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水克火라는 상극으로 물질계를 인식하였으나, 개벽된 세상에서는 水生於火라는 상생과 상극의 합덕으로 물질계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바로 신부의 가르침입니다. 子時는 밤 11시에서 1시 사이를 가리키는데, 하루 중에서 1양이 시작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즉, 한 밤중에 들어 있는 1양의 기운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뜻입니다. 물자체는 음이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1양의 움직임을 드러낸 것이 바로 1감수☵입니다.
감괘의 괘상은 두터운 음속에 1양이 들어가 있는 형국입니다. 만약 그 속으로 1양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순음의 상태인 8곤지☷로 계속 남아 있었을 겁니다. 물이 단단한 얼음의 상태가 아니라 부드러운 물이 되어 아무런 틀이 없는 형태를 취하게 된 이유는, 그 속에 1양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子時속에는 차가운 물의 기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얼음을 녹이는 따스한 온기도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하는 것이 바로 신부의 의미입니다. 지금도 사주풀이를 하는 대부분의 경우, 子를 가리켜 물로만 보고 있지만 그것은 사물의 반쪽만 본 결과입니다.
이처럼 수생어화를 하게 되면, 12지지는 전부 그 자리를 바꾸게 마련이어서 동방의 인묘진 자리로 서방에 있던 미신유가 들어가 동방금과 서방목으로 되고, 남방의 사오미가 있던 곳으로 술해자가 들어가 북방화와 남방수로 되니 이로써 상극이 모두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신부의 모양을 살피기로 하겠습니다. 신부의 전체적인 형상은 十字를 바탕으로 합니다. 十字는 4상을 가르는 형태인데, 4방에는 수화금목이 있습니다. 머리에는 12개의 횡선(橫線)이 있으니 이는 金이요, 왼편에는 반달 모양이 있으니 이는 水이고 그 옆에는 태양을 가리키는 ○이 있으니 이는 火를 가리키며, 오른 편에는 人을 뒤집은 형국이니 이는 木이요, 밑에는 열 개의 점이 있으니, 이는 음토(成土)와 양토(生土)를 가리킵니다. 비록 신부를 설명하는 문구에는 ‘수화금목’ 4상만 나와 있지만, 그 바탕에는 생토와 성토라는 土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신부의 운필체수는 13획인데 자전과 공전의 일치점인 天有13도에서 상극이 사라진다는 걸 상징하는 셈입니다.
신부에서 말하는 상극은 12지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본래 그것은 낙서의 금화교역에서 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회에 상극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는 일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상극을 가장 요령 있게 말하라고 한다면 ‘金火交易’입니다. 이번 기회에 금화교역에 대한 핵심을 파악하고 넘어가 볼까요? 신부에서 상극문명이 사라지고 대신 새로운 후천문명이 수생어화할 것을 일렀는데, 그것은 곧 금화교역이 금화정역으로 바뀔 것을 말한 것입니다.
그걸 다른 말로 ‘개벽’이라고 하였는데, 그 개벽은 <남이 지은 것과 낡은 것을 그대로 쓰려면 불안과 위구(危懼)가 따라 드나니 그러므로 새 배포(配布)를 꾸미는 것이 옳으니라>,<판밖에 남모르는 법으로 일을 꾸미는 것이 완전하니라>고 하신 개벽주의 말씀처럼 낡은 옛 것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성경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금화교역이 아닌 금화정역으로 하라는 말씀입니다.
금화교역과 금화정역이 생소한 분들도 상당수가 되리라고 봅니다. 또한 금화교역을 알고 있는 분들이라고 하여도 그것이 금화정역과 어떻게 다른 건지 감을 잡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금화교역은 금과 화가 교차(交叉)한 상태를 가리키고, 금화정역은 그것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 걸 가리킵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할 수 없이 하도와 낙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도는 흑백의 무늬로 이루어졌으니, 그것은 우주만물은 음양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흑백의 무늬는 홀수 1, 3, 5, 7, 9 다섯 개와 짝수 2, 4, 6, 8, 10 다섯 개로 되어 있는데, 이를 가리켜 5행이라고 합니다.
하도의 중심에는 흰점 5와 두 개의 검은 점 5가 있는데, 이는 곧 眞主라고 하는 천지인 3신을 가리킵니다. 즉, 중앙의 한 점은 3신이 회좌(會座)한 것이며, 그것은 음양을 갖추어 4상으로 벌어지며, 5행, 6기, 7성, 8괘, 9궁, 10승 등의 모든 재료(材料)를 완벽하게 갖춘 모습입니다. 이처럼 하도에 있는 재료들만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이상 인간과 지상선경의 건설을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항으로는 수생목,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라는 상생의 법칙으로 모든 게 다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걸 일러주는 게 하도였습니다.
낙서는 하도와 같은 흑백의 무늬로 되었으나, 1에서 9만 있고 10은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하도에는 북방 1, 6水와 남방 2, 7火가 대대(待對)하고, 동방 3, 8木과 서방 4, 9金이 대대하지만, 낙서는 북방 1,6수와 남방 4, 9금이 대대하며, 동방 3, 8목과 서방 2, 7화가 대대합니다. 즉 남방에는 4, 9금이 들어가고, 서방에는 2, 7화가 서로 자리를 바꾸는 교역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역학에는 ‘기동북(氣東北)이 고수(固守)하고 이서남(理西南)이 교통’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교역은 필연적으로 수극화, 화극금, 금극목, 목극토, 토극수라는 상극의 운행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왜 이처럼 서남방에서 금화교역이 발생하는 걸까요? 물론 상극이라는 자극(刺戟)을 통하여 만물은 숙성(熟成)하기 때문이며, 특히 열매인 金은 풍부한 일조량(日照量)이 있어야 제대로 익게 마련이므로 금화교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그걸 가리켜 理西南이 교통한다고 하였을까요? 즉, 왜 서남방에서 氣가 아닌 理가 교역을 한다고 했으며, 동북방에서는 氣가 자리를 지킨다고 했을까요? 동북방에는 氣가 있고, 서남방에는 理가 있다고 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은 하도를 풀이한 복희도를 보면 답을 알 수 있습니다. 복희도의 동북방에는 4진뢰가 있고, 서남방에는 5손풍이 있습니다. 4진뢰는 밑에서부터 강력한 양의 기운이 치솟으며, 5손풍은 양이 위로 다 올라가고 땅으로 최초의 음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이 만물을 생장시키는 기를 발산한다면, 음은 더 이상 기가 산일(散逸)하지 않도록 모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야 튼실한 열매가 맺히는 법이니까요. 이처럼 복희도에서는 동북방에서는 양기가 만물을 양육한다고 하였으며, 반대로 서남방에서는 만물을 수렴하는 음기가 땅에 하강한다고 하였습니다. 양기는 힘을 위주로 하기에 동북방은 기(氣)로 본 것이요, 서남방은 가을의 수렴을 위주로 하기에 리(理)로 보았습니다. 理는 열매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왜 동북방은 水와 木으로 그 자리를 고수하는데 반해, 서남방은 金과 火가 교역을 해야만 할까요? 그 답은 형상을 기준으로 하느냐, 아니면 이면에 있는 변화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형상을 위주로 한다면 북방水와 상대적인 형상은 당연히 남방 火가 되어야 하고, 동방 木은 서방 金과 상대적인 형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이걸 그대로 나타낸 것이 바로 하도입니다. 그래서 1水와 상대적인 숫자 2를 가리켜 火라 한 것이고, 3木과 상대적인 숫자 4를 가리켜 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변화를 기준으로 한다면 1은 반드시 9로 끝나야 합니다. 그러므로 낙서의 북방 1감수는 남방의 9리화를 마주 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낙서9궁행로수라고 하는 것으로, 2곤지는 8간산을 찾아 9변을 하며, 3진뢰는 7태택을 찾아 9변으로 하고, 4손풍은 6건천을 찾아 9변을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금화교역이 생기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와 같이 사물의 변화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정남방에 9라는 숫자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9는 5행으로 金에 해당하기 때문에 南方火 대신에 9金이 자리를 잡았으니, 남방화는 반대로 서방으로 자리를 서로 바꿨습니다. 이처럼 金은 火속으로 들어가고, 火는 金이 자리한 것으로 들어가 火克金의 상극을 형성하게 된 것이 금화교역입니다. 그러나 후천에서는 다시 서방으로 4태택과 9리화가 금으로 되돌아가며, 남방은 2곤지와 7손풍이라는 화로 되돌아가게 되므로 이를 ‘금화정역’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