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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 이야기 92

영부, 精山 2013. 2. 5. 08:20

어제 잘 아는 지인과 좀 긴 시간 팔괘에 대한 이야기를 통화로 나누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건곤은 천지요, 감리는 일월이라고 하여 남북과 동서로 그 물상이 또렷하게 알 수 있는데, 나머지 진손간태는 잘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였으나 시간이 좀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천지는 상하로 벌어지고, 그 사이에 일월이 동서로 운행을 하는 건 쉽게 눈에 띄는데, 나머지 네 괘는 왜 그 방위에 위치해야 하는지 애매하다는 말이었다. 예를 들면 서북방에 7간산을 배치하였지만 산은 그곳에만 있는 건 아니며, 서남방의 5손풍이라고 하지만, 바람은 그곳에서만 부는 것도 아니며, 동북방의 4진뢰도 역시 그곳에서만 번개가 치는 건 아니다. 역시 동남방의 2태택도 그쪽 하늘에만 습기가 많이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이었다.

 

그건 맨 위에는 순양만 있어 하늘이라 하고, 밑에는 순음만 있어 땅이라 하였으며, 동북방은 땅 밑으로 강력한 지기가 분출되어 예전에는 지진이 많았고, 서북방은 음기가 치솟아 높은 산맥들이 융기하였으며, 동남방은 지대가 낮아 수상도시가 많이 있으며, 서남방은 바람이 심하게 부는 지역이라고 예전부터 말해 온 걸 모르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의문이었다. 이런 건 주역의 기초가 아닌가? 그래도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니 즐거운 일이 아닌가?

 

호랑이와 용에 관한 언급을 지루하게 오래 하는 듯하다. 팔괘에서 용은 양을 가리키고, 호랑이는 음을 가리킨다. 따라서 호랑이는 태괘만 가리키는 건 아니다. 태소녀와 리중녀, 손장녀를 모두 포함하여 호랑이라고 한다. 그것은 용도 마찬가지여서 진장남, 감중남, 간소남이 모두 용이다. 그런데도 마치 태괘만 호랑이인 것처럼 ‘풍종호’라고 한 것은 음의 하강은 태소녀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운종룡’은 양의 승강은 진괘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들 문구를 난해하게 만든 것이 또 있으니, 그것은 풍운이었다. 바람이 호랑이를 좇는다고 하여 마치 바람과 호랑이가 다른 것처럼 생각하게 하였으며, 구름이 용을 좇는다고 하여 이 역시 구름과 용이 마치 다른 것처럼 생각하게 하였다. 손괘나 태괘는 같은 음이요, 간괘나 진괘는 같은 양이다. 음의 하강은 태소녀로부터 시작하지만 그것이 다 자라면 순음인 땅으로 내려오는데 그걸 가리켜 손풍이라고 한다.

 

바람은 땅으로 하강해야 한다. 그래야 땅의 변화를 야기한다. 그래서 복희도의 5손풍으로 문왕도에는 2곤지가 들어갔다. 그런 괘상을 가리켜 풍지관이라고 한다. 거꾸로 보면 지풍승이다. 풍지관은 땅의 구석구석을 바람이 훑으면서 관찰하는 것이다. 왜 관찰할까? 그것은 땅을 개벽하기 위해서 정보를 모우기 위함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지풍승이 이루어진다. 즉, 밑바닥에 처박혀 있던 어두운 땅을 하늘로 올려놓기 위함이다.

 

오늘의 주제

위와 같은 관점으로 운종룡과 거기서 생긴 괘상인 산천대축과 천산둔을 음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