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자삼우, 손자삼우를 공자께서는 지극히 인간적인 덕목으로 가르치셨지만, 그 근본은 어디까지나 천지인 3신입니다. 3신은 인간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물에도 있는 법입니다. 그중에서도 유도는 특히 인간에게 초점을 맞추었으니, 그것은 애초부터 유도는 천지인 3신중에서도 人에 속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유도는 정치적인 면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선도는 성명쌍수(性)雙修)를 통한 양생(養生)에 치중 하였으며, 불도는 유심(唯心)에 치중했습니다. 현무경 서종과의 三友는 유교적인 관점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3신을 모두 아우르는 全一的인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서종과의 머리에 해당하는 글자 수가 8자라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8자는 곧 8괘를 의미합니다. 8괘는 본래 유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도를 해설하여 복희씨가 획을 그은 것입니다. 그로부터 선불유라는 3도가 펼쳐지게 되었으니, 서종과의 머리를 8괘로 든 것은 원시반본(元始返本)하는 것과 같으니, 그것은 하도의 이치를 다시 깨달으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하도는 씨와 뿌리에 해당하고, 낙서는 꽃에 해당하며, 용담은 열매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하도로 원시반본 한다 함은 곧 용담의 등장을 가리킵니다. 열매는 씨앗의 완성이기 때문입니다.
三友라고 한 것은, 8괘의 효가 3효이기 때문이고, 여덟 개의 글자로 머리를 든 것은 우주라는 수박을 세 번 가르면(一析三極) 여덟 조각으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8괘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개벽주께서도 ‘도통의 비결은 8괘에 있느니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또한 세상사를 묻는 종도들에게 ‘12지지와 10천간을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 두 개는 머리 빗는 빗과 같고, 베짜는 바디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즉, 우주의 모든 사물은 8괘라는 형체로 대변하며, 그 속에 들어 있는 시공의 법칙은 천간과 지지를 통해서 알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익자삼우와 손자삼우를 ‘8괘와 천간과 지지’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수운 대신사의 제자이신 용주 선생께서 지은 봉명서(奉命書)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봉명서는 한용주(韓龍주 1,844 ~?) 선생이 1,861년 지리산 유람 시에 함양 마천에 이르러 수운대신사를 벽송암에서 만나 뵙고 대도를 전수 받은 후 1,863년 성도한 내용을 동학의 가사형태로 저술한 내용인데, 그 후 이를 대전에 사는 원용문씨가 1969 기유년에 재발행 하였다고 합니다.
(중략) 서북영우상회(西北靈友相會)하여 금수강산(金水江山) 이 천지(天地)에 선악판단공사(善惡判斷公私)할 제 익자삼우손자삼우(益者三友損者三友) 풍운(風雲)같이 모여드니 역수순수궁을도(逆數順數弓乙道)를 좌선우선설론(左旋右旋說論)하니 왈가왈부(曰可曰否) 이 아닌가 왈가자(曰可者)는 양삼우(陽三友)요 왈부자(曰否者)는 음삼우(陰三友)니 양삼우(陽三友)를 말하자면 진감간(震坎艮)이 양삼우(陽三友)라 삼우합덕일심(三友合德一心)되면 건삼련(乾三連)이 분명(分明)해서 태양궁중명령(太陽宮中命令)이요 음삼우(陰三友)를 말하자면 손리태(巽離兌)가 음삼우(陰三友)라 삼우합덕일심(三友合德一心)되면 곤삼절(坤三絶)이분명(分明)해서 태음을중명령(太陰乙中命令)이라 왈가왈부(曰可曰否)하니 가부손익분간(可否損益分看)해서 취가퇴부(取可退否) 하였으라. (생략) |
위 문장에서 보는 것처럼, 익자삼우와 손자삼우, 손익분간 등등, 서종과에 비슷한 문구들이 상당수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건곤으로 대변되는 8괘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8괘와 천간, 지지에 관한 것을 아무리 많이 살피고 강조를 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걸 우선 명심해야 합니다.
손익(損益)을 현무경의 맨 첫 글자로 기록을 한 것은, 현무경이야말로 선천의 모든 사상과 학문, 문화에 대한 결산(決算)을 하는 심판경(審判經)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추수심판과 업경대(業鏡臺 : 일생에 지은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가 바로 현무경이라는 걸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믿을 수 있을까요? 대개의 경우, 선천의 종교인들은 특정한 존재가 일일이 자신의 선악을 심판하는 것으로 믿고 있으나, 현무경에서는 자신의 속에 들어 있는 3신이 심판한다고 가르칩니다. 기존의 종교판에서는 심판을 매우 무섭고 두려운 것으로 인식하게 마련이지만, 현무경에서는 ‘개벽’이라고 일러줍니다. 개벽은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여는 일인데, 두려운 게 무엇이며, 무서울 게 어디 있단 말인가요? 심판이라는 것은, 마치 어두운 방에 스위치를 올려 전구를 밝게 빛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면 모든 게 밝아지는 법이고,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못하면 어두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법입니다. 전자를 가리켜 천국에 들어갔다 하는 것이요, 후자를 가리켜 지옥에 들어갔다고 하는 겁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먼저 8괘에 대한 이치를 통달하여야 합니다. 8괘에 대해서는 이미 시중에 널리 유포된 지식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것은 <周易>을 해설한 글일 뿐, 그보다 먼저 나온 하도와 낙서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 때문에 기초적인 것들이 부실하였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건 기초가 튼실하지 않으면 사상누각(沙上樓閣)과 같아서 항상 위험에 직면하게 마련입니다.
그럼, 8괘에 대한 기초적인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만 가지고 글을 쓰려고 해도 방대한 분량이 되겠지만, 여기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만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래 8괘는 하도를 복희씨가 풀이하여 획을 그은 것입니다. 따라서 하도와 복희 8괘를 동시에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도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곳에서 많은 언급을 하였으므로 그런 기록을 참고하기 바라고, 여기서는 집중적으로 복희도와 연결된 것만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하도는 열 개의 숫자를 5방에 배치했습니다. 8괘는 여덟 개의 괘를 그린 겁니다. 숫자는 열 개인데, 괘는 여덟 개만 그렸군요. 그러니까 숫자와 8괘는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연관도 없다면 왜 굳이 열 개의 숫자를 괘로 그렸을까요? 반드시 그 둘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그걸 푸는 열쇠는 하도에는 중심에 5, 10土가 있지만, 8괘는 중심이 텅 비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일입니다. 즉, 8괘는 사물의 중심을 가리킨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열 개의 숫자는 사물의 내외를 모두 가리키는데 반해, 8괘는 사물의 외형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8괘는 사물의 형상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도에서는 맨 위에 2, 7火, 맨 밑에 1, 6水, 왼편에 3, 8木, 오른편에 4,9金, 중앙에 5, 10土를 배치하였으나, 복희도에서는 맨 위에 1건천과 2태택, 밑에는 8곤지와 7간산, 왼편에는 3리화와 4진뢰, 오른편에는 5손풍과 6감수를 배치하였습니다. 이 둘을 연결한다면 2는 ☱, 7은 ☰, 3은 ☲, 8은 ☳, 4는 ☵, 9는 ☴, 1은 ☶, 6은 ☷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복희도에서는 1건천, 2태택, 3리화, 4진뢰, 5손풍, 6감수, 7간산, 8곤지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