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水는 水生木으로 상생을 위주 하는 반면, 火는 火克金으로 상극을 위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처럼 한데 모이면 相生이라 하고, 떨어지면 相剋이라고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火克金에 관한 것이니, 火는 水를 말려 없애며, 木을 태워 없애지만 金은 없애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金은 불에 의해 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녹아서 물이 된다. 용광로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쇳물은 대표적인 경우다. 火克金은 왜 있어야 할까? 그 답은 생명수를 만들기 위함이다. 즉 단단한 금을 녹여 金生水를 하기 위함이다.
결국, 水는 水生木, 木生火를 통하여 火를 만들고, 火로 하여금 火克金으로 하게 하여 金生水를 하는 여러 과정을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이 있으니, 그것은 火克金을 하기 위해서는 火生土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쇠가 불에 녹으면 그 물을 받아 두는 그릇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그릇은 절대로 불에 녹거나 타서 없어지면 안 된다. 즉, 그 그릇은 녹아서도 안 되고, 타버려도 안 된다. 그건 과연 어떤 걸까? 그것은 바로 흙이며, 5행에서는 土라고 한다. 용광로는 거푸집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흙으로 만든다. 본래 5행에서의 土는 木火金水 4상의 어느 것이건 다 통한다고 한다. 그러나 상생과 상극의 관계를 보면 土는 火와 金 사이에 끼어 있다. 즉, 火生土, 土生金의 관계를 형성할 뿐, 다른 5행과는 비교적 관계가 멀다.
왜 土는 유독 火와 金 사이에 들어가 있는 걸까? 물론 土는 木克土와 土克水를 하고 있으니, 목화금수 4상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5행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木은 水火사이에서 相生의 관계를 형성하고, 土와 金과는 相克을 하고 있으며, 水는 金木의 사이에서 相生을 하는 반면, 土와 火와는 상극의 관계다. 이런 식으로 모든 5행은 각자 상생과 상극의 관계를 맺는다. 그런 면에서는 土도 같은 입장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土라고 하면 당연히 다른 5행보다 더 광범위하면서도 온전한 조화와 중용의 상징이라고 하는 건 무슨 연고(緣故)일까?
이처럼, 土를 그냥 입버릇처럼 ‘중심, 조화, 중화’ 등의 의미라고만 알아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2, 7화에 관한 걸 이야기하는 중에 土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얼핏 보면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순서가 좀 틀리면 어떠랴! 본래 5행은 다 한 몸인 것을! 土를 음과 양의 조화요 매체라고 하는 이유는, 그것이 陽水1을 陰水6으로 만들고, 陰火2를 陽火7로 만들며, 3양목을 8음목으로, 4음금을 9양금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5행에는 음양이 있는 법인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5土가 하고 있다. 이런 기능이나 역할은 다른 5행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5토만의 특성이다. 그러나 음양을 상생과 상극의 관계에서 본다면 土는 火와 金사이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