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우리는 수박을 가르는 비유에는 형체는 물론 시간적인 면도 함께 터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보면, 수박은 본래 한 통이다. 그리고 그걸 한 번 가르면 두 조각이 된다. 물론 세 번까지 갈라야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수박을 한 번 가르면 두 조각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이 의미를 제대로 깨치지 못하면 그 이상 나아가 봤자, 부실공사라고 할 수 있다.
한 통의 수박! 그것은 분명히 1이다. 그리고 한 번 가르는 것도 1이다. 두 조각은 2다. 이것이 가장 기초적인 사물을 보는 요령이라고 할 수 있으니, 1에는 전체적인 1과 그걸 가르는 1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모이게 하는 1과 흩어지게 하는 1이 있다는 말이다. 모이는 걸 음이라 하면, 흩어지게 하는 건 양이다. 이런 이치를 잘 보여주는 게 천부경인데, 一始의 一은 음에서 양으로 가는 걸 가리키고, 一終의 一은 양에서 음으로 돌아가는 걸 가리킨다. 음에서 양으로 가는 것은 9변이라 하고, 양에서 음으로 가는 건 9복이라 한다. 이처럼 수박은 9변과 9복으로 순환하는 우주의 이치를 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수리를 살핀다면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경이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한꺼번에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여기서는 앞서 말한 1과 6에 대한 것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수밖에 없다. 6을 5와 비교하면서 지금 이야기를 전개하는 중인데, 그것은 1후 60시간이라는 것 까지 말하였다.
一候의 候는 ‘묻다, 기다리다, 시중들다’ 등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一候나 氣候와 같이 쓰이면 ‘점치다, 길흉을 헤아리다’는 의미가 된다. 즉 一候는 5일, 60시간을 점친다는 뜻이다. 1년에는 72후가 있으니, 이는 72둔갑을 하는 상태요, 둔갑은 곧 점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런 이야기까지 한다면 너무 방만하게 흐를 우려가 있다.
어디까지나 지금의 주제는 하도의 1, 6水다. 숫자를 탐구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형체를 위주로 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변화를 위주로 하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반드시 눈에 보이는 형체와 그 속에는 무형적인 변화라는 두 가지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도의 숫자는 형체를 위주로 한다. 그에 반해서 낙서는 변화를 위주로 한다.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하도는 열 개의 숫자가 있지만, 낙서는 아홉 개의 숫자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하도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그러므로 사물의 형체를 위주로 하는 숫자의 의미에 대해서 언급하는 게 좋겠다. 나중에 낙서를 논할 적에는 사물의 변화를 위주로 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다.
사물의 형체에 대한 하도의 숫자는 1에서 10까지 열 개다. 그것은 음양이 5행으로 벌어진다는 것을 가리키며, 낙서에 등장하는 아홉 개의 숫자는 천지인이 3극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때문에 하도의 숫자는 홀수는 天數라 하고, 짝수는 地數라고 한다. 이에 반해서 낙서의 1, 2, 3은 1변을, 4, 5, 6은 2변을, 7, 8, 9는 3변을 의미한다.
이런 이치에 의해 하도의 天1은 地2와 한 짝으로 배치하였고, 天3은 地4와 한 짝으로 배치하고, 天5는 地10과 한 짝이요, 地6은 天7과 한 짝이고, 地8은 天9와 한 짝으로 배치를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이 있으니, 1과 2, 3과 4라고 하였으면 당연히 5와 6, 7과 8, 9와 10을 한 짝으로 배치하여야 하는데, 정작 하도는 5와 10, 6과 7, 8과 9를 한 짝으로 배치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