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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강. 서종과 - 천부경과 현무경 2

영부, 精山 2013. 1. 6. 08:15

 

이런 이치에 의해 선천에서도 말하기를 언어도단(言語道斷)이요,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참선(參禪)이나, 명상(冥想), 단전호흡 등 무수한 수련법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말하기를 ‘될 수 있으면 책이나 글자 등, 경전을 멀리하라’는 말을 하면서 길 없는 길을 자신들만이 가는 것처럼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내면에 속한 것이어서 객관적인 증거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하여도 객관적인 입증이 없다면 일반화(一般化), 보편화(普遍化)를 기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일반화, 보편화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으로 전락해 버리게 마련입니다. 오늘 날, 비록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이 종교를 능가하는 이유는, 그것이 앞에서 말한 객관화, 일반화, 보편화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신(神)이라는 존재도 역시 일반화, 보편화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노출된 종교의 문제점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현무경은 사라진 천부3인의 열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선천의 어떤 경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영부(靈符)가 있습니다. 영부는 천부(天符)입니다. 천부는 천지인 3인으로 된 것인데, 형상은 8괘로 나타나고(2 × 2 × 2), 변화는 9변(1 × 3 × 3)으로 벌어집니다. 따라서 이 둘을 합한 17개의 영부로 구성된 것이 바로 현무경입니다. 그리고 서종과의 첫 머리와 끝을 다 같이 17자로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천부경의 핵심인 ‘五七一妙衍’이 현무경에서 비로소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럼 환인께서는 무슨 이유로 천부를 전해주었을까요? 그냥 심법(心法)이라고 하여 아무런 문양(文樣)이나 부호(符號), 문자(文字) 등이 없는 방편으로 도를 전수하는 게 옳은 일이 아닐까요? 그러나 그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객관성과 일반화, 보편화를 할 수 없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진정한 개천입교(開天立敎), 홍익인간과 재세이화(在世理化)는 ‘올바른 깨달음’에 있습니다. 아무리 물질문명과 과학문명이 발달한다고 하여도 인간의 심성이 바르지 못하다면 오히려 더 큰 불행으로 남게 마련입니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을 발견하고, 최대한 활용하는 일입니다.

 

그걸 현무경 서종과에서는 <손자삼우익자삼우언청신계용>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손익을 주는 三友를 제대로 분간하는 게 깨달음이요, 그 주체가 인간의 심성에 깃든 神이며, 그런 신의 입(言)과 귀(聽)로 임(壬 = 任)하는 성(聖)을 가리켜 신성(神聖)이라고 합니다. 즉, 현무경의 서종과는 신성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길을 펼쳐서 보여준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면서도 보편화, 일반화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천부(天符)입니다. 천부는 언어와 문자를 초월한 것임은 두말한 나위도 없습니다. 그런 것들이 나오기 전에 있었던 이심전심의 수단입니다. 그런 걸 가리켜 상징(象徵)이라 하며, 상징물을 가리켜 부(符)라고 합니다.

 

符라는 글자는 竹(대 죽)과 付(줄 부)가 합하였는데, 竹은 ‘계산하다, 헤아리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그것이 付와 합하여 符가 되면 ‘사물을 분간하게 해 주는 상징’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것은 특정한 문자나 언어처럼 구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내포한 포괄적인 상징을 하게 마련입니다. 본래 마음이 그런 게 아닌가요? 마음은 모든 걸 담고 있으나, 막상 그걸 표현하는 언어나 문자 등은 지극히 단편적인 면에 국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언어나 문자는 본의 아니게 와전(訛傳)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언젠가는 언어나 문자를 초월한 전달방편이 나와야 하는데, 그것은 이심전심의 방편이 되어야 할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영부요 천부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환인께서 환웅에게 전수를 해 주셨으며, 그걸 바탕으로 한 민족이 바로 우리 한민족입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매 비로소 열매를 맺게 되어, 그 실체가 우리 앞에 나타났으니, 그것이 바로 현무경의 17영부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개벽(開闢)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개벽장이가 올 것을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기다려 왔습니다. 개벽은 하늘과 땅을 다 열어젖히는 일입니다. 하늘과 땅이 열리는 곳은 바로 인간의 의식입니다. 천부경에 ‘昻明人中天地一’이라고 한 것은 이를 가리킨 것입니다. 천지가 아무리 광활하다고 하여도 인간의 의식에서 밝아지지 못하면 공각(空殼)에 지나지 않습니다. 천지가 있는 것은, 바로 ‘나’라고 하는 인간을 위해서입니다.

 

개벽장이, 즉 개벽주가 온다면 우리에게 무얼 전해줄까요? 그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천부인입니다. 환웅에게 전수한 천부3인! 그것을 전해 주는 분이 바로 개벽주입니다. 영부에 대한 소식을 근세에 전해 주신 최초의 분은 수운 대신사입니다. 그가 서기 1859 기미년 乙亥 10월부터 6개월간의 구도 끝에 1860 庚申년 辛巳 4월 5일에 동학을 창도(唱導)하라는 한울님의 명령을 받는데, 그때에 <吾有靈符其名僊藥其形太極又形弓弓受我此符濟人疾病 ~ 受我呪文廣濟蒼生布德天下矣 : 나에게 영부가 있으니 그 이름은 선약이요 그 모양은 태극이요, 또 궁궁이니 이 부를 나에게서 받아 사람들의 질병을 건지고 ~ 나에게서 주문을 받아 광제창생과 포덕천하를 하라>는 말씀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수운 대신사는 동세를 맡았으므로 三七자 주문과 동경대전, 용담유사로 동학을 펼쳤으며, 정세를 맡은 화운 후사인 증산 개벽주께서 마침내 현무경으로 영부를 만천하에 드러냈으니 이로써 <포교 오십년 공부>가 다 이루어졌습니다. 그 기간은 기미년에서 기유년(1859 ~ 1909)까지였습니다.

 

이것은 이미 앞서 잠깐 소개한 바 있으니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겠고, 현무경의 영부는 동세와 정세라는 음양으로 이루어진 개벽의 완성체라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첫 머리 서종과에서부터 그걸 만천하에 밝혀주고 있으니, 그것은 방금 전에도 말한 것처럼, 서종과는 五七一妙衍으로 이루어집니다. 얼굴에 있는 오관(五官)과 칠규(七竅)가 하나 되고, 북부에 있는 오장(五臟)에서 우러나오는 칠정(七情)이 하나 되는 등등, 5와 7이 하나 된다고 하는 것은 매우 깊은 뜻이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