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의 1과 6
하도는 1에서 10까지 열 개의 숫자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1은 맨 밑에 자리를 잡았다. 아니, 그보다 더 밑에 자리한 게 6이다. 이것은 숫자 중에서 가장 밑바닥을 상징하는 게 6이라는 말이다. 가장 밑바닥이라면? 그건 당연히 땅이다. 그렇다면, 6은 土라고 해야 한다. 복희도에서 맨 밑에 곤지(☷: 6)를 배치한 것은 이런 데에 기인(起因)한다. 그러나 하도에서는 6을 1과 더불어 水로 본다. 즉, 하도는 5행을 기준으로 본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하도에서는 土를 중앙에 배치하였다. 그것은 실제로 땅이 모든 사물의 중앙에 있다는 말이 아니라, 조화와 중용의 매체인 土의 속성을 가리킨 것이다. 그러면, 하도의 맨 아래에 있는 1과 6은 무얼 가리킬까? 그것은 당연히 물이다. 土를 제외한 것 중에서 가장 밑에 있는 것은 물이다. 그래서 1, 6水라는 5행설이 나오게 된 것인데, 水에도 1은 陽水요, 6은 陰水다. 물속에도 음양이 있으니, 물이 차가운 것은 음의 영향이요, 그러면서도 얼지 않는 것은 속에 양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속까지 전부 음으로 된다면 더 이상 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것을 '얼음‘이라고 부른다. 물의 색깔이 검은 것은 음의 속성 때문이요, 그러면서도 거울처럼 투명한 것은 양의 속성 때문이다. 이처럼 물은 속에 양을 싸고 있다. 그걸 그대로 본받아 나타낸 것이 바로 표면에 있는 6이 내면의 1을 싸고 있는 1, 6水다.
밑으로 흐르는 것은 무겁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을 들라고 하면 1,6水다. 그중에서도 6이 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1은 그 속에서 생기는 양이므로 1은 무거움의 상징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1은 차가운 물을 얼지 않게 한다.
1과 6은 어떻게 해서 같이 붙어서 水가 될까? 이것을 우주라는 수박을 가르는 비유를 통해 살펴보자. 먼저 1이라는 숫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하나는 수박의 형체는 ‘한 덩이’이므로 1이다. 다른 하나는 수박을 가르는 무형의 선(線)인데, 이를 극(極)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유형과 무형에 걸친 의미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계속 이야기를 전개하기로 하자.
하도는 사실 수박을 세 번 가르는 과정을 이야기한 것이다. 한(1) 통의 수박을 가르는 것은 三極이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것은 天二, 地二, 人二라는 음양을 가리키는 두 조각이다. 1극에서는 두 조각(2)이 벌어지고, 2극을 하면 네 조각(4)가 벌어지며, 3극을 하면 여덟 조각(8)이 벌어진다는 걸 일러준다. 2, 4, 8이라는 세 개의 짝수는 이처럼 형상이 벌어진 상징이다.
그러나 6과 十은 같은 짝수이면서도 그들과는 다른 의미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수박을 아무리 갈라도 여섯 조각이나 열 조각으로는 벌어지지 않는다는 건 무얼 가리킬까? 하긴 6과 十만 그런 게 아니라, 3, 5, 7, 9도 역시 조각으로 나누어지는 숫자가 아니다. 3, 5, 6, 7, 9 - 다섯 개를 합하면 三十이 나오는데, 사실 그것은 중심에 6이 있어 4방으로 퍼진 셈(6 × 5)이다. 그러므로 30은 천지인 3재가 무형으로 온전해진 상징수(3 × 10)라고 한다. 이에 반해 형체로 나타나는 1, 2, 4, 8을 합하면 15眞主가 나온다.
따라서 15는 구체적인 형체를 가리키며, 30은 그것을 무형으로 돌리는 상징수라는 걸 알게 된다. 이런 것들은 달이 보름에 만월이 되고, 30일에 그믐달이 되는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닐까?
여하튼 6이라는 숫자는 생각할게 많다. 그것은 장차 후천 용담도의 중심수를 이루며, 천부경 81자의 중심 수를 이루는 것으로, 5와 더불어 5운6기, 혹은 5대양6대주, 5장6부를 구성하는 주인공이 된다. 따라서 5와 6이라는 수리를 제대로 터득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