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경의 첫 장은 온전한 백공이니 이는 곧 상대가 없는 절대적인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요, 절대적인 것은 오직 하나밖에 없으므로 圓者一也無極이라 한 것이고, 중간의 65면은 겉면은 흑색이요, 내면은 백광으로 이루어졌으니 서로 상대적인 음양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여 方者二也反極이라고 한 것이며, 맨 마지막 장은 1면은 흑색이요 3면은 백광으로 이루어진 1즉3, 3즉1을 가리킨 것으로 이는 태극이라고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첫 장은 무극을, 중간은 태극을, 마지막 장은 황극을 가리킨다고 보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맨 마지막 장은 결과를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첫 장과 중간을 모두 합한 상태이기 때문에 1즉3의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無極은 말 그대로 끝이 없는 무형인 하늘의 조화(造化)를 가리키고, 太極은 ‘크다’는 뜻이 있으므로 형상이 있는 음양으로 교화(敎化)하는 땅을 가리키며, 皇極은 천지의 뜻을 하나로 일관하여 만물을 치화(治化)하는 인간을 가리킵니다.
현무경의 시종이 백공으로 이루어진 것을 달리 말한다면,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하는 존재임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렇게만 본다면 너무나 허무하지 않나요? 인생은 무극에서 황극을 향하여 가는 존재라는 걸 안다면 아마 공수래공수거가 허무를 조장하거나, 알쏭달쏭한 철학적인 용어가 아니라는 걸 알 게 될 것입니다. 현무경은 그냥 자연물처럼 생겼다가 스러지는 인생을 말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황극인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개벽의 말씀, 희망의 복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현무경의 구조를 면밀히 살펴보면 꽤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현무경은 도합 72면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곧 8 × 9의 둔갑수를 가리킵니다. 둔갑이라 함은 <술법을 써서 자기 몸을 감추거나 다른 것으로 바꿈>이라는 뜻으로 통하는데, 본래는 甲을 숨긴다는 의미에서 나왔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문둔갑의 이론을 가리키는 것인데, 그것은 곧 8괘와 9궁의 변화를 가리킵니다. 즉, 현무경은 8괘와 9궁의 조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72가 둔갑수로 자리매김한 근거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굴신운동(屈伸運動)을 하는 과정에서 36도의 출지(出地)와 입지(入地)를 하기 때문에 나왔습니다.
그것은 36매(枚)가 음양으로 벌어진 셈인데, 36은 4상이 9변을 하는 공간(4 × 9)을 가리키는 동시에 6기가 스스로 최대치가 된 상태(6 × 6)를 가리킵니다. 도가에서는 예로부터 ‘36궁도시춘(都是春)’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곧 허공에 충만한 기가 고르게 조화한 이상적인 세상을 말한 것입니다. 36매는 18장(帳)이 음양으로 벌어진 상태인데, 18은 9변과 9복을 가리킵니다.
9변이라 함은 음에서 양(陽)으로 전개하는 변화를 가리키고, 9복이라 함은 양에서 음(陰)으로 다시 복귀하는 변화를 가리킵니다(2 × 9). 또는 3신이 6기를 활용하는 상태(3 × 6)라고도 볼 수 있는데, 18이 음양으로 움직이는 공간은 36궁이라 하는데 비해, 9변과 9복이 거듭하는 상태는 18변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현무경의 애초부터 18변과 36궁이라는 변화와 마당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으며, 그걸 바탕으로 온갖 만물이 8괘와 9궁으로 72둔갑을 하는 이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72면 중에서도 무극에 해당하는 첫 장은 안팎으로 백광인데 반해, 33면은 글씨와 영부라는 흑색으로 이루어진 것은 무슨 이유가 있을까요? 그 답은 32 + 1에서 찾을 수 있는데, 맨 마지막 한 장의 1면은 32상(相)의 중심인 33천을 가리킵니다. 32상이라 함은 4상(象)이 8괘와 조화를 부려 나타난 온갖 相을 가리킵니다. 하늘에는 28성수(星宿)가 있는 반면, 땅에서는 32相이 있습니다. 相은 象과 달리 상대적인 인과관계를 통해서 생긴 모습을 가리킵니다. 象은 천지가 만들어낸 본래 자연의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요, 相은 인간의 의식에 새겨진 것이 겉으로 나타난 모습을 가리킵니다.
즉, 현무경 마지막 장을 제한 나머지 32상은 인간이 천지와 조화를 하고, 타인들과 부딪치면서 생긴 온갖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한 장에 있는 글자 수는 44자이니, 이는 곧 첫 장에 숨어 있던 4상의 11귀체를 相으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또한, 72면 중에서 첫 장 무극과 끝 장 황극을 제하고 보면, 66면이 남습니다. 이것은 1, 2, 3, 4, 5, 6, 7, 8, 9, 10, 11을 모두 합한 셈이니 11귀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무극과 황극의 백공은 도합 6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용담도 중앙의 6水를 가리키는 동시에 천부경 중심의 6을 가리킵니다. 6이 중심에 있다는 건, 천부경의 大三合六에서 生七八九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成은 十이 되게 마련입니다. 그걸 천부경에서는 ‘三四成環’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때의 三은 천지인 셋이 함께 모인 十을 가리키고, 四는 十이 벌어져 나아가는 통로인 四象을 가리킵니다.
공(空)과 색(色)으로 나눈다면 공은 39면이요, 색은 33면이 나옵니다. 색은32상과 중심을 합한 33천을 가리킨 것이요, 공은 天有13도가 천지인 3계에 충만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天有13도는 절대평면을 가리키는 것으로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동시에 일치하는 상징입니다. 즉 13수로부터 자전과 공전이 살아서 움직인다는 말입니다. 자전과 공전이 살아서 움직인다 함은 곧 생명이 구체적인 형태로 숨을 쉰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여성이 수태를 하게 되는 연령대는 13세가 되며, 1년에 13회의 생리주기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천지인 3계에 충만하면 39가 되는데, 개벽주께서 39세에 화천하신 것도 이런 도수(度數)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현무경도 네모진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책들도 그렇기 때문에 현무경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언급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는데, 네모진 모습은 땅을 가리키는 방형(方形)입니다. 하늘은 무형의 文을 내려주고, 그걸 담는 곳은 땅입니다. 무언가 담을 적에는 네모진 그릇이 적합합니다. 왜냐하면 땅에는 반드시 4방과 4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광대ㅏ고 하지만, 아무런 기준이 없다 보니 둥근 모습으로 원만함을 나타내지만 체계적으로 담기에는 적합하지 못합니다. 하늘의 뜻을 주워담는 역할은 네모진 모습이 좋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볼 적에도 둥근 형상이라면 창조적이며 자유분방한 성질이 강한 반면, 각진 얼굴이라면 엄한 규율과 체계적인 질서를 좋아하는 성질이 강하게 마련입니다. 긴 얼굴은 木처럼 위로 치솟는 진취적인 성향이 강하고, 이마가 넓고 하관이 좁은 얼굴은 火처럼 정열적이지만 끈기가 없는 특성이 강합니다.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이마보다 턱이 더 넓다면 水의 기질이 강하여 저축성과 은근과 끈기 등이 좋은 반면, 남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는 서툴게 마련입니다. 이런 것은 5행과 6기학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므로 생략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