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음해부를 가로와 세로로 배치한 것은 선천과 후천이 겹친 十字를 상징하기 위함입니다. 더욱이 글자 수가 ‘소멸음해부’라는 다섯 자로 된 것은, 그것이 음5행과 양5행이 서로 하나가 되어 일치한다는 의미입니다. 선천에는 음5행과 양5행이 서로 따로 떨어져서 하나 되지 못한 채 상극으로 운행하였으나, 후천에는 자미합, 축신합, 인유합, 묘술합, 진해합, 사자합, 오축합, 미인합, 신묘합, 유진합, 술사합, 해오합으로 음양 5행이 합을 이루어 十字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선천에 세상을 음해하던 모든 것들이 다 소멸된다고 하여 소멸음해부라는 명칭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소멸음해부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애용하는 영부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 자신의 사업이나 학업, 혹은 취업, 결혼 등등, 人事에 음해하는 모든 것들을 소멸해 달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소멸음해부를 소축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멸음해부는 그런 용도로 쓰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이미 이조장 申符에서 선천의 상극지리가 다 없어졌다고 하였는데, 어찌 길흉이 남아 있다는 말인가요? 인간의 길흉은 사실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은 모두가 자신의 미망한 의식에서 비롯한 것인데도 소멸음해부를 그런 식으로 믿고 사용한다는 건 아직도 참다운 깨달음에 도달한 상태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사실은 무신납(戊申臘)이라고 한 문구를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니, 개인적인 것이라면 무신납이라는 문구를 기록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臘은 ‘납향 랍’이라고 하는데, 동지 후 셋째 戌日에 선조와 白神에게 고하는 제사를 가리킵니다. 또는 승려가 戒를 받은 후에 한여름 90일간 안거근행(安居勤行)하면서 지내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臘月, 즉 음력 섣달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앞서 이조장 첫 머리의 ‘기유정월일일사시’와 연결하여 무신년의 마지막 섣달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합니다.
무신년 12월 24일 乙亥일로부터 개벽주는 좌선공사를 보셨으니, 그로부터 25일 병자, 26 정축, 27 무인, 28 기묘, 29 경진, 30 신사, 기유 정월 1일 임오일이 나오면서 현무경을 성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무신년 섣달에 선천에 음해하던 모든 것들을 다 소멸시킨 것이 바로 현무경의 출현을 가리킨 것입니다. 이처럼 선천의 모든 것은 무신년으로 막을 내린다고 하였는데, 戊申은 선천 중심의 천간 戊와 ‘天下無相剋之理‘가 申에서 막을 내린다고 한 현무경의 기록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신이 선천의 臘月이 되면, 다음에 등장하는 己酉가 정월이 되니 이로써 새로운 후천의 心月이 밝아집니다. 신월이 납월이 된 것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다’는 속담을 응한 것이니, 원숭이를 가리키는 申이 선천 후반 년의 머리인 7월이 되어 서방에 있었는데, 그것이 동방으로 이동하여 마지막 섣달이 된다는 걸 가리킵니다. 申이 동방으로 이동한 걸 ‘원숭이가 나무에 오르다’고 한 것이며, 후반기 첫머리 7월에서 후천의 섣달이 된 것을 ‘나무에서 떨어졌다’고 한 것입니다.
소멸음해부의 害자를 보면 개벽주께서 일부러 宀이 아닌 冖자를 썼습니다. 그것은 후천에서는 모든 것이 평등하게 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선천이 소멸되었다는 것은, 이조장의 4경 6현무의 중심으로 5경 7현무가 들어가므로 양이 소멸되고 음이 중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戊申은 甲子에서 45차에 해당하는 간지이므로, 이는 곧 낙서 45도수의 상징입니다. 낙서에서 새로운 후천이 46 己酉로 머리를 들어 후천의 정월로 머리가 된다는 걸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허무장에서 5경7현무로 선도수가 이루어지므로 허무장(虛無章)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허무는 하늘의 신선을 가리키고, 선도수는 35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35가 서게 되면 그걸 담는 그릇인 36수도 충만하게 되는 셈이니 이는 곧 5와 7을 연결하는 6이 6으로 최대한 벌어진 공간을 가리킵니다.
이런 이치에 따라 허무장 1절의 총 글자 수는 36자로 하였습니다. ‘현무경, 사략, 통감, 대학, 소학, 중용, 논어, 맹자, 시전, 서전, 주역, 소멸음해부, 소멸음해부, 무신납’이라는 글자 수는 36자입니다. 또한 허무장의 마지막에도 36자가 있으니, 이는 곧 선도수는 72로 둔갑을 한다는 상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一字五結이라는 네 자는 현무경의 글자 수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현무경을 처음으로 전수하는 대학을 개강하신 師首丈께서 그걸 떼어 낸 것이니 글자 수에 포함시키면 안 됩니다.
1 2 3 4 5 6 7 8 9 10
史 通 大 小 中 論 孟 詩 書 周
略 鑑 學 學 庸 語 子 傳 傳 易
10 9 8 7 6 5 4 3 2 1
11 11 11 11 11 11 11 11 11 11
이것은 선후천이 서로 교차하면서 11귀체로 중도를 이룬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一字五結이라 함은 음양을 하나로 묶으면 다섯 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1 2 3 4 5
史 通 大 小 中
略 鑑 學 學 庸
論 孟 詩 書 周
語 子 傳 傳 易
6 7 8 9 10
水 火 木 金 土
이렇게 해놓고 보면 선천의 역사를 줄여서 논하였고, 거울 같이 통하면 맏자식이 된다고 하였으니 이는 곧 후천의 머리를 알게 된다는 말이고, 큰 뜻은 시전에 두었고, 작은 뜻은 서전에 두었으므로 중용을 쓰는 것은 두루두루 바꾸어 놓았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선천과 후천의 사략을 살펴봅시다.
洛書 |
壬 |
癸 |
甲 |
乙 |
丙 |
丁 |
戊 |
己 |
庚 |
辛 |
子 戌 申 |
丑 亥 酉 |
寅 子 戌 |
卯 丑 亥 |
辰 寅 子 |
巳 卯 丑 |
午 辰 寅 |
未 巳 卯 |
申 午 辰 |
酉 未 巳 | |
午 辰 寅 |
未 巳 卯 |
申 子 辰 |
酉 未 巳 |
戌 申 午 |
亥 酉 未 |
子 戌 申 |
丑 亥 酉 |
寅 子 戌 |
卯 丑 亥 |
龍 潭 |
癸 |
甲 |
乙 |
丙 |
丁 |
戊 |
己 |
庚 |
辛 |
壬 |
未 巳 卯 |
申 午 辰 |
酉 未 巳 |
戌 申 午 |
亥 酉 未 |
子 戌 申 |
丑 亥 酉 |
寅 子 戌 |
卯 丑 亥 |
辰 寅 子 | |
丑 亥 酉 |
寅 子 戌 |
卯 丑 亥 |
辰 寅 子 |
巳 卯 丑 |
午 辰 寅 |
未 巳 卯 |
申 午 辰 |
酉 未 巳 |
戌 申 午 |
위 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낙서는 陽水인 壬子에서 출발하였으나 子寅辰 3양으로 돌아서 辰의 바탕인 巳卯丑으로 좌선을 하니 용담은 癸巳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壬子圖라 하는데 반해, 용담은 癸巳圖라고 합니다.
* 허무장 2절
허무장 2절부터 기초동량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기초동량 넉 자에는 각기 점이 하나 씩 있으니 이는 곧 4방을 가리킵니다. 4방에 기초동량을 놓는다는 표시입니다. 기초동량 네 글자를 반서로 쓴 것은, 후천의 지상선경은 선천과는 정반대로 기초동량을 세운다는 암시입니다. 선천에서는 태세, 세수, 일진, 시두라는 기초동량을 양을 위주로 하였으나 후천에서는 음을 위주로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런 것은 이미 앞에서 많이 언급 하였기에 생략하겠습니다.
글의 내용을 보면 ‘基礎棟樑 天地人信有巢文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24자입니다. 풀이를 한다면 ‘기초동량은 천지인신유소문이니 천주님을 모시고 영원토록 조화를 정하여 만사를 잊지 말고 알게 하소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초동량 뿐만 아니라 天地人信有巢文 일곱 자도 역시 반서로 되어 있으니, 이는 곧 선천의 양을 주관하던 천지인신유소문이 아니라 음이 주관하는 천지인신유소문으로 기초동량을 놓는다는 말씀입니다. 4는 7의 중심수인데 각기 ‘기초동량‘과 ’천지인신유소문‘으로 글자수를 맞추었군요. 이는 곧 기초동량 하나하나는 모두 7성의 의미가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7성은 밤하늘에 빛을 발하는 28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인간의 이목구비에 들어 있는 7규(七竅)가 밝아져 인간이 무지에서 벗어나 대자유를 얻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기초동량은 터(基)를 닦고, 주춧돌(礎)을 놓으며, 네 마루(棟)를 세우고, 들보(樑)를 얹는다는 것인데, 이는 곧 후천의 지상선경을 건설하는 순서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의 주인공은 侍天主가 한다는 것을 13자인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가 일러주고 있습니다. 이때의 시천주는 특정한 신이나 믿음의 대상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 속에 들어 있는 본래의 천주를 가리킵니다. 그것을 천부경에서는 三極(혹은 三神)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 삼신이 깃들어 있으며, 삼신의 은덕으로 생을 받고 살아갑니다. 천지인이 하나 된 자신을 깨닫는다면 누구나 조화를 정하며 영세불망만사지를 누릴 수 있다는 걸 일러주는 말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삼신이 거주하시는 집을 지어야 하는데, 그것을 가리켜 ‘기초동량’이라고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