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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강 - 28수

영부, 精山 2013. 2. 17. 10:24

28에는 이와 같은 뜻이 들어 있는데, 현무경 첫 장에 28수를 등장시켰으니, 그것은 현무경이야말로 하늘의 별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걸 일러주는 셈입니다. 같은 별이라고 하여도 태양은 낮에 나타나는데 반해, 별은 밤에 나타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절은 계절로는 가을이요, 하루로 치면 밤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입니다. 밤하늘의 별은 태양처럼 온 천지를 밝히면서 열을 발산하지 않고, 아름답고 차가운 빛으로 위치를 일러줍니다. 태양은 모든 사물의 형태를 분간하게 하지만, 별은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즉 선천 낙서 시대에는 외형적인 면으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사물을 분간하여 온갖 차등을 만들어냈지만, 후천 용담 시대에는 포근한 안식을 누리면서 내면을 밝히는 별세계를 누비게 된다는 뜻입니다.

 

현무경의 첫 장을 28수라는 별로 머리를 들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 선천시대에는 아버지 태양과 어머니 태음이 만들어주는 역법으로 모든 날을 지냈지만, 후천에는 더 이상 부모님의 품에 의존하지 않고 성인(成人 = 聖人)으로 화한 자녀인 인간이 자립해야 합니다. 즉 지금까지 사용한 양력과 음력을 좌우의 보필로 삼고 황극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걸 일러주고 있습니다. 황극력을 가리켜 성력(星曆)이라고도 합니다.

 

이처럼 새로운 역법이 후천에 등장을 하는데, 그것은 과거와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28수의 운행을 보게 되는 걸 의미합니다. 과거 낙서에서는 진사지간의 角星에서 별이 기두(起頭)하여 각항저방심미기(동방7수), 두우여혀위실벽(북방7수), 규루위묘필자삼(서방7수), 정귀유성장익진(남방7수)의 순서로 순환을 하는 것으로 보았지만, 후천에는 그와 정반대로 선천의 끝인 진성(軫星)에서 기두를 하여 진익장성유귀정(남방7수), 삼자필묘위루규(서방7수), 벽실위허여우두(북방7수), 기미심방저항각(동방7수)의 순서로 순환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하여 실제로 천체의 운행이 거꾸로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이 뒤집어진다는 뜻입니다. 이런 것은 뒤에 나오는 현무경 허무장 미부(未符)에 그 실상이 제대로 드러나는데, 인간의 혼백(魂魄)이 동서남북으로 기초동량을 놓으면 붓으로 9천을 돌리는데(筆九) 그것이 계미(癸未)에서 그 머리를 들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기유정월일일(壬午日)로 후천 5만년의 자전을 시작한다면 하루 12시간이 지난 13시가 되면서 공전이 시작하는데, 그 일진이 癸未일입니다. 그날부터 28수는 진성(軫星)을 기두로 하여 선천과는 다른 순환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午符의 형상에 관한 걸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현무경의 특징은 선천 경전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영부(靈符)의 등장입니다. 영부는 다른 말로 천부(天符)라고도 합니다. 말 그대로 하면 ‘하늘이 내려 준 신령한 부’라고 할 수 있는데, 符는 ‘符信’이라고 하여 믿음의 표시로 나온 도안이나 문자 등의 상징을 의미합니다. 즉, 하늘과 인간이 맺은 영원한 약속(約束)의 표지(標識)라고 보면 됩니다. 약속을 한 것은 물론 마음과 마음이지만, 마음은 무형이기에 증거물로 삼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은 반드시 유형적인 물상(物象)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야만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하늘만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땅도 있게 마련입니다.

 

영부는 하늘과 인간이 맺은 영원한 약속을 증거하는 물상이기에 물형부(物形符)라고도 부릅니다. 명상이나 참선 등이 훌륭한 수행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구체적인 물형부가 없기에 무언가 허전한 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우리민족이 다른 민족과 달리 굳이 ‘천부인(天符印)’이라는 물형부로 ‘개천입교(天), 홍익인간(人), 이화세계(地)’라는 민족의 이념을 설정한 데에는 이와 같은 깊은 뜻이 있습니다. 천부인을 문자로 풀이하여 내어놓은 것이 바로 ‘天符經’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천부경 보다 천부인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모든 것의 씨앗이었기에 흙속으로 들어가 그 모습이 달리 변했습니다. 싹이 트고 줄기가 뻗고 유불선이라는 화려한 꽃으로 만개하여 가을의 열매가 맺힐 때까지 외적인 면으로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열매가 맺히면 그 속에 무수한 씨앗이 들어 있으며, 그것은 누구나 감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간 인류의 의식을 점유했던 물질주의는 西學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한 자태를 뽐냈는데, 그걸 종식(終熄)시킨 것이 바로 수운 선생이 세운 동학(東學)입니다. 동학은 서기 1,860 庚申년 4월 5일에 하늘로부터 영부와 주문이 수운 선생께 내려옴으로써 마침내 지상에 그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나에게 영부가 있으니 그것으로 濟人疾病하라’는 것이 하늘의 명령이었습니다. 그것은 선천에서 후천으로의 개벽을 알리는 일성(一聲)이었습니다. 수운 선생은 ‘개벽’을 제일 큰 기치(旗幟)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개벽의 동세(動勢)를 맡았고, 증산 개벽주는 정세(靜勢)를 맡았기 때문에, 비록 수운 선생께서 영부를 하늘로부터 받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건 개벽주의 몫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현무경의 영부입니다. 즉 현무경의 영부는 천부인의 열매인 동시에 천부경과 지부경, 인부경의 완결판입니다.

 

이처럼 현무경의 영부는 선천의 모든 문화와 사상을 하나로 집약한 천지인 3신의 열매입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전해 오는 ‘海印’이 바로 이것이요, 용의 입에 물고 있는 如意珠도 이것이며, 甘露水도 이것입니다. 영생은 본래 언어도단(言語道斷),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 한 것도 역시 이를 두고 한 말입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영부를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는 지난(至難)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육안과 동시에 영안(혹은 心眼)이 같이 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사람들은 육안만으로 모든 사물을 보았기에 겉의 형상만 보일 뿐, 그 속에 있는 7성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7성을 보는 자만이 수명(壽命)과 복록(福祿)을 같이 누리게 마련입니다.

 

영부 중에서 첫 번째의 영부가 바로 午符입니다. 현무경 원본에는 午符라는 기록이 없지만 午未에서 1음이 시작하기 때문에 후천의 개벽도 역시 양의 시작은 午에서, 음의 시작은 未에서 시작한다고 보아 그런 이름을 붙이게 됐습니다. 오부의 형상은 체(體)와 용(用)으로 구분하는데, 체의 획수를 가리켜 운필획수(運筆劃數)라고 합니다. 운필획수는 율려(律呂)를 상징하는 것으로 영부를 치는 붓의 리듬을 느끼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주는 파동으로 이루어지는데, 파동(波動)이란 명칭은 물리적인 면에 치중한 것이요, 진리적인 면으로 표현을 한다면 율려(律呂)라고 합니다. 파동은 육신적인 감각으로 느끼지만, 율려는 마음으로 느낍니다. 영부에는 고유한 율려가 있는데, 그것은 수치(數値)로 나타납니다. 오부의 운필체수는 29획입니다. 29는 흔히 ‘二九 착종수’라고 하는 것으로, 선천과 후천의 두미(頭尾)가 착종을 하는 상징입니다. 29의 중심에는 15가 있으며, 57仁數의 중심에는 29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