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행의 상생(相生)
하도의 특징 중의 하나는 ‘相生’을 전해준다는 사실이다. 하도는 5행 상생을 위주로 하고, 낙서는 상극을 위주로 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상생과 상극은 인류가 쌓은 문화의 모든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그 어느 것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비록 다 아는 것 같아도 상생과 상극에 대한 것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인 상생은 水生木,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라 하고, 상극은 金克木, 木極土, 土克水, 水克火, 火克金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물은 나무를 살리고, 나무에서 불이 나오며, 불이 타면 재가 남아 흙이 되고, 흙이 단단해지면 금처럼 되고, 금을 녹이면 물이 나온다는 것이 상생이다. 이에 반해서 쇠붙이는 나무를 잘라내고, 나무가 살기 위해서는 흙을 비집고 들어가며, 흙은 물을 빨아들이고, 물은 불을 끄며, 불은 쇠를 녹인다는 것이 상극이다.
이런 현상은 대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서로 돕고 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서로 등을지지 않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사랑하는 자녀일수록 초달(楚撻)을 가까이 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극이 없이는 자녀가 제자를 훌륭한 동량(棟樑)으로 키울 수 없다.
하도는 1, 6水가 밑에서부터 左上 동방으로 3, 8木, 남방 2, 7火, 중앙 5, 10土, 서방 4, 9金의 순서로 돌아간다. 낙서는 반대로 1, 6水가 右上 2, 7화, 남방 4, 9금, 동방 3, 8목, 중앙 5, 10토로 순환한다. 이처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하늘과 땅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기 때문이다. 즉 하도는 하늘의 방향으로 돌고, 낙서는 땅의 방향으로 돈다고 보았다. 하늘은 사실 무형이기 때문에 방향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런 표현을 하는 이유는, 하늘은 텅 빈 허공이요, 허공에서 사물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허공에서 사물을 본다는 것은, 형체를 기준으로 한다는 뜻이다. 형체는 밝은 태양이 비추어야 보인다. 즉, 하도는 밝은 대낮의 관점에서 바라 본 사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낙서는 형체 안에 스민 음양과 동정의 상태를 가리킨 것인데, 그것은 곧 어두운 이면(裏面)에 속한 것이므로 밤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낙서는 음양과 동정의 변화 중에서도 양을 위주로 했고, 다음에 나오는 제3의 역에서는 음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하도, 낙서, 용담이라는 3대 상서를 일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는 우선 하도와 낙서라는 양대 산맥에 대한 것부터 언급하기로 한다.
형체를 기준으로 하는 하도에서는 태양을 위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본다. 태양의 1양은 가장 어두운 곳(子正, 冬至)에서 시작을 하는데, 그곳을 가리켜 1, 6水가 시발하는 북방이라고 한다. 따라서 하도의 출발은 北方水다. 1양의 출발은 불이 아닌 물이다. 그것은 극즉반(極則返)의 원리를 말해준다. 물은 땅에 고이기 때문에 복희도에서는 맨 밑을 곤괘(坤卦☷)로 나타낸다. 그리고 문왕도에선 그곳에 물이 고인다고 하여 1감수(坎水☵)를 배치했으니, 이 모든 것은 다 자연의 현상과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