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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강. 병세장 1절

영부, 精山 2013. 4. 22. 09:31

큰 병은 아예 약이 없다고 앞에 말을 해 놓고 바로 이어서 큰 병의 약은 安心安身하는 사물탕 80첩이라고 하였으니 얼핏 보면 횡설수설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큰 병은 아예 약이 없다고 한 이유는, 그것은 인간이 지은 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잘못으로 생긴 질병이라면 마땅히 인간들이 처방한 약이 있겠지만,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질병이기에 인간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천지가 지은 병은 인간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으나, 인간의 잘못으로 인해 생긴 병은 고칠 수가 있는데, 그런 병을 가리켜 小病이라고 하였습니다. 소병은 혹시 약이 있다고 한 것은, 의사나 약사를 잘 만나면 그런 질병들은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신체의 육적인 질병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무도로 인한 영적인 질병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천지가 지은 병은 천지를 뜯어고치는 개벽을 통해서 고칠 수 있으며, 인간이 지은 병은 천지의 무도로 인해서 비롯한 것이므로, 천지를 개벽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고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불효(不孝)나 불충(不忠), 시기와 질투, 각종 욕심으로 인한 질병은 천지의 이치를 바로 깨닫기만 하면 저절로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또한 음식을 잘 못 먹거나, 피로 등으로 인한 질병도 역시 천지의 이치를 제대로 깨닫고 생활에 제대로 적용한 순리생활을 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에 생긴 질병들은 약이 있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근원은 바로 천지에서 온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질병이 있는 부모님에게 고스란히 유전 받은 자녀의 질병은 그 자녀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자녀의 몫입니다. 따라서 자녀의 질병을 완치하면 다음 후손들에게 유전되는 일을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현무경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에 있습니다. 천지의 근원적인 질병을 먼저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걸 뜯어고치는 개벽을 단행할 수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온전한 건강을 누릴 수 있습니다.

 

현무경에서는 그런 상태를 ‘安心安身’이라고 합니다. 마음과 몸이 다 같이 편안한 상태를 이룬다면 대병도 사라지고 소병도 사라진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에서의 安心은 하도를 깨닫는 일이요, 安身은 낙서를 깨닫는 일입니다. 하도는 천지의 마음을 가리킨 것이고, 낙서는 천지의 몸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 편안하게 하는 것은 용담입니다.

 

이처럼 안심안신하는 비법은 사물탕 80첩니다. 사물탕이라면 한약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처방을 가리킨 게 아닙니다. 한약방에서 조제한 사물탕은 혈허증과 혈병(血病)에 두루 사용하는 약으로서, 월경불순, 불임증, 갱년기장애, 임신중독, 산후증 등 주로 부인병에 쓰는 것으로. 처방은 숙지황(熟地黃) ·백작약(白芍藥) ·천궁(川芎) ·당귀(當歸) 각각 5g을 한 첩으로 하여 달여 마십니다. 이 네 가지 약재는 춘하추동의 속성을 함축한 것으로 4상을 상징합니다.

 

즉 천지가 빚어낸 4상을 잘만 활용하면 대병은 물론 소병까지 다 고칠 수 있습니다. 천지의 4상은 원형이정(元亨利貞)에서 비롯한 것으로 그것은 그 누구도 범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므로 大病은 無藥이라고 하였습니다. 원형이정은 보통 만물이 처음 생겨나서 자라고 삶을 이루고 완성되는, 사물의 근본 원리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 元은 만물이 시작되는 봄(春)에, 亨은 만물이 성장하는 여름(夏)에, 利는 만물이 이루어지는 가을(秋)에, 貞은 만물이 완성되는 겨울(冬)에 해당 합니다. 또는 달리 원형이정은 각각 인(仁)·의(義)·예(禮)·지(智)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굳이 원형이정이라는 네 가지로 건도(乾道)를 주역에서 언급한 것은, 하늘을 담는 것은 땅이요, 땅은 方形(□)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무형이므로 圓形(○)으로 표기하였으니, 그것은 어디에도 담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땅은 네모로 절도가 있기 때문에 하늘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물탕은 모든 것을 담아 놓은 땅을 가리키고, 모이면 불가피하게 시비와 다툼이 벌어지기에 질병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것을 고치는 처방이 바로 사물탕 80첩입니다.

 

사물탕을 면밀하게 살피려면 ‘병유대세, 병유소세’라고 한 여덟 개의 문자를 주목해야 합니다. 사물탕을 말하는 첫머리에 하필이면 여덟 개의 문자를 기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현무경 서종과의 첫머리에 같은 여덟 글자로 ‘익자삼우 손자삼우’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즉 후천에 인간의 영혼에 손익을 계산하게 하는 것도 8괘이며, 병이 든 것도 팔괘요, 고치는 것도 팔괘라는 뜻입니다.

현무경의 상편과 하편의 문자수를 비교할 것 같으면, 상편의 대학은 ‘익자삼우 손자삼우 기서재동 언청신계용 현무경 - 20자’요, 하편은 ‘병유대세 병유소세 - 8자’이니 도합 28이요, 상편의 소학은 ‘기유정월일일사시 - 8자요 하편은 ’‘대병무약소병혹유약 연이대병지약안심안신대병지약사물탕팔십첩 - 29자’이니 이를 합하면 37입니다. 상, 하편의 대학 28과 소학 37을 모두 합하면 65자가 나옵니다.

 

65는 64괘의 한 중심을 가리키는 것으로, 과거 선천의 만물에는 중심이 없었던 것을 후천에는 중심이 서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그 중심은 인간의 自性입니다. 선천에서는 모든 것을 대자연의 물질적인 형상을 좇아 허상에 휘둘렸습니다. 그것을 가리키는 수리가 바로 8 × 8 = 64였습니다. 그러나 그 한 중심으로 인간의 자성이 자리를 잡게 되면 13 × 5 = 65가 됩니다. 즉 5방이 모두 天有 13도가 된다는 뜻입니다. 天有는 자전과 공전이 일치하는 숫자이니, 이는 곧 인간이 자립하는 상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 선천에서는 인간의 영혼이 자립을 하지 못하고 대자연의 일월에 의지한 채, 음력과 양력에 매달려 왔습니다. 하지만 인존세상에서는 자성이 밝아져 스스로 살아가는 황극력이 등장합니다.

 

그런 것을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하편의 소학이 29자인데, 그것은 상편의 대, 소학을 합한 28자의 중심을 가리킨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상편의 28자는 선천의 28宿가 아닌 후천의 새로운 28宿를 가리키는 건 틀림이 없지만, 그 중심에 인간의 자성이 서게 되는 것은 땅(하펀)에서 벌어진다는 의미입니다. 29수는 또한 2.9착종을 의미합니다. 즉 선천의 낙서 9리화에서 후천의 2곤지가 맞물려 9변과 9복으로 순환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1감수 - 2곤지 - 3진뢰 - 4손풍 - 5중앙 - 6건천 - 7태택 - 8간산 - 9리화

     + 10건천 - 9리화 - 8간산 - 7손풍 - 6중앙 - 5진뢰 - 4태택 - 3감수 - 2곤지

              11        11        11        11        11        11         11       11        11

 

또한 하편의 첫머리 글자 수 37은 36의 중심을 가리키고 있으니, 36은 4 × 9 = 36을 가리킵니다. 4 × 9 = 36은 4방이 9변을 한다는 의미인데, 그 중심이 확립되는 걸 가리켜 十勝이라고 합니다. 즉 37은 십승을 의미합니다. 十에 이르러야 온전한 승리를 이루었다는 뜻입니다. 아리랑에도 이르기를 ‘십리를 못 가서 발 병 난다’고 하였으니, 그것은 十의 理致에 도달하지 않으면 마지막에 발병하게 마련이라는 가르침입니다. 8괘는 형상이요 9궁은 내궁이요, 10승은 지밀(至密)한 곳이니 십존천황이 거주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