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하도와 복희도의 숫자가 다르게 배치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 답은, 하도는 5행을 기준으로 한 것이요, 복희도는 4상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4상은 하늘에 있던 음양을 땅에서 다시 음양으로 세분한 것입니다.
양 − 음
태양 소음 소양 태음 |
이것을 방위에 맞추어 배치하면
여름
봄 가을
겨울 |
4상을 다시 음양으로 구분하면 아래와 같은 복희 8괘가 나옵니다.
건(1, 7) ☰ 태(2, 2) ☱ ☴ 손(5, 9) 이(3, 3) ☲ ☵ 감(6, 4) 진(4, 8) ☳ ☶ 간(7, 1) ☷ 곤(8, 6) |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도는 밑으로 水가 흐르고, 위로는 火가 솟으며, 왼편으로는 木이 자라며, 오른편으로는 金이 단단해 진다는 걸 일러주며,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土가 있다는 5행의 원리를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걸 다시 간추린다면 木과 火는 봄(동방)과 여름(남방)이라는 비교적 양이 활발한 상태를 가리키고, 金과 水는 가을(서방)과 겨울(북방)이라는 비교적 음이 강한 상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걸 수리로 나타내면 3(木) + 2(火) = 5라는 양권(陽圈)과 4(金) + 1(水) = 5라는 음권(陰圈) 두 개의 土로 나누어집니다.
이것을 복희도에서는 <하늘 사상 : 1건천, 2태택, 3리화, 4진뢰>과 <땅의 사상 : 5손풍, 6감수, 7간산, 8곤지>로 표기하였습니다. 복희도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하늘이 있고, 가장 낮은 곳에 땅이 있으며, 동서로 태양과 달이 운행하는 천체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늘을 근본으로 삼아 1이라 하였고, 그것이 최대한으로 벌어진 땅을 8이라고 하였고, 태양을 3이라 하였고, 달을 가리켜 6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을 하도의 5행과 결부시키면 맨 위에 있는 1건천은 陽火인 7이 되고, 밑에 있는 8곤지는 陰水인 6이 되고, 왼편의 3리화는 陽木인 3이라 하고, 오른편의 6감수는 陰金인 4라고 하게 마련입니다. 위의 도펴에 있는 숫자들은 이런 이치에 따른 것입니다.
하도를 보면 맨 밑의 1, 6水에서 왼편 위로 오르면서 3, 8木이 있고, 꼭대기에는 2, 7화가 있으며, 중앙에는 5, 10土가 있고, 오른편으로 4, 9金이 있습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상생(相生)의 이치를 가리키는 것으로, 水生木,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에서 다시 水生木으로 반복 순환하는 질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상생은 이처럼 동방(왼편)에서 남방(위), 중앙, 서방(오른편) 북방(밑)의 순서로 시계방향으로 흐르고있습니다. 이것은 철저하게 태양의 흐름을 좇은 것으로, 태양이 동방에서 솟기 시작하여, 남중(南中)으로 극을 이루며, 서방으로 지기 시작하며, 밤에는 완전히 어둠에 싸이는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태양의 방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유는, 태양이야말로 모든 형상을 밝게 드러내는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즉, 태양을 좇는다는 것은, 곧 사물의 외형을 따른다는 말과 같으니, 눈에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는 물질문명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희도의 위, 아래에는 각기 1건천과 8곤지가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이는 곧 순양은 가장 맑고 밝은 상태이므로 가장 높은 하늘이 되고, 반대로 순음은 가장 탁하고 어두운 상태이므로 맨 밑의 땅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순양의 기운을 건(乾)이라 하고, 그것이 형상으로 보이면 천(天)이라 합니다. 순음의 기운은 곤(坤)이라 하며, 그것이 형상으로 나타나면 지(地)라고 합니다. 이처럼 건천과 곤지는 각기 양과 음의 극처가 되니, 이를 지구상에서 말한다면 건천은 남극이요, 곤지는 북극이라고 합니다. 그 사이에서 동서로 운행하면서 사물의 음양을 조절해 주는 것이 바로 일월(日月)입니다. 태양은 동에서 떠서 서로 지고, 달은 서에서 떠서 동으로 숨바꼭질을 하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3리화와 6감수입니다. 리괘는 1건천의 중심으로 음이 들어간 모습(☲)이고, 감괘는 반대로 8곤지의 중심으로 양이 들어간 모습(☵)입니다. 만약에 1건천이 계속 순양의 상태로만 존속한다면 어떤 만물도 생기지 못합니다. 양이 다하면 음이 생기고, 음이 다하면 반대로 양으로 돌아가는 대자연의 순환 때문에 만물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1건천은 반드시 음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 첫 번째의 형상을 2태택(兌澤 ☱)이라 하였고, 하늘에서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된 음을 4진뢰(震雷 ☳)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해당하는 것을 3리화라고 부릅니다. 2태택은 비록 하늘에서 발생한 최초의 음이기는 하지만, 아직 그 세력이 미약하여 단단하게 뭉친 순양의 기운을 서로 멀리 떨어지게 하지는 못합니다. 위에서 한 개의 음효가 생겼지만, 아직도 막강한 양의 기운이 남아 있어 위에 있는 위정자들이 소인배가 되어 불법과 부정을 저지른다고 하여도 원체 국민들의 깨달음이 확고하여 끄떡도 하지 않는 형국입니다. 그리하여 그 이름을 兌(빛날 태, 기쁠 태)라고 하였습니다. 막강한 양속에서 발생한 미약한 음의 상태는 습기(濕氣)요, 그것이 모인 걸 택(澤)이라고 합니다.
4진뢰는 하늘에서 볼 적에 음이 가장 커진 상태입니다. 위에는 음효가 두 개나 있고 맨 밑에 한 개의 양효가 있으니, 온통 하늘에 먹구름 투성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은 본래 위로 오르려고 하는 속성이 강한 지라, 밑에 있는 양은 불가불 먹구름과 충돌하지 않으면 안 될 운명입니다. 이런 충돌을 가리켜 우레와 번개라고 하기에 진뢰(震雷)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것은 하늘의 입장에서 본 것이요, 만일 진괘를 땅의 입장에서 본다면, 두터운 땅속에서 들고 일어나는 양의 기운을 가리킵니다. 두터운 땅을 뚫고 위로 솟구치는 지진이나 용암(鎔巖)이 바로 진괘입니다. 이처럼 2태택은 가장 풍부한 양에 비해 적은 음을 지닌데 비해, 4진뢰는 쌓이고 쌓인 음의 기운이 가장 풍성하고, 그와 걸맞게 강력한 양기가 대응하는 형국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게 바로 3리화입니다. 離(떨어질 리)는 순양의 덩어리로 단단하게 뭉쳐있던 하늘을 가른 존재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순양만으로 이뤄진 하늘은 음이 들어가지 않으면 결코 한 곳으로 양기가 모이지 않습니다. 양은 본래 흩어지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순양은 항상 허공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막강한 순양이라고 하여도 그걸 한 군데로 모으지 않으면 써먹을 수가 없다. 모으는 일은 음의 기능입니다. 비록 2태택과 4진뢰가 음의 속성대로 양의 기운을 한데 모으지만, 하나는 너무 약하고, 다른 하나는 너무 강하여 극과 극으로 치우쳤습니다. 3리화는 중심에 속하여 비교적 중도적인 양의 기능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걸 가리켜 태양이라고 합니다. 태양은 거대한 불덩이이므로 리화(離火)라고 부릅니다.
순음이 모인 8곤지에서도 역시 음양의 변화가 발생하게 마련인데, 막강한 하늘의 양기에서 벗어나 마침내 땅에 첫발을 디딘 최초의 음을 가리켜 巽(☴손괘 손, 바람 손)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음의 입장에서 본 것이요, 양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록 양의 두 개나 되어도 음의 세가 워낙 강하여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음도 역시 비록 땅에 발을 디디기는 하였어도 아직 막강한 양의 기세로 인해 심히 흔들리는 양상인데, 이를 가리켜 바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손풍(巽風)이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손풍이 이처럼 불안한 음이라면 7간산은 땅에서 음이 높이 쌓인 형국이니, 이는 곧 대지 위에 우뚝 선 山이라고 하게 된 근거입니다. 艮은 본래 ‘그치다, 어긋나다’는 뜻이 있으니, 땅에서 더 이상 오를 데가 없어진 음과 양이라는 데서 그 명칭이 유래했습니다.
5손풍과 7간산은 이처럼 8곤지를 바탕으로 시종을 가리키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을 6감수(坎水 ☵)라고 합니다. 감괘의 형상은 8곤지 속으로 양이 들어간 모습이니, 순음이 극에 이르면 반드시 양이 생한다는 법칙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음은 본래 안으로 끌어들이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양이 중심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계속 쪼그라들어 언젠가는 소멸 되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흡인력의 한 중심에는 원심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강력한 <음속의 양>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水입니다. 물속에는 양의 기운이 있어 항상 속은 얼지 않으며, 투명한 법입니다. 불은 이와 반대로 속에는 음의 기운이 있어 항상 속은 냉하고 어둡게 마련입니다. 태양의 흑점은 이런 사실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坎(구덩이 감, 빠질 감)은 음속으로 양이 빠졌다, 혹은 동방에서 솟은 태양이 서방의 달 속으로 빠졌다는 의미에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