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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로 번 돈 기부하면 장관 자격 생기나?

영부, 精山 2013. 3. 2. 08:28

전관예우로 번 돈 기부하면 장관 자격 생기나한겨레|입력2013.03.01 19:30

[한겨레]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 기발한 해법을 내놨다. 그는 지난 28일 청문회에 나와 법률회사(로펌) 재직 때 받은 과다한 수임료 논란에 대해 "봉사활동과 기여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의혹의 대상이 된 돈을 토해낼 테니 장관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도덕적·법적으로 문제 있는 돈을 두고 걸핏하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는 볼썽사납다. 마치 도둑이 훔친 돈을 돌려줄 테니 죄를 없던 일로 해달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황 후보자는 2011년 검찰 퇴임 후 17개월 동안 로펌에서 16억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돼 있다. 한달에 1억원꼴인데 야당 의원들은 "로펌이 보험 성격의 보수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급여를 받은 점 송구스럽다"고 문제를 일부 시인했다. 아들의 전세자금으로 3억원을 빌려줬다가 장관에 내정된 뒤 증여세를 낸 것도 마찬가지다. 증여를 숨기기 위해 돈을 빌려준 것으로 해두었다가 문제가 되자 뒤늦게 세금을 낸다고 탈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는 이외에도 과속운전 벌금을 내지 않아 자동차가 다섯번이나 압류된 점, 징병검사를 3차례 연기하다 두드러기(담마진)를 이유로 석연찮게 병역을 면제받은 점 등으로 법무장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로펌에서 매월 3000만원의 고액을 받은 게 문제가 되자 "재산을 유익하게 쓰려고 구상하고 있다"고 기부 의사를 밝혔다. 실제 정 총리는 최근 1억원을 기부했다. 논란 끝에 자진사퇴한 이동흡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횡령 의혹을 받은 특정업무경비 3억원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았다.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법적·도덕적으로 흠이 있는 돈을 챙겨놓고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은근슬쩍 피해가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런 일이다. 공직 기강 확립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도덕이나 교육에도 악영향을 줄 게 뻔하다. 공직과 연관해 과다한 부를 축적한 이는 국민을 위해 봉사할 자격이 없다. 국민은 이제 부와 권력을 동시에 가지려 드는 일부 몰지각한 공직자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황 후보자는 퇴임 뒤 로펌으로 직행해 고액 보수를 받는 순간 공직을 맡을 자격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전관예우 문제는 이번에 확실한 금지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이상 공직사회에서 전관예우가 독버섯처럼 번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