다. ☰은 가장 단단한 순양의 상징이다. 그걸 속에서부터 부드럽게 풀어주는 게 바로 ☲이다. 양은 단단하면서 동시에 모든 걸 밝게 한다. 양에는 따스한 기운이 있기 때문에 음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풀어주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음과 그 모양이 다르니, 음은 부드럽게 풀어주면서 자신의 품안으로 모아들이지만, 양은 풀어준 걸 흩어버린다. 그래서 ☲은 양의 기운을 중심에서 부드럽게 풀어주면서도 모아들이는 상징이다. 양은 본래 외부로 발산하려고 하는데, 만약 중심에서 이런 음의 기능이 없다면 산산히 부서져 날아가 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불은 적당히 그 모습을 유지하면서 사물을 태운다. 그 원동력은 바로 중심에 있는 음의 역할 때문이다.
오늘의 주제
위와 같은 방식으로 물(☵)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