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적멸장(寂滅章)
* 적멸장 1절
적멸이라는 용어는 본래 불교에서 나왔습니다. 사바세계의 모든 번민과 망상이 사라진 자리, 본래의 바탕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그것을 가리키는 숫자는 19입니다. 현무경 적멸장 1절의 글자 수가 바로 19자입니다.
<耳目口鼻 性理大全 八十卷 震黙大師 聰明道通>
위의 19자는 ‘이목구비는 성리대전 80권이니 진묵대사여 총명도통을 주옵소서’하는 뜻입니다. 진묵대사(1,562 ~ 1,633)는 생전에 부처님의 화신, 혹은 소석가라고 불리울 정도로 도력이 높았던 분이다. 어머니가 조의부인이라는 사실 외에는 일체 그의 혈통에 관한 기록이 없는데, 7세부터 전주 완주군 용진면 간중리에 있는 봉서사에서 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진묵대사에 대한 일화는 초의선사의 ‘진묵조사유적고’에 기록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膾炙)하고 있습니다.
증산개벽주는 후천 불도의 종장(宗長)으로 진묵대사를 삼는다는 천지공사를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현무경에 이처럼 진묵대사님께 총명도통을 달라고 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여기서의 진묵대사는 조선조의 스님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動靜(震은 동이요, 默은 정)의 상징을 의미합니다. 세상의 모든 동정은 다 허상에 사로잡힌 욕망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그걸 벗어버리고 영원한 본래 면목으로 돌아갈 적에 비로소 총명도통이 나오게 되는 법인데 그걸 가리켜 적멸이라고 합니다.
이런 까닭에 이 장을 가리켜 佛法을 가리키는 적멸장이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19라는 숫자는 일원수 360의 핵심을 가리키는 361(19 × 19)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자체의 중심에 十을 품고 있습니다. 즉, 9변9복으로 3음, 3양이 왕복을 하는 모든 변화의 바탕은 19가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9변9복은 본래 性理를 大全하는 것이므로 19자를 성리대전팔십권이라고 하였습니다.
개벽주께서는 ‘큰 기운을 받으려 하는 자는 서전서문을 많이 읽으라’고 하셨는데, 서전서문에는 心字가 19개가 있습니다. 즉, 19心은 심령신대를 가리킨다는 말입니다. 적멸장의 19자도 역시 심령신대이므로 서전서문과 적멸장은 동일한 맥락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목구비는 인체의 내외를 연결하는 통로인데, 이는 곧 사물의 성리가 적멸처를 바탕으로 하여 온갖 사물에 드나드는 4상을 상징한다는 의미입니다. 앞의 허무장에서 4방에 기초동량을 세웠는데, 그것은 결국 인체의 이목구비를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性理大全은 유교의 경전인데, 불도를 상징하는 적멸장에 굳이 그것을 인용한 까닭은 天軸인 자오묘유는 地軸인 진술축미로 그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이치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성리대전은 80권이라고 하였는데, 80은 9 × 9 = 81을 가리키는 것으로, 1은 80의 體가 되며 80은 用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체와 용이 하나 되는 것을 大라 하고, 그걸 일러주는 스승을 師라고 하니, 진묵대사는 이렇게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따라서 영원이 불변하는 우주의 법칙을 가리켜 진묵대사라고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굳이 이목구비라는 네 개의 기관을 인용한 이유입니다. 그것은 곧 기초동량을 세운다고 한 것이 결국은 인간의 이목구비에 성리대전 80권을 옹골차게 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우주를 형상으로 구분하면 하늘에는 일월성신이라는 4상이 있고, 땅에는 석토화수라는 4물이 있으며, 인간에게는 이목구비라는 4기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