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신을 가리켜 현무경에는 四物이라고 합니다. 사물이 거주하는 집을 가리켜 심령신대라고 하는데, 그걸 위해서 기초동량을 놓아야 합니다. 기초동량의 재료가 바로 천지인신유소문이라고 하였는데, 그 내용은 13자 주문인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입니다. 13자로 한 것은, 13은 3신이 4방에서 12시간과 12지지로 활동하는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13의 중심수가 7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것이니, 7은 3신이 한데 모여서 一始한 大十字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7의 중심수가 4이니 이는 곧 3신은 4상을 기준으로 모인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3 × 4 = 12의 중심이 13이라고 하는 것이며, 그것이 천지인신유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천지인신유소문은 ‘천문40자가 응축된 3대 상서’입니다. 천간 10자와 지지 12자는 天地를 가리키고, 팔괘 8자는 인간을 가리키며, 숫자 10개는 神을 가리키는 것인데, 이것이 천문 40입니다. 그리고 하도(복희도), 낙서(문왕도), 용담은 천문 40자로 지어졌습니다.
이 주문은 본래 서기 1,860 庚申년 4월 5일에 崔水雲 대신사께서 하늘로부터 받으신 것인데, ‘지기금지원위대강’ 8자는 강령주라 하고, 13자 기도주는 본주문이라 합니다. 기초동량 천지인신유소문이라고 하면서 강령주를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는, 그것은 적멸장 4절에 등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靈은 심령신대가 완성된 후에 내려와야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강령을 한들 집이 완공되지 않았으니 머무를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신년에 13자 주문이 내린 까닭은, 열매 맺는 서방의 庚에서 선천의 臘인 申과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허무장 2절의 기초동량은 최초로 생기는 기초동량인 동시에 음기초동량의 머리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반서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선천의 양에서 보면 정반대의 현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 허무장 3절
허무장 3절에는 양기초동량이 나옵니다. 기초동량에도 음양이 있는데, 음은 ‘기초동량’을 두 줄로 쓰고 각 글자마다 점을 찍은데 반해, 양은 한 줄로 쓰고 상하에 걸쳐 각기 두 점을 찍었습니다. 첫 번째의 기초동량은 천지인신유소문이라고 하였는데 정작 거기에는 아무런 符가 없었습니다. 기초동량이란 문자는 허무장 2절과 3절, 4절, 5절에 각기 하나 씩 있고, 마지막 6절에 나오고 있으니 도합 다섯 번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부가 있는 것은 3절의 未符와 5절의 巳符, 卯符, 丑符입니다. 亥符는 佛法인 적멸장에 있고, 酉符는 도수장에 있으니 기초동량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초동량에 찍는 네 점은 2절의 음기초동량, 3절의 양기초동량, 4절의 음기초동량, 5절의 양기초동량, 6절의 음기초동량에 있으니 20개의 점이 찍혀져 있습니다.(4 × 5) 이런 것은 천부경과 지부경의 첫머리를 다섯 자씩 4방으로 둘러 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후천의 천지를 짓는 기초동량은 4상을 합한 20과 같다고 본 것입니다.
허무장 2절에서 음기초동량을 천지인신유소문으로 세우기 시작하면 다음에 양기초동량은 그것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냅니다. 그러기 때문에 허무장 2절과 4절과 6절의 음기초동량에서는 그냥 글자만 있으나, 3절에는 미부가 있고, 5절의 양기초동량에서는 사부, 묘부, 축부라는 영부가 등장합니다. 이런 것은 음이 내부에서 정리를 다 해 놓으면 그것을 외부로 드러내는 일은 양이 하는 이치에 따른 것입니다.
첫 번째 양기초동량의 명칭을 未符라고 하였는데, 더 정확히 표현하면 계미(癸未)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선천의 시두인 壬子는 180도 회전을 하면 壬午에서 머리를 들기 때문에 현무경 이조장 양부의 첫머리를 壬午(午符)로 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음부는 임오 다음인 癸未로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계미 - 계사 - 계묘 - 계축 - 계해 - 계유로 순환하는데, 이것은 임오 - 임신 - 임술 - 임자 - 임인 - 임진으로 순환하는 양부와는 정반대로 돌게 마련입니다. 양부는 우선(右旋)을 하였으나, 음부는 좌선(左旋)을 합니다. 그래야만 착종이 벌어져 생성을 하게 됩니다.
미부의 형상을 보면 크게 머리와 몸통으로 구분하는데, 머리에는 筆이 있고, 몸통에는 九가 쓰여 있습니다. 筆九는 붓으로 구궁을 돈다는 뜻입니다. 즉, 선천물질문명에서는 무력으로 모든 걸 휘어잡았으나, 후천정신문명에서는 붓으로 행하는데, 그것을 ‘천문, 음양, 정사’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앞서 첫 번째 양부인 午符가 들어 있는 面의 글자 수가 28자라는 걸 기억하고 있다면, 그것이 후천의 28성수를 가리킨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午는 未와 짝을 이루어 1음을 형성하는 것이므로, 오부의 문자 28성수는 계미로부터 기두(起頭)를 하는 법이므로 계미와 계축에서부터 진익장성유귀정(남방 7수), 삼자필묘위루규(서방 7수), 벽실위허여우두(북방 7수), 기미심방저항각(동방 7수)가 선천과는 정반대로 돌게 됩니다. 이것은 실제로 천체의 운행이 변한다는 게 아니라, 인간의 의식에서 그렇게 본다는 말입니다. 천체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동일하게 운행을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인간의 의식이 물질이나 양에 치우치느냐, 아니면 정신적인 음으로 가느냐 하는 데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筆九처럼 부 안에 있는 글자를 가리켜 ‘符內字’라고 합니다. 양부에는 부내자가 없만, 음부에는 도합 36개의 부내자가 등장합니다. 그것은 음은 속으로 감추고 있는 반면, 양은 겉으로 다 드러내는 이치와 부합합니다. 붓을 들어 후천의 9궁문을 여는데, 하필이면 未符에서 그렇게 하는 이유는, 현무경의 9궁용담도와 영부를 운필하는 시기가 未年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걸 일러주는 것입니다. 선천은 중앙에 戊였지만, 후천은 己가 用事하는 법이므로 己未년부터 현무경 법방이 열려 용담9궁과 영부를 운필하게 되었습니다. 기미년은 유명한 삼일만세독립운동이 펼쳐진 서기 1919년을 가리킵니다.
동학을 창도하신 수운대신사께서 서기 1859년 기미년에 率妻子로 환서(還棲)하고, 1860 경신년 음 4월 5일에 동학을 창도하신지 60주년이 흐른 1919년의 기운이 가시기 전에 1920 경신년 음 4월 5일에 장사수(張師首)께서 三人에게 인류 최초로 현무경 법방을 열어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무경의 영부는 붓을 들어 9궁을 운필하는 것이므로 현무경의 법방은 筆九를 제대로 이행하는 수련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