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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 이야기 64

영부, 精山 2013. 1. 2. 09:01

어제는 산행을 하는 등, 일부러 인터넷을 멀리하였다. 그러나 산행을 하면서도 의식은 <흰 눈이 많이 내린 쌀쌀한 날씨>에 대한 괘상에 있었다. 이렇게 기본적이면서도 간단한 것에 대한 언급은 주역 책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주역 책은 난해한 문장으로, 인류가 남긴 글 중에서 가장 고차원에 속한다고 하는데, 어찌하여 이토록 간단한 기상(氣象)에 관한 괘상은 언급하지 않았을까?

 

차가운 날씨는 바람이 불고, 눈은 물기를 머금은 것이니 이 둘을 합하여 택풍대과라고 한 것이 코쿤님의 견해다. 택풍대과는 맨 위와 아래에 음효가 하나 씩 있고, 그 안에 여섯 개의 양효가 갇혀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안에서 분출하려는 양의 기세를 상하에 있는 두 개의 음기로 가두려고 하는 건 애시당초 너무 약하다.

 

대선헌님은 <동짓달 추운 것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하여 본다. 그를 현무경 子로 본다면, 현무경 午,申,戌의 合丑(합축)을 衝發(충발)하여 놓는 것으로, 겨울이 대단하게 그 성깔이를 내는 모습 함박눈이 펄펄 거리고 虛空(허공)에 휘날리는 모습이 아닌가 하여 [산풍蠱]로 본다>는 견해를 달으셨다.

 

본래 산풍고는 오랫동안 평화가 지속되다 보니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아 속으로부터 부정과 부패가 번지는 모습이다. 또한 택풍대과는 주위의 거센 기운을 막을 길이 없어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가리킨다. 과연 그렇게 보아야 하는 가에 대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왜냐하면 눈을 ‘수분이 주위의 차가운 기세로 인해 얼어붙은 상태’로 본다면 택풍대과와 비슷하지만, 거기에는 맑고 깨끗한 감은 없지 않은가? 또한 <아직은 봄에 나무들의 양분이 되지 못한, 정자와 같은 상태>로 본다면 그릇 속에 고물거리는 무수한 벌레라고 할 수 있으니, 산풍고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맑고 깨끗한 눈을 찾기는 어렵지 않은가?

 

내가 본래 의도했던 것은 그렇게까지 깊은 걸 생각하자는 건 아니었다. 그냥 한 겨울에 산천을 뒤덮는 하얀 눈과 쌀쌀한 겨울 날씨를 복합적으로 연계한 괘상이었다.

 

오늘의 주제

다시 한 번, 흰 눈의 깨끗함과 맑음, 그리고 겨울의 쌀쌀함이 복합적으로 어울린 괘상은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