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엊저녁을 먹은 식당엘 들르니 마침 다른 사람이 시켜놓은 전복뚝배기가 있다.
급히 마시듯 먹고는 차를 몰아 가까운 성산항에 도착하여 우도로 가는 아홉 시 배를 탔다.
차를 놔두고 가기로 한다. ( 얼마나 멀지 모르지만 또 한 바퀴를 오로지 발로만 돌아야는군.. ㅡㅡ)
배 위서 바라본 우도 - 말 그대로 소가 누운 듯 하다. 소고기는 먹을 수 있을까?
내리자마지 행군을 시작하시오 라고 떠억하니 올레길 표시가 나타난다.. ^^
아, 척박함.... 온통 돌 뿐인 섬이라지만 섬 속의 섬 우도엔 변변한 나무 한 그루 없다.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던 어데 쯤에 참 낭만적인 이름의 횟집 하나가 보인다. [해 달, 그리고 섬]이다..
해녀탈의실이라 쓰인 곳이 대여섯 곳은 넘는다. 이곳의 아낙들의 끈질기고 끈끈한 삶에의 흔적들이다.
무질이 끝나면 그들이 쉰다는 작은 돌담으로 두른 바위엔 그래도 바람이 숭숭 새들어온다...
제주도, 여자들의 섬.... 여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여자들의 삶이 만들어 낸 섬이란 뜻인가 보다.
밋밋한 섬돌이에 이런 만들어진 색채가 눈을 거스르지 않을 만큼 있고 섬 어덴가엔 여류 화가의 갤러리도 있었다.
방사탑이란다.... 먼 바다로 나가는 이들을 위한 저마다의 치성을 드리는 곳, 정한수 떠놓고 무사귀환을 바라는 아낙의 마음은 이 외진 끄트리 섬에서도 같은 마음인가 보다.
봉수대와 등대 - 왜구의 침입이 잠시도 끊일 날이 없는 가까운 곳 그래서 불과 연기로 그들의 노략질을 알리고 대피토록 한 섬 지킴이
제주도라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나즈막한 집들과 화산암으로 쌓은 돌담이다.
이곳 역시 그랬다. 섬 주변을 돌면 어덴가에 보일락말락한 빨간, 파란 집들이 이엉대신 흰 띠를 두르고 서 있다. 해변을 돌다보니 정작 사람들의 살림집이 어떤가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나는 추운 해녀님을 위해 따뜻한 손을 빌려드렸다.
해변을 따라 걸으니 예쁜(?) 해녀상이 나온다. 바다와 해녀, 우리가 상상하던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보다 인간적이고 아름답고 억세지만 강한 우리네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맘 착한 강아지 몇이 사람을 반겨 뛰어 온다.....(개만도 못한 인간이란 말은 앞으로 써지 않아야 할 것 같다.)
포구에 매인 배 몇 척일 뿐이지만 삭막하고 거무티티한 섬의 모습에 따사론 색감을 불어넣어 주는 화제이다.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날이다. 많다던 우도 탐방객도 유난 적다. 뱃전에 왁자하던 그 중국인 관광객들은 다 어딜 가고 띄엄띄엄 보이는 사람 한둘...
[섬 안의 섬]인 우도 안에 또 [섬 안의 섬]인 비양도가 있다.
어서 오시란 팻말, 그리고 거친 해풍에도 당당한 말 몇 마리,
거센 풍파에 곧이라도 날려갈듯한 작은 등대.....
이곳이 어쩜 고려 때 몽골의 강압으로 말을 길렀던 곳인가?
아내가 없다. ㅡㅡ (미아 신고라도...ㅡㅡ.)
'좁은 섬 어덴가서는 만날 테지....' 두 갈래 길에서 망설이다 마을이 아닌 해변을 걷는다.
책을 쓴 이의 말처럼 '꼬닥꼬닥' 걷다 보니 날은 차지만 조금씩 우도의 모습이 보인다. 단지 길을 걷는 일만으로도 이리 찬데 바닷 속을 뒤져 해물을 찾는 이들의 삶이야 오죽할까?
그런데 그만도 아녔다.
일제시대에 부녀자들의 항일 운동에 앞장선 이들 또한 이들 해녀였다하니 그 면면하게 억세고 질긴 삶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드디어 보이는 봉우리의 등대,
빨간 건물은 게스트하우스이다. 두당 2만원이 넘을 게다, 섬 안의 섬이기에..
봉을 향해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때를 잊게하는 저 파릇한 싹들...
모두 16킬로 정도라는데 아내가 없다.
걸음이 빠른가 보다. 허나 아무리 따라가도 이녘이 보이질 않는다.
암튼 멀리 봉우리 끝에 흰 등대가 보이고, 오르는 길에서 내려다본 섬은 단지 검은 돌과 검푸른 바다만 있는 섬이 아니라 참한고 순한 보리인지 유채인지가 파릇한 아담한 섬이다.
등대!
누리의 끝, 섬의 끝에서 어둔 바닷길을 가는 누군가에게 길을 알려주는 한 가지 일을 묵묵히 한다. 흰 곳은 예전의 등대이고 붉은 지붕의 등대가 등촉이 좀더 밝게 지어진 현재의 등대란다.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 어딘데?
- 등대 위....
- 왜 안 보여?
- 나는 해변길로 곧장 왔는데...
- 뭐야, 나는 마을길로 들어서서 등대공원에 있구만.
글믄 글치 걸음이 그리 빠를 수가 있나, 공연 섬이라 어데 가랴 했지만 잠시의 이산에 만남이 반갑다.
등대 공원 근처에 있는 작은 식당서 [아강발(아기돼지족발)]을 권했지만, 추위와 지친 걸음에 고기맛이 날 것 같지 않다.
멸치 국수 하나를 시켜 몸을 뎁히고 3시 배를 타고 다시 성산으로 돌아온다.
다리 아프다, 춥다 말도 못하는데
눈치코치도 없는지 남은 시간은 빨리 나가서 [섭지코지]를 가잔다....
'그려, 또 가 보세나.....'
헤구,, 어제 오늘 걸은 게 백 리는 되겠다.
'당신은 발도 안 아푸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