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은 1과 2를 합한 상태다. 즉, 본래 3극이 지니고 있던 음과 양을 합한 상태다. 1과 2는 음과 양이 한데 합한 것이 아니라, 서로 극(極)과 극으로 치우친 상태이니 1은 水極(北劇, 冬至)이요, 2는 火極(南極, 夏至)이라 한다. 그러나 3은 음양이 조화를 하였으니 中極이라 한다. 중극에서도 음양이 다 갖추어진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3이기에, 그것을 가리켜 태시(太始)라고 한다. 3은 水火가 다 들어 있으니 이런 상태를 가리켜 木이라고 한다. 木은 한편으로는 차가운 물을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불처럼 뻗치는 기운이 강한데, 그것은 水火를 다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형이 한데 하늘에서 모였던 태시 3은 다시 땅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걸 숫자로 나타낸 것이 4다. 하늘의 1양과 땅의 2음을 하늘이 하나로 모아 놓은 게 태시 3이라면 그것을 땅에서 드러내는 것이 태소(太素) 4다. 4는 3과 마찬가지로 中極이다. 1과 2가 북과 남이라는 수직을 가리킨다면, 3과 4는 동서라는 수평을 가리킨다. 수직이 上下라는 극과 극을 가리킨다면 수평은 평등과 조화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태시 3과 태소 4는 평등과 조화를 상징한다.
하지만 둘의 성질은 전혀 대조적이다. 3은 1양 + 2음이라는 음양의 조화인 반면, 4는 2음 + 2음, 1양 + 3양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음과 음, 양과 양의 합이라는 게 다른다. 이처럼 같은 중극이라고 하여도 전혀 다른 3과 4가 있어야 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모든 사물에는 반드시 음양이 있고, 그 음양은 변화를 하기 때문이다. 음양의 변화는 질적(質的)인 것과 양적(量的)인 것으로 크게 구분한다. 질적인 변화는 다른 것끼리의 합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양적인 같은 것끼리의 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질적인 변화는 새로운 도전과 희망, 창조성, 진취성, 화려함이라는 장점도 있는 반면에 복잡함, 다양성, 깨지기 쉬운 결속력, 오래가지 못하는 등의 단점도 있다. 양적인 변화는 단단한 결속력, 실리(實理)추구, 확실한 판단력 등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배타적, 보수적, 인색함 등의 단점도 있다.
4를 가리켜 太素라고 하는데, 素는 ‘흴 소’다. 흰옷을 가리켜 소복(素服)이라고 하는 걸 연상하면 금방 알 수 있는데, 흰색은 본래 생명을 가리킨다. 빛을 다 모아두면 白光이 된다. 음은 음대로, 양은 양대로 통일을 하여 한 곳에 모아둔 상태를 가리켜 太素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그러기에 1 + 3, 2 + 2를 가리켜 金이라고 한다. 金은 열매를 가리키며 수확을 상징한다. ‘희다’는 말은 ‘드물다’에서 온 것이니, 같은 것끼리 한데 합하여 끝까지 열매를 맺는 일은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 들어 있다. 세상에서도 金을 가리켜 보물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드물고 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태역 1, 태초 2, 태시 3, 태소 4의 과정을 거치면서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대자연의 법칙이다. 태역 1은 3극이 지니고 있는 생명력을 하늘에 모아 놓은 상태이고, 태초 2는 그것을 땅에 음양으로 흩어져 드러내며, 태시 3은 1과 2를 하늘에서 한데 모아 1水가 3木으로 생장시켰으며, 태소 4는 땅에서 음은 음끼리(2 + 2), 양은 양끼리(1 + 3) 갈라놓는데, 이를 가리켜 추수(秋收)라고 한다. 추수는 金을 캐내는 일이다. 광물질인 금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금은 음이건 양이건, 단단하게 열매 맺은 상태를 가리킨다.
이렇게 해서 태역(冬1水), 태초(夏2火), 태시(春3木), 태소(秋4金)라는 4상이 생겼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가 5와 10에 도달하기 위한 것들이다. 즉 1 + 4와 2 + 3이라는 음양의 합을 통하여 5라는 陽極에 이르고, 1, 2, 3, 4를 다 합한 陰極 10에 이른다. 음극 10은 1生水 + 9成金, 2生火 + 10成土, 3生木 + 7成火, 4生金 + 6成水로도 성립 된다. 이것은 생수와 성수를 합하여 생긴 결과다. 여기에 더 하여 또 하나의 극이 있으니 그것은 성수와 성수의 합을 통해 나타나는 15眞主다. 6陰水 + 9陽金, 7陽火 + 8陰木이 바로 그것이다. 생수끼리의 합 5는 天土인 生土요, 생수와 성수의 합인 10은 地土인 成土이고, 성수의 합 15는 人土인 中土다. 중토를 가리켜 眞主라고 하는 이유는, 人土야말로 人中天地一한 토이므로 모든 것을 다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태극은 5에 이르러 완성되는데, 그 5는 천토, 지토, 인토라는 3극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미 앞에서 太는 ‘셋이 합한 상태’라고 한 것과 부합(附合)한다. 이것이 바로 하도의 중심에 있는 5, 10토다. 따라서 토는 단순히 5행의 토를 가리킨 것이 아니라, 만물의 근원인 태극을 가리킨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러면, 태극과 상생, 상극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5를 이루는 경우는 예외 없이 상생의 관계다. 예를 들면 天土의 경우, 4金 + 1水 = 5가 되는데 금생수의 관계다. 3木 + 2火 = 5도 마찬가지로 木生火의 관계다. 地土의 경우, 9金 + 1水 = 10과 4金 + 6水 = 10이 되는 것은 金生水의 관계이고, 3木 + 7火 = 10과 8木 + 2火 = 10의 경우는 木生火의 관계다. 그리고 中土의 경우, 9成金 + 6成水 = 15는 金生水의 관계이고, 8成木 + 7成火 = 15는 木生火의 관계다. 이처럼 상생하는 숫자는 土를 이룬다.
그러나 그것은 금생수, 목생화에만 국한할 뿐, 水生木과 火生土, 土生金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水生木의 경우를 살펴보자. 수생목은 1水가 3木을 生하는 경우는 1 + 3 = 4일뿐 5가 되지 못한다. 6水 + 3木도 9가 나오고, 1水 + 8木도 10이 아닌 9가 된다. 6水 + 8木은 15가 아닌 14가 나온다. 화생토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2火 + 5土 = 7火가 되지 결코 5나 10이 되는 건 아니다. 화생토나 토생금처럼 어느 한 쪽에 토가 있는 경우는 토와 상대하는 5행만 나타난다. 그 까닭은 토는 본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5행을 변화하게 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숫자의 배열과 5행>에서 이어질 것이다.