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을 소리로 말한다면 상음(商音)이라고 하는데, 상음은 폐의 金氣에 영향을 미쳐 안으로 뭉쳐들면서 단단해지는 작용을 한다. 상음은 정기를 거두어 밖으로부터 단단하게 밀폐시키는 기능이 있으니, 이는 흡사 4, 9금과 닮지 않았는가? 따라서 상음을 들으면 피부근골(皮膚筋骨)이 굳건해지고 성격이 굳세 지면서 절도가 있게 변한다.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은 "상음(商音)은 신하를 상징합니다. 이 상음(商音)이 혼란스러우면 음악은 사악함이 가득한데, 이로써 그 나라의 신하들이 부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는 기록을 남겼다. 상음은 비교적 건조한 음성이기 때문에, 단단한 느낌을 풍긴다. 개는 비록 몸통은 작지만 그 소리는 온 동네를 진동하게 하니 상음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닭은 무언가 일깨워주는 소리이니 이는 木에 속한 각음이다. 말은 여리면서 흩어지는 소리이니 이는 치음(徵音)이다. 소리만 잘 분별하는 능력만 있어도 격물치지에 도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金을 냄새로 친다면 '비린내(腥)'라고 한다. 생선에서 나는 냄새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이 금에 속하는 장부에 병이 생기면 비린내가 나게 마련이다. 金을 맛으로 말한다면 '매운 맛(辛)'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고추라고 할 수 있는데, 본래는 가을하늘처럼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그런 것을 들라고 하면 박하가 제격이다. 고추에도 열이 날 정도로 매운 게 있는가하면, 피망처럼 부드러운 것도 있다. 본래 금의 맛은 열이 없어야 한다. 열이 있다면 그것은 金이 아니라 火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매우면서 열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화극금에 의해 폐가 다친다. 여하튼 金의 맛은 습기가 없어야 한다. 가을에는 가장 큰 적이 습기다. 왜냐하면 습기가 많을수록 열매가 썩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色으로 말한다면 白色이라고 할 수 있다. 흰색은 모든 빛의 집합체다. 색을 다 모아 놓으면 흑색이 되지만, 빛을 다 모아놓으면 白光이 된다. 사람이 어렸을 적에는 흑발(黑髮)이지만, 늙을수록 백발(白髮)이 되는 것은 그만큼 본래의 빛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려는 하늘의 뜻이다. 그러기에 성경에서는 백발은 ‘영화(榮華)의 면류관(冕旒冠)‘이라고 하였다. 본래 생명의 핵은 흰색이다. ’희다‘는 말은 希(稀 : 바랄 희, 드물 희)와 불가분의 관계인데, 백색을 굳이 ’희다‘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튼실한 열매는 드물기 때문이다. 열매를 맺는다고 해서 다 귀한 건 아니다. 본래 열매를 맺기까지 숱한 고생과 정성이 들어간다. 그것이 지천으로 널린 것이라면 굳이 그런 고생과 정성을 들일 필요가 없다. 본래 열매는 귀한 것이며 드문 것이기 때문에 그런 고생과 정성이 들어간다. 그러기에 희망(希望)을 품으라는 말이 생겼다. 희망은 곧 열매를 바라보는 일이다.
이상, 하도에 등장하는 5행에 대한 것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물론 이것은 원론적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만물을 5행으로만 분류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플라스틱은 木인가? 아니면 金인가? 또한 종이는 5행으로 어디에 속할까? 맛에도 5미만 있는 게 아니다. 새콤한 맛은 木과 火의 합작이다. 시큼털털한 맛은 木과 土의 합성이다. 색에도 5색만 있는 게 아니다. 색상을 조합하면 무수하게 많은 색이 나온다. 소리도 역시 5음만 있는 게 아니다. 남성과 여성은 각기 다르고, 남성의 음성도 천차만별이요, 여성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을 어찌 5행으로만 분류한단 말인가? 그러기 때문에 5행체질이나 4상체질 혹은 8상체질이니 하는 것들은 자칫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걸 뛰어넘은 직관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