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도수장(度數章)
* 天地誠敬信
적멸장에서 천지와 인간의 중심을 성리대전으로 열었으니, 다음에는 그것을 4방으로 다시 펼쳐내야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天地誠敬信’이라는 다섯 자로 도수장의 머리를 들게 된 것입니다. 도수는 어떤 사물을 맞추는 정확한 셈을 의미합니다. 앞의 이조장, 허무장, 적멸장에서 이미 천지의 본체와 중심, 기초동량에 대한 것을 서하였는데, 그 모든 것을 종합하여 간략한 도수로 정리해 놓은 것이 바로 도수장입니다.
誠敬信은 천지인의 다른 말입니다. 하늘은 정성(誠)으로 받들어야 하며, 땅은 공경(敬)으로 대해야 하고, 사람은 믿음(信)으로 사귀어야 합니다. 誠은 진리의 말씀(言)이 온전하게 이루어진(成) 상태이니, 말씀은 본래 하늘에 속한 것입니다. 敬은 진실을(苟) 찾아(攵) 가는 것이니, 본래 땅은 하늘의 거울이니 이는 진실함을 반사하는 것입니다. 信은 사람(人)이 하늘의 말씀(言)으로 충만한 상태를 가리키니, 하나님의 형상을 이룬 홍익인간이라고 하겠습니다.
天地는 음양의 형체를 가리키고, 성경신은 그것이 3계에서 변화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3계의 변화는 반드시 3변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법인데, 이를 다른 말로 무이구곡(武夷九曲)이라고 합니다. 무이는 본래 성리학의 시조이신 주희(朱熹)가 머물렀던 무이산의 절경(絶景)을 노래한 아홉 곡의 시입니다. 하필이면 현무경의 도수장에서 그것을 인용한 까닭은, 성리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성경신이기 때문입니다. 현무경은 결국 황극9궁행로를 드러내는 것이요, 그것은 곧 81성리를 가리키는 것인데, 주자께서 9곡으로 노래를 읊었으니 그 역시 하늘의 뜻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무경에서는 하늘의 무이를 허령부무이구곡이라 하고, 땅의 무이를 지각부무이구곡이라 하였으며, 인간의 무이를 신명부무이구곡이라고 하였습니다. 武夷는 힘으로 모든 것을 평정한다는 뜻이니, 이는 곧 弓弓乙乙로 천변만화하는 9궁행로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武夷九曲 |
武夷山上有仙靈 山下寒流曲曲淸 欲識箇中奇節絶處 櫂歌閑聽兩三聲 무이산 위에 선령이 있으니 산 아래 한류가 굽이굽이 맑더라 그 가운데 기절한 곳을 알고자 할진대 돛대 노래를 한가히 두 서너 소리 들어보라 |
제1곡 一曲溪邊上釣船 幔亭峰影潛晴天 虹橋一斷無消息 萬壑千巖鎖翠煙 한 구비 시냇가 낚싯배에 오르니 만정봉 그림자 맑은 내에 잠겼네 무지개다리 끊어져 소식 없으니 만학천봉이 취연에 잠겼더라 |
제2곡 二曲停停玉女峰 揷花臨水爲誰容 道人不復荒(作陽)臺夢 興入前山翠畿重 두 구비 정정한 옥녀봉은 꽃을 머리에 꽂고 물에 임하니 누굴 위한 얼굴인고 도인은 다시 황대꿈을 안 꾸나니 흥이 앞 산 푸른 몇 겹에 들어가던고 |
제3곡 三曲君着袈壑船 不知停櫂畿何年 桑田海水今如許 泡沫風燈敢自憐 세 구비 그대가 골짜기에 매어 둔 배를 보니 돛대 머문지 몇 년이 되었는고 상전해수가 지금 저와 같으니 물거품 바람 앞 등잔이 가히 불쌍하더라 |
제4곡 四曲東西兩石巖 巖花誰露碧攬참(毛監) 金鷄嘄罷無人見 月滿空山水滿潭 네 구비 동서 두 바위들에 바위의 꽃들은 이슬 머금어 푸르게 드리웠더라 금닭이 울어 파함을 아는 이 없는데 달은 빈 산에 가득하고 물은 못에 가득하네 |
제5곡 五曲山高雲氣深 長時硏雨暗平林 林間有客無人識 欲乃聲中萬古心 다섯 구비 산은 높고 구름 기운 깊은데 긴 때에 안개비 평림에 어둡더라 숲 사이 객 있음을 아는 이 없는데 소리 중에 만고의 마음을 알고 싶구나 |
제6곡 六曲蒼屛繞碧灣 茅茨終日掩柴關 客來倚櫂巖花落 猿鳥不警春意閑 여섯 구비에 푸른병풍이 푸른 물굽이를 둘렀으니 띠로 이은 집 종일토록 사립문 닫히고 객이 와서 돛대 저으니 바위 꽃 떨어져 원숭이와 새들이 놀래지 않고 봄뜻이 한가하네 |
제7곡 七曲移船上碧灘 隱屛仙掌更回看 人言此處無佳景 只有石堂空翠寒邊邊 일곱 구비에 가서 배를 옮겨 푸른 여울 오르니 은병선장을 다시 돌아 보네 사람들은 이곳에 좋은 경치 없다지만 가히 가히 石堂이 텅 비어 푸르고 차가운 강변에 있네. |
제8곡 八曲風煙勢欲開 鼓樓巖下水泳廻 莫言此處無佳景 自是遊人不上來 여덟 구비 바람에 연기 형세 열리고 북 다락 같은 바위 아래 물이 엉켜 돌더라 이곳에 아름다운 경치 없다고 하지 말라 이로부터 노는 사람들이 올라오지 않더라 |
제9곡 九穀將窮眼豁然 桑麻雨露見平川 漁郞更覓桃源路除是人間別有天 아홉 구비 장차 다해 눈이 훤히 열리니 뽕나무 삼나무 비 이슬이 평천을 보더라 어랑이 다시 도원 길을 찾으니 이 인간에 따로 하늘 있는 게 아니더라 |
무이구곡의 절경을 노래한 주자의 글은 매우 격조가 높습니다. 朱子는 사실 낙서의 마지막 9리화의 상징이다. 朱가 붉은 것처럼 9리화도 역시 불이니 붉은 색입니다. 낙서의 마지막 9봉에서 내려다 본 후천의 절경이야말로 신선이 사는 이상향이라는 걸 읊은 노래입니다.
* 위 시에 대한 자세한 풀이는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