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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생과 상극 3

영부, 精山 2013. 4. 20. 09:11

셋이 하나로 합한 十에서 1이 나왔으나, 아직 형상으로 화한 것이 아니므로 生 이라고 하였고, 모든 것이 시초는 물이므로 生水라고 하게 된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태역(太易)이라고도 하는데, 태역의 太는 본래 ‘셋이 합한 상태’를 가리키고, 합한 상태는 ‘바뀐 상태’를 가리킨다고 하여 ‘易(바꿀 역)’과 합하여 태역이란 용어가 나오게 되었다. 이처럼 太易이라는 용어에는 정확하게 천지인 3극이 하나 된 상태로 처음 변한 것이 1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본래 셋이 합한 것이므로, 1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하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는 生과 克을 하게 마련이다. 生은 서로 합하는 상태로 나타나는 반면에, 克은 서로 갈라지는 상태로 나타난다. 합하는 상태는 홀수요, 갈라지는 상태는 짝수다. 1은 3극이 합한 것이며, 그것인 갈라서면 2라 하고, 다시 그것이 합하면 3이요, 다시 갈라지면 4다. 우주만물은 이와 같이 천지인 3극이 끝없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하고 있으니, 실로 우주의 순환은 이것을 가리킨다.

 

수의 배열을 보면 天1, 地2, 天3, 地4, 天5, 地6, 天7, 地8, 天9, 地10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하늘에 홀수가 있고 땅에는 짝수를 배열했으니, 하늘은 3극이 모이는 곳이요, 땅은 3극이 흩어진다는 말일까? 상식적으로 본다면 하늘은 형상이 흩어지는 곳이요, 땅은 모이는 곳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숫자의 배열을 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太易 1을 통해서 모였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흩어지게 마련이다. 흩어지면 상대적인 짝이 생기는데 그걸 ‘짝수’로 표현하기 때문에 2라고 하였다. 짝수는 유형을 상징하는 것이요, 그 처음을 가리키는 숫자가 2다. 즉 3극이 형상으로 분화하는 처음이다. 이것을 문자로 표현하면 태초(太初)라고 한다. 그러나 태역과 마찬가지로 태초도 역시 아직 5행을 온전히 갖춘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2도 生數라고 한다. 그리고 갈라서고 흩어진다는 자체는 양이 강력해 졌다는 증거다. 양이 충만하면 흩어지는 법이요, 음이 충만하면 한데 모이는 법이다. 이처럼 2는 강력해진 양을 상징하는 숫자이므로 火라고 한다. 이에 반해 태역 1은 3극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강력한 음을 상징하기 때문에 水라고 한다.

 

흩어지면 다시 모이는 것이 철칙이므로, 태초 2는 다시 한 군데로 모이는 과정을 밟게 된다. 그것이 3이다. 홀수는 무형의 모임이라고 하였지만, 1과 3도 역시 무형을 위주로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다르다. 1은 3극이 十을 이룬 상태이지만, 3은 거기에 2火가 더한 상태다. 즉 1은 水만 있었으나 3에는 火도 함께 들어 있는 셈이니, 어찌 같은 홀수라고 하여 같다고 할 수 있으랴!

 

태역 1은 十속에 무질서하게 들어 있던 무형의 양을 하늘에서 한데 모아놓았다면, 태초 2는 그것을 최초로 땅에 드러내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땅은 본래 순음(純陰)이다. 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양이다. 양을 상징하는 것은 불이다. 그러므로 2를 가리켜 生火라고 하였다. 반대로 하늘은 순양(純陽)이므로 음이 필요한데, 그것은 물이다. 그래서 1을 生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