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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강 사람이 머리를 하늘로 둔다 함은?

영부, 精山 2013. 2. 3. 08:11

⑤ 사람이 머리를 하늘로 둔다 함은?

 

현무경이 성편한 기유년(1909년) 1월 1일 巳時 이전에는 사람이 머리를 땅으로 두었습니다. 이는 곧 사람의 의식이 온통 물질적인 것을 위주로 흘렀다는 말입니다. 사람과 짐승의 차이는 머리를 하늘로 향하느냐, 아니면 땅으로 향하느냐 하는 데에 있습니다. 물론 원숭이나 북극의 펭귄 같은 짐승들도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처럼 온전한 상태는 아닙니다. 머리를 하늘로 향한다 함은, 하늘을 뿌리로 삼는다는 의미입니다. 식물은 뿌리를 땅에 박고 있기 때문에 한 곳에 고정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습니다. 본래 땅은 고정된 음을 가리키는 것이니, 그 속에 뿌리를 박았다는 것은 그만큼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자유롭게 이동을 하는 짐승들은 대자유를 누린다는 말은 아닙니다. 짐승들은 비록 자유롭게 이동을 하지만, 애초부터 그들에게는 음과 양이 이상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루지 못한 몸을 부여받았습니다. 인간이 최고로 귀한 영물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음양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인체의 머리는 직접 땅의 음식물을 대하지 않고, 손을 통하여 입으로 갖다 먹게 되어 있으니, 그것은 양과 음은 직접 교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즉, 불과 물은 둘 다 소중한 것이지만, 직접 맞상대를 하게 되면 대폭발을 일으키게 마련입니다. 음과 양은 반드시 그 사이에 적당한 중재(仲裁)가 필요합니다. 하느님도 역시 인간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고, 그 사이에 네 천사(天使)를 두었다고 하는 기록이 성경에 있습니다. 머리의 생각은 반드시 사지(四肢)를 통하여 몸에 드러나게 되어 있는 이치와 같은 맥락입니다.

 

천지인 3신은 각기 네 천사(사지)가 있으니, 3 × 4 = 12지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12지지는 하늘의 사지, 땅의 사지, 사람의 사지를 합한 것인데, 그것을 또한 천축(天軸), 지축(地軸), 인축(人軸)이라고도 합니다. 천축은 子午卯酉이고, 지축은 辰戌丑未이며, 인축은 寅申巳亥입니다. 천지는 본래 한 쌍이 되어 子와 丑을 머리로 하였는데, 북방은 가장 높은 곳이므로 하늘과 땅의 머리라고 합니다. 반대로 午未는 가장 낮은 곳이므로 하늘과 땅의 복부라고 합니다. 좌우의 수족은 각기 卯酉와 辰戌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子午線은 하늘의 머리와 복부를 잇는 천축을 가리킵니다. 지금까지 세상에서는 아침의 첫 시는 子時로 오후의 첫 시는 午時로 삼아 시간의 기준을 천축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천축일 뿐, 결코 인축은 아니었습니다. 단 한 번도 인축이 중심이 되지 못하였으니, 인간이 직립(直立)한 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이 머리를 하늘로 향한다 함은 하늘의 머리가 있는 子로, 인간의 머리인 巳가 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서 巳를 인간의 머리라고 할까요? 결론부터 말한다면 인간의 머리는 巳요, 복부는 亥이며, 좌우 수족은 각기 申寅입니다. 하늘의 머리는 子水요, 땅의 머리는 丑水(水氣가 풍부한 土)라고 한 것에 비해, 인간의 머리는 巳火라고 합니다. 천지는 다 같이 水를 머리로 하는데 왜 인간은 火를 머리로 삼을까요? 그것은 천지와 인간은 서로 반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늘과 땅은 각기 사물의 上下에 걸쳐 있으니, 그것은 극과 극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러기에 天上과 地下라는 용어가 생겼습니다.

 

이에 비해 사람은 천지 사이에서 태어난 중심이므로 人間이라고 부릅니다. 극과 극은 표면으로 형성하는 법이요, 그 사이는 중심을 가리키는 법입니다. 표면은 비록 잘 보이지만 사실은 제일 어두운 것이기에 水를 머리로 삼고, 중심은 비록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본래 가장 밝은 것이므로 火를 머리로 삼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물은 1子이고 하지만, 불은 2巳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1은 극(음)과 극(양)으로 떨어진 것이요, 2는 그 둘이 하나 된(음양) 상태입니다.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는 巳는 선천물질문명에서는 동남방 辰巳之間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곳은 본래 三陽之處였으므로 가장 밝은 곳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형상적인 밝음을 가리킨 것이지, 내면의 밝음을 가리킨 건 아니었습니다. 내면의 밝음은 겉에 있는 게 아니라, 내면에 있는 법입니다. 내면이 밝은 것은 물입니다. 하도를 보면 물의 내면을 1이라 하고, 외면을 6이라고 했습니다. 즉 물은 표면으로는 음이지만 내면에는 양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불은 내면에 2가 있고, 외형으로는 7이 있으니, 그것은 겉으로는 밝지만 내면으로는 어두운 게 불이라는 뜻입니다.

 

후천은 외형이 아니라 내면의 밝은 빛을 회복해야 하는 시절이므로 당연히 북방으로 그 머리를 돌려야 합니다. 그래서 진사지간은 술해지간과 그 자리를 바꾸어야 한다고 한 것이 서종과의 가르침입니다. 이처럼 머리가 배가 되고, 배가 머리로 되는 것을 가리켜 개벽이라고 합니다. 산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산이 된다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입니다.

 

子가 있던 곳으로 巳가 들어가 개벽을 한다는 것은 지지로 본 것이요, 만일 괘상으로 본다면 복희도의 남방 1건천과 북방 8곤지가 용담도의 북방 10건천과 남방 2곤지로 자리를 옮겨, 천지비(天地否)에서 지천태(地天泰)로 변합니다. 복희도의 천지비는 남방 1건천과 북방 8곤지가 합하여 만들어낸 괘상인데, 밝은 태양 빛이 온전하게 한 덩어리로 크게 비치는 남방이라고 하여 1건천이라 한 것이고, 북방은 볕이 8조각으로 지리멸렬(支離滅裂)하였다고 하여 8곤지라고 했습니다.

 

복희도는 본래 사물의 체(體)를 가리킨 것인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물의 형상을 드러내게 하는 태양을 체로 삼았다는 말입니다. 이에 비해 문왕도는 사물의 용(用)을 가리킨 것인데, 그것은 곧 사물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가장 어두운 곳으로부터 1양이 생기는 법이므로 8곤지에 1감수가 들어가 머리를 들게 되고, 반대편 가장 밝은 곳으로부터 1음이 생기는 법이므로 1건천에 9리화가 들어갔습니다. 1감수는 8곤지의 중심에 1양이 들어간 것이요, 9리화는 1건천의 중심에 1음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를 가리켜 문왕도는 ‘水火’로 머리와 배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용담에 이르면 복희도와는 완전히 정반대가 되어 차가운 머리와 따스한 배를 형성하게 됩니다. 본래 머리는 차갑고, 배는 따스해야 하는 것이 수승화강(水昇火降)의 법칙입니다. 이리하여 사람은 비로소 머리를 하늘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성경과 비교한다면, 에덴동산에서의 뱀(巳)은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한 죄를 지은 대가(代價)로 배로 땅을 기어 다니고,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상하게 된다는 저주를 받았습니다. 여자의 후손은 남자의 후손과 상대적인 것으로, 남자의 갈비에서 나온 선천의 인류가 아닌 ‘때가 되매 여자에게서 나신 예수’를 가리킵니다. 남자의 후손은 선천 양에서 나온 인간을 가리킨 것이요, 여자의 후손은 후천 음에서 나온 인간을 가리킵니다. 음에서 나온 후천의 인간은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한다고 하였으니, 이는 곧 배로 땅을 기어 다니는 물질에 속한 인간의 의식을 가리킵니다.

 

뱀의 유혹에 넘어간 것은, 남의 잘잘못을 따지는 선악에 밝아진 안목을 지녔다는 말이니, 이것은 외형적인 면을 밝게 드러내는 辰巳之間의 巳를 가리킨 것입니다. 용담도에서는 진사지간으로 서방의 음(陰)인 酉戌亥가 들어가므로 여자의 후손이 들어가 巳의 머리를 상하게 하는 형국입니다. 즉, 선천에서는 남자의 갈비에서 나온 사람들이 배를 땅에 대고 기어 다녔으나, 후천에는 여자의 후손들이 머리를 하늘로 향한다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