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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강 - 허무장 : 천문 음양 정사

영부, 精山 2013. 3. 10. 08:23

② 허무장(虛無章)

                                                 * 天文 陰陽 政事

 

허무장의 특징은 후천의 기초동량을 놓았다는 점입니다. 이조장의 6양부로 선천의 구습을 일소하였으니 다음에는 음이 살림을 정리 정돈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여섯 개의 양부는 玄武로 선천의 폐습을 일소하고, 여섯 개의 음부는 기초동량으로 새로운 후천의 집(심령신대)를 짓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그래서 현무경의 한 중심에는 심령신대 亥符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허무장이라고 한 것은, 육허(六虛)에서 기초동량을 놓기 때문입니다. 6허에서 기초동량을 놓는 이유는, 그것이 모든 공간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허공과 물체로 이루어졌는데, 허공은 무형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속에 중심이 있다는 걸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유형적인 물질은 눈으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갈라서 중심을 찾는 일은 매우 쉽습니다. 하지만 유형적인 물질은 본래 무형을 반사하는 그림자라고 본다면, 무형에 본래 중심이 있기 때문에 그림자에 중심이 있다는 논리가 나옵니다.

 

따라서 허공에도 중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육허(六虛), 혹은 육합(六合)이라고 합니다. 기초동량에는 네 개의 점들이 찍혀 있으니, 도합 24개의 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기초동량이라는 네 기둥을 6허라는 공간에 세운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6이라는 숫자를 기초로 하게 마련인데, 그걸 상징하는 문구가 바로 ‘天文 陰陽 政事’입니다.

 

천문은 말 그대로 하늘이 인류에게 전달해 주는 글입니다. 그것이 땅에서는 음양으로 드러나고, 인간은 천문과 음양을 전수 받아서 바르게 펼치는데 이를 가리켜 政事라고 합니다. 흔히 정치라는 표현을 하는데, 사실 그것은 이처럼 천문과 음양의 이치를 일관한 상태를 두고 한 말입니다. 이처럼 천문, 음양, 정사는 天地人을 하나로 일관한 상태라고 보면 틀림이 없습니다.

 

천부경의 한 중심에 ‘六’이 있는데, 그것을 현무경에서는 ‘천문 음양 정사’라고 구체적으로 명기한 것입니다. 6이라는 숫자는 몇 가지의 의미가 있는데, 첫째는 天一, 地二, 人三의 합을 가리키고, 둘째는 1태극을 5행이 품은 상태를 가리키며, 셋째는 2음양을 4상이 내포한 상태를 가리키고, 넷째는 천지인의 음양을 전부 합해 놓은 셈이요, 다섯째는 음수의 중심(2, 4, 6, 8, 10)을 가리키며, 여섯째는 11귀체의 중심을 가리킵니다.

 

이조장은 대학경 우경 1장과 같다고 하였으며, 나머지 10장의 시작은 허무장부터.입니다. 1장은 기준이 되는 표본이므로 반서(反書 : 거꾸로 쓴 문자)가 하나도 없지만,나머지 10장은 파유착간(破有錯簡)이라고 한 것처럼 반서와 정서 등이 뒤섞여 있습니다. 허무장 1절부터 반서가 나오게 된 것은 이와 같은 이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낙서와 문왕도는 중심에 5가 들어갔으니, 이는 곧 1감수에서 9리화의 중심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5행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용담도의 중심에는 들어가니, 이는 곧 현무경과 현무경의 축소판인 용담도는 11귀체를 이루고 있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6은 11의 중심 수로써 5와 7 사이의 매체입니다. 이것은 천부경에 ‘五七一妙衍’이라고 한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인데, 그 증거로는 허무장 1절에 ‘5경7현무’가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경은 5행이 서로 엇갈리며 조화를 이룬 평면의 중심이라면, 7현무는 입체의 중심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우경1장은 평면의 중심이며, 나머지 10장은 입체의 중심이라는 의미도 들어 있습니다.

 

여섯 개의 음부 중에서도 巳符에 ‘天文’이라 쓰고, 卯符에 陰陽이라 썼으며, 丑符에 政事라고 쓴 것을 보면 巳가 天이요, 卯가 地이고, 丑은 人으로 자리 잡는 게 후천의 기초동량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12 지지 중에서 천축은 자오묘유이고, 지축은 축미진술이며, 인축은 사해인신이라고 한다는 걸 상기하면 어딘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즉, 巳는 인축인데 天文이라 하여 천축이 되고, 卯는 천축인데 陰陽이라 하여 지축이 되었으며, 丑은 지축인데 政事라고 하여 인축이라고 했으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여기에서 바로 후천 개벽의 실상이 명백히 드러납니다. 즉 선천의 천축이 있던 곳으로 사람이 올라가 시천주한 홍익인간이 되며, 지축이 있던 곳으로는 하늘이 하강하여 造化가 定해지는 이화세계가 되고, 인축이 있던 곳으로는 땅이 들어가 영세불망하는 만사지(萬事知), 즉 개천입교(開天立敎)라고 한 조상들의 이념이 완성을 이루었습니다.

 

선천에서는 양이 子寅辰으로 1양, 2양, 3양으로 순환하였는데, 그것이 극처에 이르면 巳에서 거꾸로 巳卯丑으로 돈다는 뜻입니다. 이는 곧 선천 子時에서 후천에는 巳時로 머리를 들게 드는데, 巳天文, 卯陰陽, 丑政事가 된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