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존재하는 무형으로 있던 3신이 물질을 매체로 하여 하나의 형상으로 드러나는 곳이 땅이라는 걸 감안하면 文은 반드시 理로 드러나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天文과 地理라는 용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人事의 事(일 사, 전념할 사, 정치 사, 섬길 사)는 十과 口와 又가 합한 문자인데, 十은 나무나 깃대를 가리키고, 口는 깃발을 가리키며, 又는 손을 가리키므로, 손으로 깃발을 높게 들고 있는 것이 큰일이라는 데서 ‘일 사’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즉, 人事는 文과 理를 人이 깨쳐서 높게 드날리는 상태라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人事는 천문과 지리를 통하지 않으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무경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형태로 본 것이요, 다른 하나는 내용으로 본 것입니다. 먼저 형태적인 면을 말한다면, 현무경은 맨 첫 장이 백공(白空)으로 되어 있으며, 도합 18장(帳)으로 되었는데, 그것이 두 장을 반으로 접어 만들었으니, 36매(枚)가 되며, 72면(面)으로 이루어졌는데, 맨 뒷 매는 백공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백공으로 시작해서 백공으로 끝나는 까닭은 모든 만물이 본래 白光을 근본으로 하고 있음을 전해 주기 때문입니다. 만물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졌으니, 하나는 빛(光)이요, 다른 하나는 소리(音)입니다. 빛은 다시 光과 色으로 분류하고, 소리는 성(聲)과 음(音)으로 나눕니다. 물질이 생기면 반드시 움직임이 생기고, 움직임은 음과 양이 서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열과 소리가 생깁니다. 열이 강렬해지면 빛과 색으로 발전하고, 소리는 성음으로 나누어집니다. 그중에서 빛과 색은 양에 속하며, 성음은 음에 속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빛을 다 합하면 백광(白光)이 되고, 모든 색을 다 합하면 흑색(黑色)이 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백광은 곧 백공을 의미합니다. 현무경이 백공에서 백공으로 시종을 이루는 까닭은, 모든 사물의 근원은 ‘빛’에서 나왔다는 걸 일러주는 셈입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하도의 중심 다섯 흰점 중의 핵심인 흰점입니다. 다섯 흰점은 빛을 가리키고, 그걸 감싸고 있는 열 개의 흑점은 색을 의미합니다.
18장은 2 × 9와 3 × 6과 35의 中心이라는 세 가지의 뜻이 있습니다. 2 × 9은 천지가 9변을 왕복으로 마치는 상징입니다. 사물의 변화는 반드시 3을 기본 단위로 하는데, 천지인 3신이 변화를 하기 때문에 결국 3계는 그 모습을 아홉 번 다르게 나타낸다는 말입니다. 선천에도 9변을 하고, 후천에도 9변을 하니 18변을 하게 마련인데, 이를 2 × 9로 표현하였습니다. 또한, 3 × 6도 마찬가로 3신이 6기로 충만한 상태라고 할 수 있으니, 변화의 주체인 3신은 6기를 통해서 18변을 한다는 걸 가리켜주고 있습니다. 18은 또한 35의 中心에 있는 숫자라고 하는데, 35는 천부경의 ‘五七一妙衍’에서 말한 것처럼 온갖 造化의 상징인 선도(仙道)를 가리킵니다.
현무경이 36매(枚)라는 걸 상기한다면, 36은 그릇이요 그 속에 담긴 내용물이 35라는 걸 쉽게알 수 있습니다. 36은 텅 빈 허공을 상징하고 있으니 그것은 곧 불도(佛道)를 상징합니다. 이처럼 불도라는 그릇 속에서 선도가 온갖 조화를 부려, 그 나타나는 결과물은 유도(儒道)입니다. 仙道는 조화지신(造化之神)이요, 佛道는 교화지신(敎化之神)이며, 儒道는 치화지신(治化之神)이라고 하여 이를 三神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현무경은 3신의 합일, 즉 유불선 삼도의 합일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무경의 맨 첫 장은 백광으로 시작을 하는데, 그 의미는 모든 사물의 시작은 빛으로부터 발생한다는 걸 일러줍니다. 그렇다고 하여 빛이 근원이라고 믿어서는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흑과 백은 본래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도를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흑점과 백점은 항상 동시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검은 글씨와 영부가 있는 첫 장이 아니라, 백공인 상태로 첫 장을 만들어야 했을까요? 그 이유는 흑과 백이 동시에 존재한 상태는 혼돈(混沌)의 극치이기 때문입니다. 혼돈과 무질서한 상태에서는 흑도 백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이런 상태를 가리켜 천부경에는 “一始無始一“이라고 하였습니다. 一始의 一은 하나라고 하였지만 사실은 ‘셋이 하나 된 상태’입니다. 셋이 하나이기 때문에 그 중에 어느 특정한 것이 먼저 시작한 일(始一)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一始無始一’이라고 하였습니다. 사정이 이와 같기 때문에 一은 시종(始終)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종이 없다고 하는 가르침을 천부경에 기록한 건 아닙니다.
혼돈과 무질서는 ‘어둠’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상징하려고 한다면 아마 ‘검은 점 ●’이라고 해야겠지요. 그 어둠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뒤죽박죽 뒤섞여 혼돈과 무질서한 상태로 있었습니다. 그걸 분간(分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바로 ‘빛’입니다. 그 빛을 상징으로 하는 건 ‘흰 점 ◯’입니다. 그래서 하도의 핵심과 현무경의 첫 장을 백공으로 했습니다. 백공이 먼저가 아니라 혼돈이 먼저입니다. 그러므로 백과 흑, 그 어느 것도 먼저가 아니라 흑백이 뒤섞인 혼돈(이를 숫자로 말한다면 一卽三, 三卽一)이 가장 먼저라고 해야 합니다.
이처럼 셋이 하나 된 게 모든 것의 근원인데, 이를 가리켜 三神이라고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아무리 우주만물을 가르고 갈라봤자, 삼극(三極) 밖에 없다고 한 것이 천부경의 ‘一析三極’입니다. 여기서 정리할 수 있는 것은, 현무경은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으니, 맨 처음의 백공과, 맨 나중의 백공, 그리고 중간에 있는 글자와 영부가 있는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일석삼극의 원리를 그대로 취했습니다.
그걸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맨 첫 장의 백공은 4면이 온전한 백공이요, 중간의 65면은 반음(半陰)과 반양(半陽)이며, 뒤의 백공은 3면이 백공이란 걸 알게 됩니다. 이를 달리 표현한다면 첫 장의 백공은 無極이요, 중간은 反極이며, 맨 뒤는 太極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발귀리(發貴理) 선인(仙人)이 서기 전 대략 4,000 년 전에 지은 노래에서도 나오는 것인데 <원자일야무극 圓者一也無極 방자이야반극 方者二也反極 각자삼야태극 角者三也太極>이라고 했습니다. 원방각은 천지인의 형상을 가리키는 상징인데, 이를 천부경에서는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