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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도 이야기 21

영부, 精山 2013. 4. 13. 08:53

木을 가축으로 본다면 닭이라고 하는데 왜 그럴까? 물론 닭 중에서도 오골계 같은 것은 水의 기운이 강하다고 하지만, 총체적인 면에서 닭을 논한다면 木으로 분류한다. 12지지로 본다면 닭은 酉金이라고 하면서 5행으로는 木이라고 하니 동양학은 매우 혼란하다는 말이 나올 법 하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 하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닭을 반드시 木이라 해도 안 되며, 金이라고만 해서도 안 된다. 사실 어느 것이든 그 속에는 다 5행과 6기가 들어있게 마련이다. 팔괘에서도 말하기를 닭에 속하는 손괘(巽卦)는 木으로 분류한다. 그리하여 닭고기를 먹으면 중풍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상대적인 현상이다. 우리가 하도를 통해 5행에 정통해야 하는 이유도 만물은 모두가 상대적인 것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한 가지로만 이루어졌다면 단순하기 그지없을 것이며, 굳이 복잡한 형태나 변화가 필요 없다.

 

닭을 木이라고 하는 이유는, 닭의 대체적인 속성이 새벽에 동이 트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큰 소리로 새벽에 우는 것도 그렇고, 가축 중에서 날개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닭고기가 몸을 따스하게 한다는 것도 그렇다. 이런 것은 팔괘와 연계하여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木은 인체의 근(筋)을 만든다고 보는데, 근은 힘줄인데 말 그대로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5행중에서 힘과 밀접한 것은 木이다. 힘줄을 보면 단단하면서도 질기다. 그냥 단단하기만 하다면 金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질긴 맛이 있으면 木이다. 질기다는 것은 그만큼 탄력(彈力)이 강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근육을 눌러보아 탄력이 없어지면 木의 기능이 약화된 상태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또한 木은 행동으로 분류하면 악(握 : 쥘 악)이라고 한다. 흔히 악수(握手)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손을 꽉 움켜잡으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은 木이기에 握이라고 한다. 있는 힘을 다하여 모질게 마구 쓰는 기운을 가리켜 ‘악을 쓰다’고 하는데, 물론 이것은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하지만, 握과도 매우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악을 쓰는 순간에는 木의 기운을 쓰는 것이다.

 

인체가 내는 소리로 말하자면 木은 호(呼)에 해당한다. 呼는 ‘호통 치다, 부르다’ 등의 뜻이 있는데, 애교(愛嬌)있게 부르면 火가 되고, 쌀쌀하게 부르면 金이 되며, 겁먹은 소리나 긴장된 소리로 부르면 水라 하며, 평범하게 아무런 감정이 없으면 土가 되는데 비해, 큰소리로 부르면 힘을 써야 하는데 그것을 呼라 하며 木이 된다. 이처럼 부르는 소리에도 다양한 면이 있다.

 

인체에서 발병(發病)을 한다면 1, 6水는 요고(腰股 : 허리와 넓적다리, 정강이)나 사지(四肢)가 아프고, 2, 7火는 흉협(胸脇 : 가슴과 옆구리)으로 오게 마련인데 비해 3, 8木은 경항(頸項 : 목덜미)이나 頭(머리)로 오게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木은 본래 위로 솟구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허리와 넓적다리, 정강이, 4지 등으로 1, 6水가 질병을 몰고 오는 것은, 水의 속성은 본래 밑으로 흐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한 옆구리나 가슴으로 2, 7火의 질병이 생기는 것은, 火는 본래 4방으로 퍼지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3, 8이 내는 音은 角音이라고 하여 만물에 생기를 일으켜 뻗게 하는 역할을 한다. 5음과 5성 등을 잘 연구하면 사물의 물리를 터득하는 데에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인체의 질병을 다스리는 데에도 아주 요긴(要緊)하다는 걸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