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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635억·이한구 272억…‘쪽지예산’ 의 위력?

영부, 精山 2013. 1. 3. 08:07

황우여 635억·이한구 272억…‘쪽지예산’ 의 위력?

등록 : 2013.01.02 19:43수정 : 2013.01.02 22:15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속개된 1일 새벽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같은 당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쪽지예산’ 무엇이 문제인가

2011년 2천억·작년 4천억
올해는 5천억원대로 급증
문화행사 등 합하면 더 늘듯

상임위서 대충대충 올리고
예결위서 조율하는 구조
여야 실세 개입 여지 많아

황우여 635억·이한구 272억…
MB정부선 ‘형님예산’ 논란
“상임위 매칭시스템 도입을”

‘쪽지예산’은 강했다. 민원성 예산을 뜻하는 쪽지예산은 박근혜표 복지예산이 2조4000억원 증액되는 대신 국방과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5000억원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2일 국회사무처와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쪽지예산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예산안까지 쪽지예산은 2000억원대를 넘지 않았지만 2012년 예산에서 4000억원대로, 올해는 5000억원대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쪽지예산’이란 말은, 예산안을 심사중인 국회 예산결산위원들에게 특정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올려달라는 ‘민원’을 쪽지에 써서 전달하는 관행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쪽지가 아니라 문자메시지나 카톡으로 보내기 때문에 ‘문자예산’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쪽지예산의 규모나 처리 과정 등이 공개되지 않는 비밀주의 관행이다. 도로·교량 같은 선심성 토건예산 말고도 문화행사, 산업부지, 하수관거 등의 예산을 합치면 쪽지예산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짐작만 되고 있을 뿐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쪽지예산의 정확한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예결위원장과 각 당 간사, 재정부 예산실 고위 관계자 등 몇명만이 대충 얼마 정도라고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국회 예결소위 위원 수가 9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난 것도 쪽지예산이 올해 어느 해보다 기승을 부린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소위 위원 수가 두배 가까이 늘면서 소위 안에서도 위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각 소위 위원들은 과거와 달리 여야가 아니라 사실상 각 시·도의 대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예결위원들을 상대로 한 쪽지예산이 올해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쪽지예산이 우리나라 시스템상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분석도 있다. 현행 예산안은 국회 쪽에서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증액은 사실상 여야 합의로 이뤄진다. 여러가지 정치적 안배가 필요한 만큼 예산을 예비심사하는 상임위보다는 의견을 모아서 최종 결정하는 예결위에서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사실상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상임위는 일단 민원성 예산을 최대한 증액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회 각 상임위는 정부안보다 무려 14조원이 증액된 예산안을 예결위로 넘겼다. 역대 최대의 부풀리기였다. 국토해양위에서만 4조원이 늘었다. 이렇게 부풀려진 예산 가운데 꼭 필요한 예산과 선심성 예산을 예결위 단계에서 위원들이 구분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이 대목에서 ‘쪽지’가 일종의 잣대 구실을 하게 된다.

올해 쪽지예산의 가장 큰 수혜자로는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꼽힌다.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 예산 615억원과 송도 희소금속산업육성 인프라 지원금 20억원 등은 황 대표의 지역구 쪽 예산이며, 대구 수성의료지구 교통망 관련 예산 등 272억원 증액은 이 대표의 지역구에 얽혀 있다. 예산 증액이 경제적 타당성보다는 정치적 영향력에 좌우됐을 것이란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형님 예산’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2008년부터 날치기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3년 동안 무려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챙겼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선심성 쪽지예산에 대해선 야당인 민주통합당 관계자마저 “지역구를 대표하는 의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현실론을 들고 있을 정도로 이미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선 상임위 심의 단계에서 일부 항목에서 증액하는 만큼 다른 항목에선 감액하는 ‘매칭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예결위 결정 단계의 자의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예결특위의 쪽지예산 민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이 민원이 좀더 투명한 절차로 처리될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은중 노현웅 조혜정 기자 detail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