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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안보 지휘권을 국정원에 맡겨선 안된다

영부, 精山 2013. 4. 4. 07:44

[사설]사이버 안보 지휘권을 국정원에 맡겨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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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안보를 총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설치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주요 방송·금융사에 이어 정부 국가정보통신망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해킹에 대비해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을 위한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에 맞춰 국가정원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했다.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국정원이 컨트롤타워를 맡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민·관·군이 연계된 사이버 보안의 속성은 물론 국정원에 대한 국민 불신을 감안하면 위천만한 발상이다.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우리는 사이버 테러가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나 발생 빈도를 감안해 사이버 안보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기존 재래식 무기보다 사이버 테러의 파괴력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사이버 테러를 국가안보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기간시설이 사이버 테러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또 사이버 보안 부서가 국정원과 군, 검경, 금융감독원, 민간기관인 인터넷진흥원으로 분산돼 있어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필요성이 제기되는 요인이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를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 컨트롤타워의 존재이유는 민·관·군의 정보 공유와 협조체계 구축에 있다. 사이버 테러 대응에서 국정원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정원이 모든 지휘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민간기업은 국정원이 회사 기밀에 맘대로 접근하는 것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 정부 각 부처도 마찬가지다. 국민 불신은 더 큰 문제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 때 대북심리부서의 댓글 사건과 원세훈 전 원장의 정치개입 논란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정보 통제권을 장악한 채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빅 브러더’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야당이 “ ‘사이버 공안시대’가 초래될 것”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18대 국회 때 같은 내용의 법안이 상정되지도 못한 채 폐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조정 기능을 맡는 것도 대안의 하나일 수 있다. 군부의 입김이 센 중국·러시아를 제외하면 미국·일본도 백악관과 총리실이 사이버 안보의 중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민·관·군이 맡고 있는 보안 업무의 틀을 유지하되 청와대가 전체적인 지휘·통제권을 행사하는 방안이다. 국가안보실에 사이버 안보수석을 두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이버 안보의식을 강화하고 굳건한 방화벽을 쌓지 않으면 사상누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