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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도 이야기 15

영부, 精山 2013. 4. 6. 08:41

왜 그래야만 할까? 그 답은 아무래도 火와 金이 相克의 관계라는 데서 찾아야 할 듯싶다. 土를 제외한 4상중에서 水와 木, 木과 火, 金과 水는 전부 상생의 관계이지만, 火와 金만큼은 상극의 관계다. 즉 水는 상생을 주도하는데 반해, 火는 상극을 주도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때문에 火가 등장을 하면 상극이 필연적이요, 그러면 반대로 그것을 상쇄하는 매체가 필요하게 되니, 그걸 가리켜 土라고 하게 된 것이리라. 이때의 土는 5토가 아니라 十土라고 보는 게 타당하리라. 왜냐하면 5토는 음을 양으로, 양을 음으로 바꾸는 형상의 변화를 도모하지만, 十土는 외형적인 면이 아니라 내적인 변화를 도모하기 때문이다. 내적인 변화는 바로 상극을 상생으로 바꾸는 일이다.

 

비유하자면 사람도 生長期에는 하루가 다르게 외모가 변하는 氣를 위주로 하지만, 成藏期에는 내적인 열매인 理를 위주로 하는 것과 같다. 몸뚱이가 자라는 것은 외적인 변화이기에 5토가 주관을 하지만, 미워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꾸는 내적인 변화는 10토가 주관을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에 대한 것은 이 정도의 설명으로는 너무 부족하지만, 큰 기틀은 갖춘 셈이다. 이로써 우리는 하도의 중심에 있는 5陽土와 10陰土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다시 2, 7화로 돌아가자. 2화 7은 5행으로 火라고 한다. 火도 역시 형상적인 면과 변화하는 양면(兩面)으로 보아야 한다. 변화하는 면은 낙서와 문왕도에서 언급할 것이고, 하도에서는 형상적인 면을 위주로 한다. 소음군화나 소양상화라고 하여 두 개의 火로 보는 것은 3음3양으로 변화하는 상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니, 그것은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 그러나 다른 5행과 달리 6기에서 두 개의 火로 분류하게 된 것은, 본래 火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둘로 갈라지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水는 하나로 모이는 상징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것은 곧 水는 기를 매체로 하는 생장을 도모하고, 火는 理를 매체로 하는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유하자면 한 겨울에 은밀하게 준비하고 저장해 둔 씨앗을 봄에 뿌려 생장을 하여 꽃이 만발하게 되면, 반드시 그 속에서 열매가 나오는데 그 열매는 언젠가는 나무와 이별을 하게 마련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열매를 맺으려고 할 적에는 물이 많은 것이 오히려 장애요인이다. 물은 모든 걸 물러서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단단하고 튼튼한 열매를 맺게 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그런 일은 불의 몫이다. 이처럼 火는 이별을 준비하는 매체라는 걸 알 수 있다.

 

생장기에는 온기(溫氣)가 절대적이다. 만약 지온(地溫)이 없다면 모든 생물은 얼어 죽게 마련이다. 아무리 1, 6水로 튼실한 精子를 생산했다고 해도 그걸 감싸주는 온기가 없다면 싹이 틀리 만무하다. 이를 가리켜 君火라고 하는데 하도의 숫자로 본다면 二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7은 相火가 된다. 6기학에서도 군화는 소음(少陰)이라 하고, 상화는 소양(少陽)이라고 하지 않는가? 상화는 온기가 아니라 밝음이라고 본다. 물론 지금 거론하는 것은 본격적인 6기학과는 거리가 멀다. 6기학에 관한 것은 별도로 다룰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은 하도와 10천간, 12지지와 연관 지어 생각 할 적에 다시 언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