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符에 筆九라고 하였는데, 하필이면 왜 未에서 그런 말을 하였을까요? 그것은 후천의 9궁은 未에서 시작한다는 걸 암시하고 있습니다. 선천 낙서의 서남방에는 12지지로는 未와 申이 있고, 8괘로는 2곤지가 들어갑니다. 즉 1의 마지막이 9변으로 끝나는 곳에서 후천의 2곤덕이 착종한다는 말씀입니다.
미부의 운필획수는 17획이니 이는 곧 8괘와 9궁으로 후천의 9궁을 연다는 의미입니다.
* 허무장 4절
허무장 4절은 “기초동량 혼백 동서남북”이라는 10자로 되어 있고, 영부는 없습니다. 영부는 양기초동량에만 나올 뿐, 음기초동량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허무장 4절은 두 번 째의 음기초동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2절의 첫 번째 음기초동량은 반서로 썼으나, 지금 4절의 음기초동량은 반서로 쓰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첫 번째 음기초동량은 전체적인 하늘의 체를 새로 놓은 것이고, 두 번째 음기초동량은 중심인 大十字 七星인 태양계에서 지구와 달의 입장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2절의 음기초동량의 글자 수는 24자(기초동량 천지인신유소문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였는데, 4절의 음기초동량은 10자로 되어 있습니다. 24자는 인체의 24척추뼈와 같은 중추신경이요, 10자는 인체의 10구멍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기초동량 혼백 동서남북”의 혼백은 혼백으로 동서남북에 기초동량을 세운다는 말인데, 천지인신유소문으로 기초동량을 세운 2절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 음기초동량은 ‘글 집’으로 세우지만, 두 번째 기초동량은 혼백으로 세운다고 하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글 집(有巢文)은 天文을 가리키니 우주전체의 불변하는 틀을 천문 40자로 세우는 걸 가리키고, 혼백은 달의 운행에서 파생(派生)하는 용어이므로 후천의 태음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혼백이 동서남북에서 운행하는 것은, 달이 회현삭망(晦弦朔望)으로 운행하는 걸 의미합니다. 달이 合朔을 하면 그믐달이라고 하는데, 온통 어둠으로 충만하지만 사실은 허상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달빛은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태양을 반조한 것이기에 허상이었습니다. 그것이 사라지면 본래 달빛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흑암입니다. 이를 가리켜 玄이라 합니다.
초3일부터 달빛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본래의 실상인 玄이 현상(現像)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혼(魂)이라고 합니다. 이를 팔괘로 말하자면 진괘(震卦)라고 합니다. ☳의 형상을 보면 밝은 빛이 밑에서부터 강하게 올라오고 있으니 초3일의 혼이 뜨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초8일이 되면 상현(上弦)이 되는데, 그 모습은 반음반양이므로 리괘(離卦 ☲)라고 합니다. 달이 보름이 되면 가장 밝아서 望이라고 하는데, 그 형상은 만월(滿月)이라고 하여 천심월(天心月)이라고 하는데 건괘(乾卦)와 같다고 봅니다. 16일부터는 본래의 玄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이를 기망(旣望)이라고 합니다. 이때부터는 음이 솟기 시작하므로 손괘(巽卦 ☴)의 형상으로 나타내는데, 이것을 백(魄)의 시작이라고도 합니다. 23일이 되면 달은 다시 하현(下弦)으로 변하여 반음반양의 형상이 되는데, 괘로 치면 감괘(坎卦 ☵)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다시 그믐달로 합삭을 하는데 완전한 어둠에 묻히는 것을 가리켜 땅속으로 들어갔다고 보아 황중월(皇中月)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달이 운행하는 것은 ‘혼백의 운행’과 불가분의 관계인데, 사실 인간의 모든 사고의 생성과 소멸은 달의 운행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心月이라는 용어가 나왔습니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는 恒性이므로 불변하는 三眞의 性을 가리키고, 달은 三妄의 心이라고 합니다. 예부터 보름에는 성교(性交)를 하지 말라고 하는 태교법은 이런 것에 기인합니다.
선천에서는 陽土인 戊가 3음과 3양을 주도하여 戊辰이 천심월이 되고, 戊戌이 황중월이 되었으나, 후천에는 己巳와 己亥가 천심월과 황중월이 되어 人道를 주도합니다. 두 번째 음기초동량에서 혼백 동서남북을 반서로 쓴 것은, 선천의 태음도와 후천의 태음도는 서로 반대로 나타난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