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용으로 본 현무경
① 서종과(舒宗課)
* 현무경과 천부경
현무경의 첫 머리는 서종과라고 합니다. 舒宗의 舒는 人의 舌(혀 설)로 予(줄 여)를 합한 글자이므로 ‘말씀으로 펼치다’는 의미입니다. 서종과의 전문은 위의 영부 주에서 오른 편에 있는 문구입니다.
<益者三友 損者三友 言聽神計用 : 유익한 것도 셋이요, 손해를 끼치는 것도 셋이니 신이 말을 하고 들으며 계산해서 활용하느니라.>
서종과의 총 글자 수는 17자입니다. 그중에서도 굵은 글씨가 12자요, 작은 글씨가 5자라는 사실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12자는 12지지를 가리키고, 5자는 5행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현무경의 맨 마지막 총결과의 글자 수도 17자라는 것과 비교를 하면 선명하게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총결과는 10자(審行先知後覺元亨利貞)와 7자(布敎五十年工夫)로 구성되었으니, 그것은 10 천간과 칠성의 합을 가리킵니다. 즉, 현무경의 시작은 12지지와 9천의 중심 수인 5행으로 출발을 하고, 마지막은 10천간과 天有 13도의 중심 수인 7성의 조화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현무경의 출발은 하늘이 아닌 땅에서 시작을 하는데, 하늘 9궁의 중심을 활용한다는 뜻이고, 마지막은 다시 하늘로 복귀 하는데, 절대 평등을 상징하는 7성으로 빛을 발휘한다는 뜻입니다.
현무경의 출발이 땅에서 시작을 하는 이유는, 후천의 시작은 땅(2곤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하늘로 돌아가는데, 그때의 숫자는 10건천이 된다는 걸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땅의 12지지와 하늘의 10천간과 더불어 5행과 7성이 조화를 벌이고 있으니, 이것은 천부경의 <五七一妙衍>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 81자 천부경은 본래의 천부경은 아닙니다. 천부경은 환인(桓因)께서 환웅(桓雄)님에게 세상에 내려가 홍익인간(弘益人間) 하라고 하시면서 주신 천부인(天符印)이 원조(元祖)입니다. 그것은 문자로 된 것이 아닙니다. 글자 그대로 천부(天符)를 인(印)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행방은 누구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81자 천부경은 그 의미를 풀이하여 수리에 맞추어 81자로 고운 최치원 선생이 전해 준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81자 천부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문자가 됐건, 그림이 됐건, 중요한 것은 본래 천부인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작금(昨今)의 현실을 보면 과연 천부인의 본래 의미가 바르게 풀이 된 것인지 많은 의구(疑懼)심을 지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天符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천부경 풀이를 한다는 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환인이 전수해 준 천부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걸 풀이한 천부경 81자만 남았기 때문에 온갖 구구한 풀이들이 난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 천부인은 왜 사라져야만 했을까요? 그것은 우리민족의 근원인 동시에 전 인류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일찌감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으면 안 됐을까요? 그 이유는, 천부인은 씨앗인 동시에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한 알이 씨앗은 땅으로 들어가서 뿌리도 되고, 싹도 되어서 지상으로 벌어져 나와야 합니다. 즉, 원래의 씨앗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대자연의 법칙입니다.
하지만 씨앗은 영원히 사라진 게 아니라, 반드시 예전의 형상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그것을 가리켜 열매(實)라고 합니다. 땅으로 들어가는 시절은 봄이요, 화려한 꽃으로 등장하는 시절은 여름이며, 열매로 등장하는 시절은 가을입니다. 즉, 천부인의 형상은 가을에 이르면 반드시 육안으로 보일 수 있는 열매로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만일 지금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후천 가을이라면 당연히 천부인은 열매를 맺어 형상으로 우리 앞에 드러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